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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인장 Mar 26. 2023

느낌표의 현대식 해석에 대하여

시선 18화 [느낌표] by 색시

주간 <시선> 열여덟 번째 주제는 '느낌표'입니다.



물음표에 비해 광활해 보이는 이유는 ‘느낌’이란 단어 때문이지 않을까. 반짝이는 하나의 아이디어 핵에서부터 잠깐의 pause를 두고 시작된 어떤 ‘느낌’이 곧게 상승하는 듯한 모양이랄까. 보통은 딱딱한, 경쾌할 수도 있지만 주로 경직된, FM으로 우렁차 보이는 그런 느낌을 들게 하는 부호라고 생각된다. 허나 앞서 묘사한 대로 느낌표의 모양( ! )을 뜯어보다 보면 한층 다양한 해석과 함께 새로운 카테고리로의 분류가 가능하다.


1) 연막용

핵 : 멀쩡해 보이는 사회 구성원 코스프레를 해야 한다

상승 : 문장 끝에 아무 부호도 안 넣자니 똑 부러져 보이질 않고 그렇다고 마침표를 찍자니 딱딱해 자칫하면 괴팍해 보이거나 요령이라고는 상실한 꽉 막힌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면 물결을 쓰자니 가볍거나 굳이 친근해 보이거나, 대충 예이~예이~ 하며 건성으로 대답하는 걸로 보일 수도. 이렇듯 어려울 때에 느낌표는 꽤 적절한 부호가 아닐까. 상대(상사)의 말을 잘 알아듣고 호기롭게 대답하는 건강미 넘치는 사회 구성원처럼 보이잖아. 실상은 각종 업무, 여러 감정놀음에 지쳐 퀭한 눈으로 한숨 푹푹 쉬는 예민 약체일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언어로 표현 가능한 연막 중 이만한 게 있을까. 아, 호기로워 보인다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2) 자위용

핵 : 쉽게 겁먹는 내 마음에게 용기와 자기 확신을 주며 위로하고 싶다

상승 : 나는 세다 나는 강하다 나는 쉬이 꺾이지 않아를 스스로 장착하고 칠이 벗겨지지 않도록 자주 보수해 주어야 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차분하게 조곤조곤 ‘할 수 있어’를 읊조리는 것도 좋지만 어떤 종류의 안정감은 ‘반복과 강도’에서 느껴질 때가 많잖아. 까짓것, 아무렴 어때 할 수 있어! 나는 최고야!


3) 어필용

핵 : 연막용이 - 에서 0으로 가기 위함이라면, 이건 0에서 +로 가기 위함.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야 한다.

상승 :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드러낼 때에 아주 유용하다. 좋아 죽겠을 때, 호통치거나 화내고 싶을 때(개인적으로 ‘화’는 다수 계산이라고 생각한다. 안 내려면 안 낼 수 있으나 내려면 원하는 걸 얻고자 잘 내야 하는 것), 억울함을 토로할 때,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고요한 물결 위로 솟구쳐 오르는 생명체의 대가리가 되어 상대에게 특별한 이로 각인되고 싶을 때, 그냥이 아니라 딱 자르고 싶을 때…


내 감정을, 느낌을 말 그대로 상승시킨다.


크게 세 개의 카테고리로 정리해 보았지만 떠오르는 곁다리들 역시 적지 않아. 나머지는 만나서 얘기할까!

선장아! 참고로 너는! 정말!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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