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브 Bar High Five
2017년 5월 2일 화요일,
주오구 긴자
테마여행의 색채가 짙었던 지난 도쿄여행.
거한 저녁식사보다는 칵테일 한 잔이, 레스토랑보다는 바에서 저녁을 먹는게 좋았다. 후다닥 음식만 먹고 나가야하는 식당보다는, 현지인과 몇 마디라도 해볼 수 있는 바가 로컬문화 체험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매년 발표하는 월드베스트바 50 리스트가 여행 가이드북이나 마찬가지였다.
둘쨋날 저녁에 방문했던 하이파이브는 월드베스트바에 리스팅된 곳으로 전세계에서는 20위 안에 들고 일본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하이파이브는 지하 1층에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같은 엘리베이터에 외국인 커플이 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들이 나의 뒤를 이어 바로 들어갔는데 사람들로 이미 붐비고 있었다. 나 앉을 자리 하나 외엔 만석이었다. 그들은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바를 떠났다.
바의 인기가 많기도 했지만, 공간 자체도 협소한 편이었다. 임대료가 비싸서인지 대다수 긴자의 바들은 커피바케이를 제외하고, 모두 넓지 않았다.
이곳의 오너 바텐더는 세계 바텐딩 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풍부하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하이파이브를 방문했을 때는 오너 바텐더가 부재중이었다.
‘하이파이브’의 분위기를 대표하는 사진이다. 월드베스트바로 선정되어서일까, 현지인은 한 명도 없었고 좁은 바의 대부분은 세계 각지에서 온 서양인들로 가득했다.
서방권에서의 인기를 반영하듯 외국인 바텐더도 한 명 있었다. 심지어 바텐더를 제외한 동양인은 나밖에 없었다. 텐더바 긴자에 갔을때도 관광지를 방문한 것 같았는데, 하이파이브는 그보다 더했다. 유명한 가게의 숙명인걸까.
하이파이브에서는 칵테일 두 잔을 마셨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느낌도 아니라 이곳이 과연 일본 최고의 바인지 의아했다. 매우 평범한 맛이었다.
줄서서 먹는 맛집 이야기가 떠올랐다. 맛있기 때문에 줄을 서는 걸까, 아니면 줄을 서기 때문에 맛집으로 인식되는걸까.
맛있기 때문에 월드베스트바가 되었던 걸까, 아니면 무언가 다른 이유 때문에 월드 베스트가 되었는데, 월드 베스트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사람이 몰리는걸까.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텐더바 긴자가 한국에서는 유명하지만 월드 베스트바에 선정되지 못했던 이유를. 텐더바 긴자의 오너바텐더는 영어를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각종 대외활동에 제약을 받았고 외국손님 응대에도 익숙하지 않았다. 반면, 하이파이브의 오너바텐더는 영어가 매우 유창하며 각국으로 게스트 바텐딩을 다니고 여러 바텐딩 클래스를 연다. 물론 바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영어가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 손님을 대하는 것에 능숙하다.
결국 영어가 가능하냐는게 중요한 요소였던 것이다. 다소 씁쓸한 결론이었다. 이래서 영어공부를 꾸준히 해야하나 싶었다.
여기가 유럽인지, 일본인지 모를 정도로 글로벌한 분위기가 하이파이브를 월드베스트바에 올린 일등 공신인 것 같다. 유명세에 비하면 칵테일의 맛은 아쉬웠지만, 서양인이 많아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기엔 제격이었다. 마치 수십 년 전 상하이의 조계지에 와있는 것처럼.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도시의 자연과 로컬문화를 사랑하므로, 여행에세이보다는 도시에세이를 지향합니다. 여행에세이 <나고야 미술여행>을 썼고, 도시에세이 <나는 아직 도쿄를 모른다>를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