미리 얘기하면 좋은 흙이 따로 있는 건 아니란다.
흙은 그릇 같은 거야.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좋은 그릇이 되기도 하고 나쁜 그릇이 되기도 해.
물을 담는데 구멍이 뚫린 그릇을 쓰면 안 되는 것처럼 보통의 식물들을 키우는데 진흙을 쓸 순 없어. 하지만 연못을 만들고 연꽃을 키운다면 진흙을 쓰는 게 당연한 거야.
흙이 좋은지 나쁜지는 정원에서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보고 하는 얘기겠지만 그 흙에서 무엇을 키우기로 했는지는 네가 정하는 거란다. 그 땅에 정원을 만들고 거기 있는 흙과 어떤 식물들이 잘 어울릴지는 정원을 꾸미는 사람이 고민하고 또 만들어가는 거야.
사람들은 어떤 식물들이 어떤 흙을 좋아할 거라고 흔히 착각하지만 아니야. 식물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자기들이 살았던 그 시간을 그리워하는 거야.
정원은 여러 가지 퍼즐조각으로 맞춰지는데 흙은 그저 많은 퍼즐조각들 중 하나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