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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인장 Jun 20. 2022

확신의 N과 함께 하는 물음표에 대한 고찰

시선 6화 [물음표] by 색시

주간 <시선> 여섯 번째 주제는 '물음표'입니다.




6-1. 활용


요즘 sns에서는 질문이 아닌 말 끝에 물음표를 붙이는 게 유행이더라. “저 어제 크로아상 먹었어요?” 같이.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불편했어. 물어보고 싶었어, 그게 무슨 짓이에요? 동시에 내 자신에게도. 그냥 좀 넘어가시면 안 돼요?


물음표는 발생과 동시에 사방팔방으로 그 둥글게 굽은 등을 들이밀며 번식해 나가.


‘의문’의 활용범위는 넓은 가봐. 물음표를 말이야, 하나만 덩그러니 적어놓으면 스쳐가는 당혹감이 느껴져.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예상 밖의 기상천외한 상황에 대한 황당함. 그 모양 그대로 가만히 서서 고개만 살짝 갸우뚱, 어이가 없어 발이 땅에 고정된 것같이. 표정도 굳었어. 두 개 이상 연달아 적어놓으면 하나보단 정겨워, 황당함보다 당황스러운 모양에 가까워. 다급하게 어찌할 줄 몰라하는 역동성이 더 느껴진달까. 혹은 어이없는 정도가 심해져 웃음기가 드리우는 거지, 굳은 표정에서 입꼬리가 양 옆으로 살짝 벌어지며 눈썹이 치켜 올라가는 표정. 왜, 너무 어쩔 줄 모르면 살짝 웃음이 나오지 않아? 나만 그런가.


개수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면 모양은 어떨까. 둥근 등을 바닥으로 보내보자. ¿ 스페인어에서는 의문문의 시작에 이 뒤집힌 물음표를 붙이고 끝에 정자세의 물음표를 붙이는 게 올바른 표기법이라고 해. ¿A qué te dedicas? (뭐하고 지내?) 찾아보니 1754년 스페인 왕립 학술원에서 이렇게 지정했다 그러네. 내 머릿속의 물음표가 번식해 커서를 위키피디아로 보내버리는군.


한국어를 구사하는 내게 있어 뒤집힌 물음표는 정성 어린 위트야. 기본 자판에 없으니 굳이 스페인어 자판을 설정해놓고 찾아 사용하거나 인터넷에서 검색해 가져와 사용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동반한 위트. 놀리는 것 같기도 해, 엎드려 우는 친구 아래에서 고개를 꺾어 올려다보며 울어? 하는 모양으로.


(?)는 어때, 괄호 안에 가두어 놓으니 물음표가 향하는 대상이 나 외의 바깥으로 뻗어나가진 못해 보여. 나 혼자 아무 말을 뱉어내는데 동시에 이게 너무 아무 말인 거라, 의문이 피어나는 음절이 종종 생길 때 사용해. 물음표의 번식 방향은 러시아 인형 마트로시카처럼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어.


위치에 따라서 생기는 미묘한 차이들이 또 재미있어. 문장의 첫머리에 하나를 적고 시작하는 경우(? 밥 먹었어)와 평범하게 맨 뒤에 붙이는 경우(밥 먹었어?), 느낌표와 만나는?! 와!? 의 경우들.


앞서 얘기한 물음표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을 때의 당혹감을 우선 비치고 말을 시작하면 썩 분위기가 좋진 않아 보여. “뭐라는 거야.. 밥 먹었지 당연히” 같달까? 하지만 방금 내 문장은 어때, ~같달까? 봐봐, 이 문장 하나만으로는 판단이 어려워. 말의 음가, 표정 등을 함께 듣고 보아야 해. 느낌표와 만나면 그 표정이 조금 더 보이는 듯해. “밥 먹었어?!” 라면 어렸을 적 보았던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 양쪽 눈에 큰 별이 반짝이는 채로 크게 소리쳐 묻는 모습. 온 마음 다해 궁금한 것 같아. 만일 식후라면 주인공이 좋아하는 대단한 디저트를 줄 것 같고 식전이라면 당장이라도 한 상 거하게 차려줄 기세야. 꽤 귀여운 풍경이다. “밥 먹었어!?”는 기분의 긍정 부정보다 그 중간 어딘가 턱 걸린듯한 놀라움이 먼저야. 딱히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 같지도 않아, 질문자(?)의 자기표현이랄까.




6-2. 남용(?)


주로 어린아이가 질문이 많지. 나는 철이 덜 든 걸까? 나이 서른이면 아직 어린 걸까? 요 며칠 많이 한 생각은, 초심(初心)에 대해서야. 초심 그 뜨거웠던 열정에 대한 책임은 어느 정도의 미열까지 유효할까? 미열을 유지하다 보면 다시 데일만치 뜨거워질 수 있을까?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 생각한다면 그건 순수일까, 무지일까? 본능을 거스르는 일인 걸까? 특히 사람 관계에 있어서 말이야, 초심을 지키는 일이 어찌나 어려운지. 선장은 어때? 나 사실 묻고 싶은 게 정말 많거든, 우리 물음표를 주제로 한 판만 더 해보는 건 어때? 묻고 싶은 것들 전부 물어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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