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약

여름

by 조민성

주말에 친구가 잠깐 사무실 짓는 작업을 도우러 왔었다.

역세권에 살고 있으니 친구들이 주말에 한 번씩 오기 좋다.

역이 논두렁 위에 있는 것 말고는 특별할 것 없는 흔한 고속전철역이다.

친구는 통나무 집을 지을 줄 모른다.

놀러 온 마음으로 정말 놀듯이 일하다 갈 뿐이다.

친구는 자기가 옮기고 있는 통나무가 몇 킬로그램인지 잘 모른다.

알아도 별로 신경 쓸 성격도 아니지만 물어보지도, 내가 굳이 말해주지도 않았다.

통나무집을 짓는 과정은 단순하다.

통나무를 어느 자리로 옮기고 틀을 만들어 끼우는 작업의 반복이다.

동네 목수 아재들과의 식사자리에서는 어느 순간 소재가 떨어지면 종종 내가 여태 짓고 있는 사무실이 도마 위에 오른다.

익숙한 사람들은 그걸 날씨 얘기하듯 대충 씹다 넘기지만 꼭 그걸 진지하게 맛보고 품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며칠 전 그런 자리에서 처음 보는 목수 아재에게 일은 낭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며 뜬금없는 잔소리를 들었다.

지금이야 젊으니 잘 몰라서 그러겠지만 지금이라도 통나무들을 땔감으로 쓰래나.

허리 아파 죽겠는데 낭만은 무슨 얼어 죽을 낭만인가.

언젠가 업체에 물어보니 되지도 않는 샌드위치 판때기로 짓는 비용을 몇백만 원 넘게 부르길래 경험도 쌓을 겸, 있는 통나무로 혼자 짓는 중이다.

그냥 산에 있는 통나무를 쓰면 부속 자재에 약값까지 태워도 그 돈은 안 나온다.

나무를 많이 만져본 목수일 수록 통나무집을 짓는다고 하면 통나무를 옮기는 일에 대해 왈가왈부한다.

하지만 실제 작업을 해보면 통나무를 옮기는 일이 작업 중에 제일 쉽다.

지금 쌓여있는 통나무들을 옮기기만 하는 데는 한나절이면 된다.

두 번의 겨울을 넘기며 바짝 말린 통나무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다.

막상 시간을 다 잡아먹는 일들은 통나무를 손질하고 틀을 정확히 만드는 일인데 손가락도 허리도 이때 다 상한다.

친구는 내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을 할 때면 가만히 지켜보다 더 옮길 건 없냐고 물어봐준다.

이러다 보면 언젠가 다 지어지지 않을까.

통나무집을 짓는데 필요한 게 꼭 경험 많은 목수는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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