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세우는 방식

도쿄 토치와 입체적 재생의 구조

by citevoix




고쿄를 향해 흐르는 니혼바시강은 상업 자본이 자리한 니혼바시와 금융 자본이 지배하는 마루노우치·오테마치 일대를 가른다. 에도시대 토키와바시는 에도성으로 향하는 현관인 토키와바시 고몬이 존재하던 곳이었다. 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경계에 선 유리와 철골 건물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데 이 건물이 세워지면서 도쿄의 도시 스케일은 급격히 바뀌었고, 도쿄의 관문을 새로 정의했다.


사진출처 | 미쓰비시지쇼

도쿄 토치(토키와바시 타워, 토치타워)는 단순한 민간 부동산 개발이 아니다. 이 사업은 노후 인프라를 정비하고 TOD를 입체로 확장한 프로젝트로 지방과 도심을 잇는 생산 모델을 실험하는데, 일본식 도시재생이 한 단계 진화한 사례라 볼 수 있다.



수평의 도시에서 수직의 도시로


앞서 다룬 에도 시대상업 자본의 기억을 복원하는 도시재생 방식의 니혼바시 일대와 달리 마루노우치·오테마치 일대는 국가 전략과 글로벌 금융 기능을 중심에 두고 국제 비즈니스 지구로 재편했다. 1990년대 중반 '마루노우치 지구 도시 만들기 검토위원회' 출범 이후 민관협력(PPP) 체계가 자리 잡았다. 이 체계는 개발 이익을 나누는 수준을 넘어 지구 전체 가치를 관리하는 '에어리어 매니지먼트' 모델로 발전했다.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토치 타워 현장 모습


「도시재생특별조치법」 시행으로 도쿄 도심은 용적률 특례, 절차 간소화, 민간 제안형 도시계획 등의 혜택을 받았다. 특히 도쿄역 보존 과정에서 미이용 용적률을 인근으로 옮기는 '개발권 이전(TDR)' 방식을 도입해 공공 기여를 조건으로 역사 보존과 초고층 개발을 동시에 실행했다. 이러한 전략적 밀도 상향을 통해 마루노우치 일대는 과거의 수평 도시에서 현대적인 수직 도시로 전환해 지금도 개발이 진행중이다.




전략적 요충지, 도쿄 토치


도쿄 토치 프로젝트는 도쿄역을 중심으로 이어진 마루노우치 재생의 3단계 확장 전략으로 금융 집적 기능을 북쪽으로 넓히고, 국제 기업 유치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도쿄의 글로벌 금융 기능을 '집적'하는 것을 넘어 금융의 권위를 무대화하는 공간으로 작동한다.


미쓰비시지쇼가 주도하고 도쿄도가 제도적 특례와 기반 정리로 뒷받침한 이 프로젝트는 2027년 완공 예정인 토치타워를 포함한다. 10년 이상 이어지는 장기 도심 재편 전략에는 노후 기반시설 정비, 공개공지 확충, 국제 비즈니스 기능 강화, 초고층 랜드마크 건설을 함께 추진한다. 그리고 '토치'라는 이름에는 일본을 밝히겠다는 상징이 담겨있다.


1단계로 완공된 토키와바시타워는 지하 5층, 지상 38층, 높이 212m 규모다.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오피스와 공개공지를 결합한 건축은 저층의 상업시설과 광장을 개방한 구조로 총연면적은 약 14만 6㎡에 이른다. 토치 프로젝트 전체가 추구하는 '리뉴얼형 도시 기반시설 정비'는 기존에 자리한 센베이 펌프소 건물의 하수, 수도, 전기 기반시설과 도쿄횃불공원 및 토키아바시 공원 일대의 리노베이션과 연게된다.


27697_20240727-1221x2048.jpg
mitsubishi-jisho-sekkei-inc.--mjs--tokyo-torch-tokiwabashi-tower-offices-archello.1639138539.3481.jpg
사진 출처 | kawasumi kobayashi kenji photograph office


토키와바시 타워는 '바람이 통하는 도시'를 비전으로 삼아 도시의 환기성과 보행 동선을 고려해 개방형 도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건물 설계를 넘어 도쿄역과 고쿄를 잇는 축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 재조직 전략과 연결된다.


건축의 외관은 수직 리듬으로 강조된 입면은 상부로 갈수록 그라데이션 형태의 격자 패턴이 적용되었다. 이는 도심 스카이라인에서 수직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입면의 깊이와 그림자를 형성해 시각적 완충과 부분적인 차양 효과를 만들어낸다. 격자 패턴은 전통 건축의 키코시(나무격자)와 종이문 창호에서 착안된 형태로 내·외부 공간이 시각적·환경적으로 연결되도록 하고 입면의 깊이감을 형성한다.


DSCF6761-Enhanced-NR.jpg
DSCF6763-Enhanced-NR.jpg
사진 출처(아래) | kawasumi kobayashi kenji photograph office


저층부를 통해 들어가면 내부는 십자형 보행 네트워크를 통해 어느 방향에서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개방형 퍼블릭 스페이스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으로 구성된 저층부의 공간은 상점, 레스토랑, 카페테리아 등 도시 일상을 담아내는 다양한 공간이 배치되었고 테라스를 따라 외부 광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DSCF6773.jpg
27697_20240727-4-2048x1366.jpg
사진 출처(위, 오른쪽) | 미쓰비시지쇼

테라스는 단순한 상업 부속 공간에 그치지 않고 보행자 흐름을 흡수·분산하는 전이 공간(transition space)으로 기능한다. 이는 고밀 도심에서 건물의 수직적 스케일을 휴먼 스케일로 재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구조는 고밀 도심에서 초고층 빌딩이 자칫 가질 수 있는 위압감을 보행자의 시선에서 해체한다.


27697_20240727-2-2048x1366.jpg
mitsubishi-jisho-sekkei-inc.--mjs--tokyo-torch-tokiwabashi-tower-offices-archello.1639138556.0495.jpg
사진 출처 | kawasumi kobayashi kenji photograph office

다시 밖으로 나오면 차량 동선과 완전히 분리된 보행 중심 공간을 마주한다. ‘토키와바시 히로바(常盤橋広場)’라고 지어진 공간은 도쿄역과 시각적으로 연결되며 도시민을 위한 이벤트, 플리마켓 등 문화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는 열린 광장으로 운영되는데 도쿄 도심이 가진 전통적인 오피스 밀집지라는 이미지를 사람 중심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26149_20240727-3-2048x1366.jpg
26149_20240727-4-1518x2048.jpg
사진 출처 | 미쓰비시지쇼

무엇보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핵심이자 중심이 되는 공간은 사실 건물이 아닌, 지하 보행 네트워크에 있다. 도쿄역과 지하 통로로 연결되는 건물은 단순한 지하상가를 연결하는 게 아닌 다층적 교통 결절점의 통합의 기능을 담당한다. JR도쿄역과 오테마치 지하철 네트워크와 연계되어 인근 블록과의 지하 광장을 연속적으로 구조화했다. 향후 토치타워의 통합을 통해 단독 빌딩이 아닌 역세권 TOD 모델의 확장을 고려한 것이다.


사진 출처(위, 아래) | 미쓰비시지쇼


결과적으로 도쿄 토치 지구는 수직으로는 기능을 집적하고, 수평으로는 보행 네트워크를, 지하에는 교통 결절점이라는 삼중적 구조를 통해 지하, 지상, 상층부의 3단 구조를 통합한 입체 도시 구조를 갖췄다. 이는 단순한 민관 협업을 넘어서 민간이 기획과 투자를 주도하고 공공이 제도적 특례와 기반 정비를 지원하는 일본형 PPP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향후 완공될 토치타워는 토키와바시 타워와 함께 지하·지상 네트워크에 통합되어 저층부 테라스와 광장은 지금보다도 더 넓게 열릴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일 건물의 완성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도시의 밀도를 재배치하고 교통과 보행, 금융 기능과 일상적 풍경을 하나의 입체 구조로 엮어내는 실험에 더 가깝다.



수평으로 펼쳐졌던 에도의 상업 도시가 기억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재생되었다면 이곳은 수직으로 응축된 글로벌 금융 도시의 미래를 상징할 것이다. 토치 타워의 완공이 되는 날, 이곳을 다시 찾게 된다면 그때는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수직으로 솟은 건물 구조물의 위용보다 서로 다른 레이어가 어떻게 맞물리고 그 안에서 사람들의 동선이 어떻게 엮일지가 더 궁금해진다. 결국 이 프로젝트의 완성은 타워의 높이가 아니라 연결이 일상을 얼마나 설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글, 사진 | citevoix

내용 참고 | 미쓰비시지쇼, 토치 타워, 올림픽과 역세권 도시재생_PublicSpace와 TOD 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