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다강의 낮과 밤
2017년 5월 2일 화요일,
스미다강의 낮
아사쿠사에서 강을 건너 아사히 빌딩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정확히 짚자면, 황금색의 아사히 빌딩이 아닌, 그 옆의 검은색 건물인 아사히 슈퍼 드라이 홀이었다.
스미다 강을 떠올리게 만드는 하늘색의 다리.
강 건너편에서 보면 스카이 트리가 아사히 빌딩과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둘의 거리는 은근히 멀다.
한강을 걷듯, 스미다강을 산책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한강변이 좀 더 자연 친화적이다.
아사쿠사 역이 있는 큰길로 나와 붉은 다리를 건넜다. 붉은 다리의 이름은 아즈마 다리(Azuma Bridge)이다.
붉은 다리를 지날 때 홍콩의 삼판선을 닮은 배 몇 척이 보였다.
아즈마 교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푸른색의 고마가타교를 볼 수 있었다.
스미다구 아즈마바시
아즈마 교를 다 건너니, 쇠뿔 같이 생긴 아사히맥주 빌딩이 나타났다.
맥주회사 본사답게 여러 층을 맥주집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내가 가려는 곳은 1층의 비어홀이었다.
아사히 비어홀은 11시 30분부터 오픈하기 때문에 낮술이 가능한 곳이었다. 아사히의 다양한 술들과 함께 안주도 즐길 수 있는 곳이었지만, 나는 술만 주문했다.
첫 잔으로는 아사히의 얼굴인 슈퍼드라이 생맥주를, 막잔으로는 닛카 하이볼을 시켰다. 둘 다 잔에 살얼음이 서려있을 정도로 차가웠다.
아사히 본사 지하 맥주홀에서 마신 생맥주는 나의 인생 생맥주였다. 이처럼 목 넘김이 좋은 부드럽고 산뜻하면서 청량하기까지 한 맥주는 처음이었다. 이날 방문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석 잔쯤은 마셨어야 하는데.
이 하이볼로 닛카 위스키는 처음 마셔봤는데, 시원하고 청량감 느껴졌으나 생맥주만큼의 강한 인상은 아니었다.
스미다강의 밤
맥주를 마시고 나왔더니, 어느새 해가 지고 깜깜한 밤이 되어 있었고 스미다강의 야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불 들어온 도쿄 스카이트리를 보기 위해, 굳이 이곳에서 저녁을 보내려 일정을 짰지만 맛있는 아사히 원조 맥주를 마셨기에 대만족 했다.
일렁이는 물결이 낭만적이었다. 느낌은 전혀 다르지만,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떠올랐다. 강물이 그 명화의 그것을 꼭 닮아있었다.
스미다강의 밤 풍경은 도쿄에서 본 야경 중 가장 아름다웠다.
아사쿠사 일정의 종착지는 아사쿠사 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