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더니
아사쿠사 Asakusa
2017년 5월 2일 화요일,
다이토구 아사쿠사
Ueno, Tokyo, May 2017우에노 공원에서 아사쿠사로 향하던 길이었다. 우에노에는 역이 참 많은데, 아사쿠사로 가려면 도쿄 메트로 우에노역으로 가야 한다. 여행 이틀째라 아직 지리에 익숙하지 않을 때였는데, 여학생 네 명이 아사쿠사로 가는 중이길래 그들을 쫓아갔다.
아사쿠사로 가는 중 어떻게 알았냐고? 학생들이 큰소리로 아사쿠사에 간다며 까르르 웃었기 때문이다. 아마 다 같이 아사쿠사에 놀러 가는 모양이었다.
우에노와 아사쿠사는 가까워서 몇 정거장 지나니 아사쿠사 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출구로 올라가니 아사쿠사의 상징인 가미나리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Asakusa, Tokyo, May 2017문에 달린 등은 매우 크고 무거워 보였다. 여행책에서는 100kg가 넘는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기도 힘들었다.
가미나리몬을 지나면 중앙에 나카미세 도리라는 길이 250m가량 이어지는데, 우리나라 인사동 외국인 대상 상점가보다 훨씬 미어터진다. 판매하는 오미야게들도 실제로는 전혀 사용하지 않을 듯한, 딱 관광객용 기념품들로 조악하기 그지없었다.
사람은 어찌나 많은지, 도쿄 여행 중 가장 많은 한국사람과 중국사람들을 보았다.
Asakusa, Tokyo, May 2017다들 아사쿠사에서 도쿄의 전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기대까지는 아니었지만, 실망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해 2월에 교토에 다녀와서인지, 교토와 비교하니 그다지 인상 깊지 않았다. 교토의 기요미즈데라 상점가도 사람은 많지만,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괜찮았는데. 아사쿠사는 복작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Asakusa, Tokyo, May 2017번잡한 나카미세 도리를 피해 오른쪽 골목으로 다녔음에도, 유명한 멜론 빵집 앞은 대기줄로 빡빡했다. 난 기다려서 먹을 만큼 열정이 넘치지는 않았기에 그냥 지나쳤다.
나카미세 도리의 끝에 센소지가 있다. 교토에서 일본 절들을 너무 많이 봐서 감흥이 없었다. 심지어 사진도 찍지 않았다.
그나마 에도시대 서민문화가 보존된 거리인 덴보인 도리부터는 인파가 덜했다.
예스러운 상점가, 전통극 공연장, 선술집들이 모여있는, 센소지 경내 옆 오쿠야마 마치는 나츠메 소세키의 <그 후>에도 등장한다.
요즈음 세이타로는 공 타기 곡예를 배우고 싶어 하는데, 그건 전적으로 다이스케가 일전에 아사쿠사의 오쿠야마에 데리고 간 탓이라 할 수 있다. - 나츠메 소세키, <그 후> 177p
이곳엔 7~80년대틱한 선술집이 있었다. 사진에 찍힌 아저씨는 이런 복고풍의 가게에서 병맥주를 찾고 있었다. 아저씨는 "맥주 있어요?"라며 크게 외쳤다.
아사쿠사는 실망스러웠다. 우리가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들을 보면 "명동엔 왜 가지? 인사동도 별로인데..."라고 하지 않을까? 아사쿠사 센소지 일대도 딱 그런 느낌이었다. 아사쿠사 대신 교토에 가는 편이 나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