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도서관
차를 타고 부산역으로 향하다 보면 꼭 지나치게 되는 동네, 우암동. 부산항을 따라 늘어선 항만 물류 업체들 사이로 수출입 컨테이너 차량이 쉴 새 없이 오가며 상시 교통 체증을 만든다.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무심히 창밖을 둘러본다.
최근 이 동네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주택 재개발과 도시 환경 개선 사업이 한창이다. 좁은 골목 사이엔 낡은 건물과 오래된 주택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고, 가장 높은 지대에는 고층 아파트가 완공되어 가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 골목 어귀. 무심코 바라본 풍경 속에서 붉은 벽돌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우암도서관이었다.
우암도서관은 경사를 따라 올라가는 골목, 비정형의 대지 위에 자리한다. 외벽을 감싼 붉은 벽돌은 다양한 쌓기 방식을 품고 있다. 어디는 들어가고, 어디는 튀어나오며, 일정한 패턴을 이룬 벽면은 골목 방향을 따라 둥글게 감싼다. 마치 도자기를 빚어낸 것처럼, 이 곡선은 건물에 부드러운 인상을 남긴다.
외관 곳곳에는 디테일을 향한 집요한 태도가 보인다. 돌출 쌓기, 기울여 쌓기, 영롱 쌓기 등 다양한 기법이 적용된 벽면은 입체감을 더하며 건물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곡선이 살아 있는 부분은 물결처럼 굽어치고, 벽의 틈 사이로 들어온 빛은 시간에 따라 다르게 번져 건물의 표정을 바꾼다.
고저차가 있는 지형 위에 놓인 건물은 어느 방향에서든 진입이 가능하다. 골목 초입에선 차량을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도보로는 자연스럽게 1층으로 진입할 수 있다. 골목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은 슬로프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이어진다.
각 층마다 도서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외부 동선은 방문객을 위한 길만은 아니다. 도서관은 주변 거주민의 일상적인 보행 동선을 고려해 설계되었다. 그래서 이 건물은 단절된 구조물이 아니라 마을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지역 주민은 이 공간을 거리처럼 오가고, 방문객은 그 사이로 흘러드는 동네의 정서를 경험한다. 한때 누구의 시선도 머물지 않던 자리가 이제는 사람들이 모이고 머무는 공간이 들어선 것이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면 외벽에 사용된 붉은 벽돌이 내부까지 이어진다. 로비에 해당하는 공용 공간은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흐리면서도 머무는 공간과 지나치는 공간을 자연스럽게 구분 짓는다. 건물의 중심 동선을 따라 열린 북카페와 쉼터가 배치돼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잠시 머물며 휴식을 취하거나 담소를 나눈다. 이는 도서관이 단지 책을 읽고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쪽에 마련된 열람실은 흰색 벽면과 원목 마감이 어우러져 따뜻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열람실은 남북으로 길게 나뉘며, 그 안에서 용도에 따라 공간이 세분화되어 있다. 제한된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서고를 중심으로 주변엔 독서와 작업을 위한 가구를 배치해 동선을 효율화했고, 동시에 공간의 개방감을 확보했다.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형 서고는 외부 동선과 연결돼 있어 이용객은 이동 중에도 자연스럽게 서가를 마주하게 된다. 서고 사이사이에 낸 창은 주변 주거지를 프레임처럼 담아낸다. 열람실 안에서도 창을 통해 마을 풍경이 들어와 내부가 단절된 공간이 아닌 마을의 일부를 끌어안는 열린 공간임을 나타낸다.
평일 낮 시간임에도 도서관을 찾는 지역 주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오랫동안 인구 과밀 속에서 문화시설이 부족했던 이 동네에서, 그 발걸음은 단순한 이용이 아니라 오래된 기다림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우암도서관은 단순히 인프라를 보완하기 위한 시설이 아닌, 사람과 시간을 잇고, 도시의 일상에 작지만 분명한 활력을 불어넣는 장소다. 그 안에서 마을은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변화해 가고 있다.
글, 사진 | citevoix
- 운영시간
종합자료실
화 - 금 09:00 - 22:00, 토 09:00 - 18:00 일 09:00 - 17:0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어린이자료실
화 - 금 09:00 - 20:00, 토 09:00 - 18:00, 일 09:00 - 17:0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내부 주차장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