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야구가 투수놀음이라고 조롱 아닌 조롱을 받는 것처럼 작업에서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하다.
작업자의 개인 기량은 물론 중요하지만 어떤 장비를 가지고 있냐에 따라 가능한 작업의 종류와 작업 시간이 폭넓게 변한다.
정원을 꾸미거나 농장 시설을 보수하고 관리하면서 필요한 장비들의 정보와 특징, 사용법 등을 알아두면 두고두고 요긴하게 쓰이며 어느 현장에 가도 환영받는다.
야외 작업이 많은 농장에서는 전기를 끌어오기 힘든 장소가 많기 때문에 충전식 공구를 구비해야 직접 작업할 때 힘을 덜 들이고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덤으로 충전식 장비는 동급의 유선장비와 비교해 몇 배는 비싸기 때문에, 실력이야 어찌 됐든 가지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묘한 승리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필수 장비 - 그라인더
소형 절단기 그라인더를 쓴다고 하는 건 일반인에서 작업자로의 선을 넘는다는 얘기다.
그라인더 하나만 있으면 집을 짓는다고 하는 얘기가 마냥 우스갯소리는 아닌 게, 핸드 툴 중에서 가장 활용범위가 넓으며 기본적인 절단 날만 해도 목재, 석재, 철재, 세라믹 등이 있는 데다 여기서 한차원 넘어 면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목재 샌딩, 석재 면 갈이, 목재 홈 따기까지 가는 것도 모자라 각종 어댑터들이 쏟아져 나오며 체인 톱, 레일 샌더, 드릴, 금속 가공까지 가능케 한다.
전문적인 건설 작업자들은 그라인더를 이용한 작업량이 많다 보니 모터가 쉴 시간을 주기 위해 여분 기기를 몇 개씩 들고 다니며 사용한다.
필수 장비 - 전기톱
"톱은 엔진 톱을 써야 돼애애애애애!!! 전기톱은 힘이 없어어어어어!!! 빼애애애애애액!!!"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도대체 뭘 자르시고 계시길래 그러시는지 잘 모르겠다.
전업 벌목꾼이 될 생각이 아니라면 전기톱으로도 충분한 작업이 가능하다.
톱날만 잘 세워주면 16"의 전기톱으로 굵기 80cm 정도의 아름드리나무도 자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굵기 80cm의 나무를 베다 걸리면 쇠고랑 차야할 정도의 고목이니 16"만 돼도 일반인이 사용하기엔 차고 넘친다.
어딜 가나 남의 일에 바람부터 잡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에 낚여 덜컥 엔진톱을 사게 되면 쓸 때마다 휘발유 손에 묻히고 작업 내내 기름 냄새 맡다가 쉬는 동안 귀에서 이명이 나는 걸 들어야 한다.
결국 엔진톱이 묻히는 장소는 창고 구석 가득히 쌓인 먼지 아래가 된다.
바람 잡던 사람들의 엔진톱도 비슷한 곳에 보관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주변에서 괜히 부추기는 얘기는 믿지 말자.
그냥 가볍고 편한 배터리형 전기톱 하나만 있으면 깔끔하고 조용하게 작업할 수 있다.
필수 장비 - 임팩트 드릴
임팩트 드릴은 전동 드릴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드릴 회전'에 올인한 장비다.
가정에서는 회전과 두드림을 합친 해머드릴 기능이 있는 전동 드릴이 인기지만 실제 작업에 들어가게 되면 두꺼운 벽체를 뚫을 때 힘이 떨어지기 때문에 회전만을 극대화시킨 임팩트 드릴을 따로 쓰는 걸 선호한다.
기능이 한 가지로 좁혀져 있기 때문에 사용 속도가 빠르고 드릴 비트 교체도 단순한데 임팩트 드릴을 한번 써보게 되면 다시는 손으로 드라이버를 돌릴 수 없게 되는 악마의 기계다.
필수 장비 - 해머 드릴
소위 현장에서 '뿌레카'라고 부르는 해머드릴은 말 그대로 두드려 부수는 기능이 꽃이지만 어떤 기리(드릴, 치즐러 등의 날)를 끼우느냐에 따라 드라이버 기능부터 믹서기까지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충전식 장비에서는 유선에 비해 힘이 조금 떨어지지만 여기에 회전력을 더해 나선으로 파고들면 어지간한 바위는 쉽게 뚫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기리 관리가 중요하다.
회전과 타격을 반복하기 때문에 기기 자체에 부담도 많이 가지만 기리가 열을 받아 쉽게 망가지기 때문에 아무리 기계가 좋아도 일정량 이상 작업했다면 기계도 날도 잠깐 쉬어줘야 오래 쓸 수 있다.
필수 장비 - 송풍기
먼지가 많이 날리는 현장, 특히 목공 현장에서는 퇴근 전 송풍기 앞에 개미 떼처럼 모여 옷을 털고 있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바람을 날리는 기계지만 콤팩트 한 크기와 다양한 헤드 종류 덕분에 의외로 활용도가 넓어 낙엽 쓸기, 바닥 먼지 제거, 차량 내 먼지 제거, 여름에 선풍기 대용, 장비 먼지 제거, 신발 속 건조 등 온갖 장소와 부위에 불쌍할 정도로 다 쓰인다.
개인적으로는 쉽독 털 말릴 때 쓰면 기가 막힌다.
필수 장비 - 청소기
요즘 티비에선 무선 청소기가 무슨 혁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떠들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현장에서는 배터리형 청소기가 존재해왔다.
송풍기가 미처 털어주지 못한 먼지나 바람을 보낼 수 없는 밀폐된 공간에 최적화되어 있는데 가벼운 무게와 무선만의 기동력으로 구석구석의 톱밥과 먼지를 빨아들인다.
기능성을 중시하는 산업용 장비이기 때문에 헤드의 종류 또한 다양하며 필터 청소법도 물을 빨아들였다가 그대로 버리는 식이라 간단하다.
개인적으로는 뒷자리에 싣고 다니며 차 내부에 산재하는 개털들을 빨아들일 때 가장 요긴하게 쓰고 있다.
유선장비와 무선장비의 비교 - 유선장비
유선장비의 가장 큰 장점은 무선장비에 비해 훨씬 싼 가격을 자랑한다는 점인데 배터리를 제외한 기계값만 보더라도 약 3배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전기를 바로 가져와 쓰기 때문에 가볍고 힘이 좋은 게 장점이지만 오히려 힘이 너무 좋아 모터에 무리를 주는 바람에 고장 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기계값이 워낙 싸기 때문에 고장나봤자 그냥 속 편히 새 기기를 사는 게 일반적이다.
유선장비와 무선장비의 비교 - 충전식 무선장비
작업 속도와 기동성이 유선장비보다 월등히 높으며 가장 우려되는 출력도 일반적인 작업 수준에서는 유선과 별반 차이 없다.
가는 곳마다 콘센트를 찾아다니며 릴선을 질질 끌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참 좋은데 이 덕분에 작업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된다.
다만 작업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배터리 소모량이 가파르게 올라가며 비싼 장비값 중 기기값이 반, 배터리 값이 반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배터리 하나 더 장만하는 금액이 참 부담스럽다. (30분 분량에 10만 원 꼴)
그리고 일정 강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배터리 출력으로는 한계가 생긴다.
충전식 장비의 생명은 이 배터리에 달려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브랜드 통일의 중요성
유선장비는 별반 상관없는 부분이지만 충전식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 고가의 배터리 때문에라도 브랜드를 통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브랜드의 공구끼리는 배터리를 같이 쓸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가 몇 개 모이면 '베어툴'이라고 하는 개념의 공기계만 따로 살 수 있다.
이렇게만 해도 당장 기계값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으며 기계에 따라 구매가를 3분의 1까지 줄일 수 있으니 기계장비 자체가 소모품이라는 걸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도 교체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꼭 비싸고 힘이 좋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고 작업 종목에 따라 브랜드별로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미리 특징들을 알아보고 자신이 직접 만져본 후에 하나의 브랜드로 통일하는 것이 좋다.
아래부터는 내가 이때까지 써본 공구에 한해서만 주관적인 비교를 해봤다.
브랜드 별 비교 - 독일의 'B'사
전동 공구로 압도적인 인지도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의 'B'사 제품은 내 주력 공구이기도 하다.
가장 좋은 회사인가? 하면 꼭 그런 건 아니고 내가 건설회사에 있을 때 이 회사의 빌딩 시스템으로 설계와 프로젝트도 진행했었고 엔지니어 과정도 수료했었기 때문에 정이 가서 쓴다.
그래도 단지 옛정만 가지고 쓴다고 말하기엔 장점이 많은 브랜드다.
- 서양 제품들은 투박한 느낌이 있는데 독일 제품 특유의 실용성과 콤팩트함이 깔끔하고 성능은 수학 공식이 딱 맞아떨어지듯 군더더기 없다.
- 다른 유럽이나 미국 제품에 비해 모터의 힘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은 있지만 그만큼 정밀도와 안정성이 좋으며 배터리 소모량과 출력의 밸런스가 좋다.
- 역사가 깊은 회사이기 때문에 브랜드 내에 장비의 종류가 많아 하나의 배터리로 갈 수 있는 방향이 많고 각 장비마다 기본기가 탄탄해 대체로 평이 좋다.
- 추가된 장점이자 단점으로는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이전보다 금액대는 많이 내려갔지만 내구성이 조금 떨어진 것 같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브랜드 별 비교 - 미국의 'D'사
하마터면 내 주력 공구가 될 뻔했던 미국의 'D'사 제품은 볼 때마다 범블비가 생각나는 노란색이 특징이다.
독일 'B'사가 안정적인 장인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면 미국의 'D'사는 꿀벌 같은 색상과는 다르게 터프한 미국 엔지니어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인 밸런스보다는 실용성과 개성 강한 모습이 참 미국스럽기도 한데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있다.
- 장비 자체가 동급에 비해 크고 무거운 편이다.
- 타 브랜드 장비가 못하는 작업들도 해낼 정도로 힘이 좋고 시원시원하지만 출력이 강한 만큼 배터리 소모가 빠르고 과부하로 기계에 손상이 가는 경우가 많다.
- 동양인의 체급에는 조금 버거운 느낌이 있다.
- 충전식 장비는 약하다는 인식을 확실히 깨 준다.
- 크고 투박한 느낌이 묘하게 남자들이 좋아하는 취향에 맞춰져 있어 마니아 층이 많은 편이다.
- 장비 가격은 타 브랜드에 비해 높은 편이며 종류가 다양한 와중에 전기와 목공 작업자들에게서 인기가 좋은 편이다.
브랜드 별 비교 - 일본의 'M'사
일본의 'M'사 장비들은 해외에서 브랜드 별 장비 성능을 비교할 때 꼭 한 번은 등장할 정도로 성능을 인정받으며 아직까지는 아시아 브랜드 중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는 아재들의 원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누구나 한두 개씩은 가지고 다니는데 타산에 민감한 현장 작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 진입장벽이 낮고 가격 대비 성능이 괜찮다.
- 장비의 힘과 무게가 동양인 체급에 맞춰져 있어 한국 사람들이 쓰기 편하다.
- 장비의 종류가 다양하며 대체로 평균 이상의 성능은 해낸다.
- 기기의 내구성, 특히 배터리 쪽의 내구성이 조금 약한 느낌을 주는데 기기 자체가 가진 결함인지 금액 부담이 적어서 사용자가 험하게 다루기 때문인지는 아직 의문이다.
- 서양 제품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힘이 떨어지며 동일한 시간을 작업했을 때 작업량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브랜드 별 비교 - 리히텐슈타인의 'H'사
벽 뚫을 때 이 회사 제품의 박스가 등장하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는 리히텐슈타인의 'H'사는 전동 드릴이 주력이지만 생산하는 제품들 내에서는 가장 높은 성능과 내구성, 그리고 금액을 자랑한다.
모터를 우주에서 받아왔는지 장비 디자인도 약간 외계에서 온 것 같은 느낌인데 스위치만 눌렀다 하면 벽이고 그 안에 있는 철근이고 그냥 다 뚫고 다닌다.
- 장비 금액이 상당한 고가로 동급 대비해 약 3배까지 차이 난다.
- 생산지를 중국으로 옮긴 후에도 금액대는 여전히 고가다.
- 내구성과 성능 밸런스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서양인 체급에 맞춰져 있어 한국 사람들이 편하게 다루기 힘든 쪽에 속한다.
- 장비의 종류가 다양하진 않다.
- 교체 비용이 만만찮아 굉장히 아껴 사용하기 때문에 기기 수명이 아주 긴 편이다.
- 'H'사의 장비가 고장 나는 일을 볼 수 없는 건 그전에 이미 누군가 훔쳐가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브랜드 별 비교 - 한국의 'K'사
국내에서 최근 'A'사가 치고 올라오지만 아직까진 'K'사의 전통을 따라가긴 힘들다.
해외 브랜드들이 판치는 장비 세계에서 차에 공구 좀 싣고 다닌다는 아재들이 짐칸에 하나씩은 넣고 다니는 걸 보면 그래도 수지타산 범위 안에는 들어오는 브랜드라고 생각된다.
다만 고속 절단기처럼 소모성이 심한 장비나 전동드릴처럼 저렴하게 대강 쓸 수 있는 장비에만 유독 집중되는 걸 보면 총알받이처럼 쓰이고 있다는 씁쓸한 현실을 부정하긴 힘들다.
-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며 가격 대비 성능이 괜찮다.
- 국내 브랜드인 만큼 AS가 쉬우며 여차하면 새로 바꾸는 비용도 부담이 적다.
- 한국인 체급에 맞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볍고 쓰기 쉽다.
- 힘은 좋은 편이지만 내구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출력과 배터리 소모량 간의 밸런스가 조금 떨어진다.
- 고장이 잘 나는 편인데 실제로 기기에 결함이 있는 건지 싸다고 막 다뤄서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 주인이 공구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는 겉모습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아재들이 가지고 다니는 'K'사의 제품은 항상 지저분하고 한쪽이 부서져있다.
끝으로.
"손가락이 깁슨이면 뭐하냐! 악기가 깁슨이어야지!"
방구석에서 기타 치던 형들이 아저씨가 되고 기타 살 돈이 넉넉해지면 이렇게 떠들고 다니기 시작했었다.
물론 이 말을 듣고 정말 브랜드의 기타부터 샀던 사람이 없었던 건 당시 우리에겐 기타가 생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장비는 농장 내에서 남의 손을 발생할 수 있는 인건비를 줄이는 건 물론이고 조금만 잘 익히면 남의 일도 봐주고 다닐 수 있는 시골에서의 몇 안 되는 돈벌이 중 하나다.
자신에게 필요한 공구 세트를 자신과 잘 맞는 브랜드에 맞춰 준비해 꾸준히 숙달시켜 두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무궁무진 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