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여름

by 조민성

불쾌한 꿈에 시달리다 새벽 일찍부터 눈을 떴다.

계속 이은 폭우에 내가 짓고 있던 사무실이 송두리째 떠내려가는, 눈을 뜨고 나서도 마음 한구석이 휑해지는 꿈.

요즘은 하도 별별 일들이 다 생기니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뉴스를 켰다가 곧 후회했다.

언제 안 그랬던 적이야 있겠냐마는 뉴스에서 비추는 세상은 참 어둡고 끔찍하다.

화면 너머로 보는 세상은 대개 실제보다 더 과장되지만 아이러닉 하게도 금방 잊힌다.

농장으로 들어가다 불어난 물들이 끌고 온 모래에 바퀴가 빠졌다.

차를 건져준 아랫집 아저씨도 밭을 떠나지 못하고 불어난 계곡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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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에게 차를 맡기고 조금 올라가니 농장 입구가 완전히 물에 잠겨있었다.

불어난 물이 무서운 건 물살 그 자체보다 기반부터 무너뜨리는 치밀함이다.

아무리 무거운 바위도 밑에서부터 받쳐주고 잡아주는 흙과 풀뿌리가 없으면 금세 데굴데굴 굴러간다.

안 그래도 물에 뜨는 사람의 몸은 그보다 쉽게 떠내려가서 불어난 계곡 물이 무릎 높이 위로만 차올라도 죽기 딱 좋다.

수영은 수영장에서나.

멀쩡히 서있던 사무실을 보고 내가 얼마나 안심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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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안심이 됐던지 정말 쏜살같이 산을 내려왔다.



집에 돌아온 이래로 에어컨에 제습기까지 틀고 장비에 연장이며 신발이며 온통 말려대느라 여태껏 난리다.

비가 그친 저녁 늦게서야 컨디션이 돌아와 한숨 돌리고 밖으로 나가봤다.

마당이 깨끗하다.

마당에 개가 세 마리나 있는데 마당이 깨끗하다.

아무렴 이 날씨 때문에 하루 종일 더러운 꼴 당했는데 이런 포상이라도 있어야지.

야생화 농장은 오늘도 평화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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