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요

여름

by 조민성

장마는 숲이 가장 풍성한 시기다.

사람들은 햇빛이 많으면 식물이 잘 자란다고 생각하지만 식물이 가장 잘 자라는 하루는 비가 오는 흐린 날인데 장마 동안에는 그 하루가 며칠씩 이어진다.

마당에는 비를 피할 곳이 마땅찮아 장마 동안에는 개들이 현관문 앞에서만 시간을 때운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비가 며칠씩 오는 동안에는 산에 자주 데려가는 편이지만 울창한 숲은 정말 사람이 머물기 힘든 공간이다.

요즘은 나방이 참 많은데 얼마 전까지 그렇게 많던 송충이들이 전부 목숨을 부지했나 보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벚꽃 잎 흩날리듯 나방들이 푸드덕거리며 눈앞을 메울 정도다.

나방은 거미나 말벌이 잡아먹을 텐데 말벌이 너무 싫어 해마다 씨를 말렸더니 거미 혼자 저 많은 나방들을 다 잡아내긴 벅찬듯하다.

나를 빼고 나면 말벌은 누가 잡나 궁금했었는데 엉뚱하게 다람쥐가 말벌집을 들쑤시고 도망가는 걸 본 적 있다.

이제 그 빠른 다람쥐는 누구한테 잡힐까 생각해보면 뱀들이 기다리고 있다.

농장 계곡 주변으로는 개구리들이 발에 채이는데 비유가 아니라 정말 하루에 네댓 번은 채인다.

뱀들은 계곡 주변에서 일 년에 한두 번 보는데 계곡 주변에 머물면서 개구리를 밥처럼 먹고 가끔 운 좋으면 지나가는 다람쥐 발목도 잡고 그러나 보다.

뱀과 같은 변온동물들은 더운 여름 낮이 되면 볕을 피해 풀숲에 숨는다.

우리도 비슷한 이유로 숲에 왔으니 같은 처지다.

밤길을 걷다 보면 귀신을 만난다.

길만 따라 움직이면 좋으련만 개들은 풀숲을 헤치는 데서 보람을 느끼고 나도 가끔 시간에 쫓겨 풀숲을 가로지른다.

어제 아침은 유독 풀숲을 많이 헤치고 다녔었다.

집에 개들을 내려놓고 저녁에 다시 돌아왔더니 모르는 개가 한 마리 있었다.

참 예쁜 애들만 키우고 있었는데 웬 찐빵같이 생긴 애다.

말벌한테 대차게 쏘였나 싶다가 가만 보니 콧등에 뱀의 이빨 자국이 있다.

간도 크지 나이도 이제 두 살이 넘었는데 그게 뭔 줄 알고 코를 들이댔을까.

한숨과 함께 아래턱까지 부어오른 애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았다.

애교가 많고 날렵하게 생겨서 예뻤었는데 물린 자리가 아프고 겁도 먹었는지 가는 내내 쭈글쭈글했다.

개들이 벌에 쏘이거나 뱀에게 물리면 알레르기 반응으로 심하게 부어오르지만 뒤늦게 발견했을 때 큰 문제가 없다면 그냥 침착하게 병원에 가도 된다.

어차피 시골에선 혈청을 마땅히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진짜 맹독에 노출되고 시간이 지난 뒤 발견된다면 이미 죽었거나 곧 죽는다.

여름 숲은 참 불친절하다.

우리 똥개는 그 불친절함을 얼굴로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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