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폰기 힐스 '케야키자카 일루미네이션'
매년 11월 롯폰기 거리 일대를 환하게 비추는 ‘케야키자카 일루미네이션’은 일본 롯폰기 힐스 모리 타워 일대에서 개최되는 성탄절 점등 행사이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한 조명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케야키자카 일루미네이션’은 롯폰기 힐스와 도쿄 도시 문화에서 상당한 상징성을 갖는다(롯폰기 힐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논의하기로 한다).
‘케야키자카(けやき坂, Keyakizaka)’는 롯폰기 힐스 단지를 가로지르는 메인 슬로프(언덕길)의 명칭으로, 이 이름에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첫째, ‘케야키(けやき)’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일본 토종의 큰 활엽수로, 줄기가 곧고 수관이 넓게 퍼져 도시 조경에서 상징적 역할을 수행한다. 주로 안정감과 품격을 표현하기 위해 가로수로 활용된다. 둘째, ‘자카(坂)’는 ‘언덕길’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특히 미나토구는 지형적 특성상 이름에 ‘자카’가 붙은 언덕길이 많다. 따라서 ‘케야키자카(けやき坂)’는 케야키 나무로 둘러싸인 언덕길이라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케야키자카’는 롯폰기 힐스의 도시 디자인에서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1. 공간을 연결하는 메인 스트리트
모리빌딩은 롯폰기 힐스를 개발할 때 이 거리를 ‘도시 속 자연성’을 강조하는 대표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케야키자카는 TV 아사히 거리와 순환로를 동서로 연결하는 중심 도로로 설계되었으며, 폭 24m의 넉넉한 보행 공간을 확보하여 보행자 동선과 차량 동선을 분리하였다. 이는 단순한 통과도로가 아니라 쇼핑, 여가, 문화 활동이 공존하는 복합적 기능의 거리로, 고급 쇼핑 산책로 역할을 수행한다.
2. 자연성과 구조적 요소의 통합(그린 네트워크)
케야키자카 양측에는 가로수가 연속적으로 배치되어 도심 속 녹지 축을 형성한다. 롯폰기 힐스 전체는 ‘수직 정원 도시(vertical garden city)’ 개념 아래 설계되어 보도, 공공 공간, 건물 지붕 등에 이르기까지 높은 녹지 비율을 유지한다. 일부 옥상에는 텃밭이 조성될 정도로 자연 요소의 적극적 도입이 이루어져 있다.
3. 문화적·상업적 허브로서의 축
케야키자카 가로수길은 고급 부티크, 카페, 레스토랑 등이 밀집한 쇼핑 공간으로, 상업과 여가가 결합된 문화 중심지 역할을 한다. 또한 도시 재개발의 주요 목표였던 ‘도시 내 보행 중심 커뮤니티’ 형성에 기여하며, 단지 내부 보행 네트워크의 주요 축으로 기능한다. 이를 통해 롯폰기 힐스의 업무·주거·상업 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단지 전체가 하나의 ‘도심 속 소도시(city-within-a-city)’로 인식되도록 한다.
4. 접근성과 교통 시스템의 통합
지하철 롯폰기역과 직결되는 보행 통로인 메트로 햇(Metro Hat) 및 66플라자와 연결되어 교통 흐름과 보행 흐름이 유기적으로 통합된다. 특히 차량과 보행자의 레벨을 분리함으로써 보행자의 안전성과 쾌적성이 확보되며, 도시 스케일에서의 이동 흐름이 조화롭게 설계되어 있다.
이제 케야키자카의 점등 행사 ‘케야키자카 일루미네이션’이 도쿄 도시 문화에서 갖는 의미를 살펴보자.
1. 도시 경관의 심볼 및 계절성의 상징
케야키자카 일루미네이션은 매년 11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운영되며, 약 93만 개의 LED 조명이 케야키 나무에 설치된다. 이는 단순한 조명 전시가 아니라 겨울 시즌과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도쿄의 대표적 도시 풍경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많은 관광객과 시민들이 이 거리를 방문해 도시의 겨울 야경을 체험한다.
2. 관광 활성화와 장소성 강화
롯폰기 힐스는 연간 약 450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문화 복합지로, 일루미네이션 기간에는 방문객이 더욱 증가한다. 이 행사는 단지를 단순한 통행 공간이 아닌 ‘목적지(place)’로 전환시키며, 상업적·문화적 매력을 극대화하고 머무름과 체험을 촉진한다.
3. 도시 로맨틱 문화와 커뮤니티 경험의 창출
일루미네이션 아래를 걷는 경험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데이트 장소와 사진 명소로 널리 사용된다. 이 거리는 ‘러버스 성지’로도 알려져 있으며, 주민과 방문객이 공유하는 계절적 이벤트로 작동해 지역 커뮤니티 정체성을 강화한다.
4. 도시 브랜딩 및 몰입형 도시 디자인 요소
모리빌딩은 롯폰기 힐스를 ‘도쿄의 문화적 심장(Cultural Heart of Tokyo)’으로 구현하고자 하였으며, 케야키자카 일루미네이션은 이러한 도시 비전을 시각적으로 실현하는 장치이다. 조명 연출은 보행 축과 녹지 축을 더욱 강조하여 도시 구조적 설계와 체험적 설계를 연결하는 핵심적 이벤트로 기능한다.
5. 환경 및 지속가능성 측면의 고려
롯폰기 힐스는 도시 내 녹지 비율을 높이고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설계 철학을 기반으로 조성되었다. 일루미네이션 또한 나무 생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설치되며, 행사 이후에도 가로수의 존재감이 유지되어 ‘도시–자연’ 조화라는 설계 개념과 일관성을 형성한다.
결론적으로, 케야키자카는 롯폰기 힐스의 ‘공간적 축’, ‘자연적 축’, 그리고 ‘문화·상업 축’을 동시에 내포하는 핵심 동선이다. 이 거리는 롯폰기 힐스를 단순한 건축물 집합이 아니라 보행자 중심의 삶, 자연과 건축의 조화, 그리고 복합적 도시 활동이 통합된 유기적 도시 공간으로 기능하게 한다. 또한 케야키자카 일루미네이션은 롯폰기 힐스의 도시 문화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장치로서, 계절성과 장소성을 도시 전체에 각인시키는 문화적 브랜딩 요소이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조명 축제가 아니라 도시 설계 철학, 보행 중심 공간, 녹지 축을 통합하는 전략적 도시 경험이자 도시 아이덴티티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글, 사진 | citevoix
내용 참고 | 롯본기 힐즈 공식: https://www.roppongihills.com/, 모리 빌딩 디자인 보도자료 아카이브: https://www.mori.co.jp/
- 장소 | 도쿄도 미나토구 롯폰기 6초메 10-1, 롯폰기 힐스 모리 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