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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Jan 21. 2018

도쿄 사람

커피바케이 긴자 Coffee Bar K Ginza

2017년 5월 2일 화요일,

주오구 긴자


Coffee Bar K, Tokyo, May 2017

골든위크 때 문을 열지 않는다던 커피바케이 긴자. 골든위크 직전이었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쭉 휴일이 이어졌다. 결국 이날은 도쿄로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커피바케이를 방문할 수 있는 날이었다. 히비키 17년을 한국보다, 그리고 긴자의 다른 바보다 저렴하게 제공하는 커피바케이 긴자로 향했다.

전날보다 손님이 많았다. 그 때보다 늦게 도착해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Hibiki 17y & Olives, Tokyo, May 2017

바의 오른쪽 구석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다. 딱 그 자리만 비어 있었다. 일본은 실내에서 흡연이 가능해 하이파이브도, 커피바케이에서도 담배 냄새가 났다. 가장 구석에 앉아있던 옆에 앉은 남자가 지금 담배를 피고 있는 중인데 괜찮냐고 물어왔다. 담배 냄새를 싫어하지만, 피지 말라고 할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괜찮다고 했다.

그는 나의 외국인스러운 일본어 발음을 듣고, 외국에서 왔냐고 물었다. 전날 나에게 골든위크며, 오다이바를 얘기했던 바텐더분이 내가 한국에서 여행 왔으며, 어제와 오늘 연달아 방문했다는 얘기를 했다.

"한국에도 커피바케이가 있어요."
그는 "아, 한국에서 오셨나요?" 라고 말하더니, "저도 한국에 가봤어." 라는 살짝 어눌한 한국어로 대답했다. 학생 시절, 모교로 교환학생을 온 한국 형들이 몇 명 친구로 있다고 했다.

그의 이름에는 일천 천(千)이 들어갔고, 나보다 세 살쯤 많았다.

Hibiki Harmony Highball, Tokyo, May 2017

그는 무역회사에 다녔다. 그래서인지 영어를 매우 잘했다. 일본어로 대화했지만, 내가 알아듣지 못할 경우엔 영어로 얘기했다. 흔히 생각하는 일본어 억양 섞인, 스테레오타입의 일본인의 영어 발음이 아니었다.

Coffee Bar K, Tokyo, May 2017

무역회사라 외국 출장이 빈번하다고 했다. 다음 달에 파리에 간다고 했더니, 출장차 갔던 파리에서 인상 깊었다는 초콜렛 가게를 알려주었다.

Singapore Sling, Tokyo, May 2017


바텐더가 다음 잔을 물었다. 그로부터 1년 전, 은희와 커피바케이 긴자에서 마셨던 싱가폴 슬링이 떠올랐다.

"싱가폴 슬링이요."
"싱가폴 슬링은 오리지널 스타일, 일본 스타일 두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걸 드시겠어요?"
나는 아마 오리지널 스타일을 선택했던 것 같다. 예전에 마셨던 싱가폴 슬링과 확실히 달랐다. 일본풍 싱가폴 슬링은 분홍빛, 오리지널 싱가폴 슬링은 황금빛이었다.

옆자리의 센고쿠상이 "이 칵테일은 제가 사겠습니다." 라고 얘기했다. 그가 피던 시가가 절반쯤 남았을 때였다.

싱가폴 슬링 한 잔을 마시는 동안 그는 자기 얘기를 좀더 했다. 고된 야근을 마치고 한 잔 하러 바에 들렀으며, 다음 날에도 접대 골프를 치러 새벽같이 출두한다고 했다. 슬프게도 무역업은 슈퍼 을이었다. 골든 위크가 시작되어 바텐더도 문을 닫고 쉬는데, 이 사람은 휴일 없이 ‘일일일’이었다. 게다가 주말 등산에 맞먹는 주말 골프라니.

몇 년 전 어느 광고회사의 젊은 사원의 과로로 인한 자살 이후, 일본 사회에서 워크 라이프 밸런스가 대두되고 야근이 많이 줄었다고 들었는데 그의 직장에선 52시간이 적용되지 않나보다.

이미 지하철은 끊겼고, 마치 한국에서 택시를 타던 것처럼 처음으로 우버를 불렀다. 현지인이 살던 집을 빌리는 것만이 “여행은 살아보는거야.”가 아니다. 막차가 끊겨서 우버를 부르는 것도 마치 내가 도쿄사람이 된 듯했다. 물론 진짜 도쿄 사람들은 비싸서 택시를 타지 않겠지만.

사실 정말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그 이후로 늦은 시간에 숙소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우버 영수증에 경악했기 때문이다.

센고쿠상은 우에노로 돌아간다고 하니, “아니 그렇게 위험한 곳에?” 라는 반응을 보였다. 난 지금까지 세 번이나 우에노에 묵었는데 전혀 신변의 안전을 의심해본적이 없는데 말이다. 도쿄 사람에게 우에노란 과거의 청량리 같은 음산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몇 시간 뒤 골프를 치러 가야한다면서 가라오케에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으나 거절하고 우버를 부르러 나갔다.

그는 내가 자리를 뜨기 전, 단골 바를 하나 추천해줬다. 도쿄역 근처의 '바 오션'이란 곳이었다. 그곳에 전화를 걸더니,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어려운 일본어로 무엇인가를 얘기했다. 전화를 끊고, 오션바의 다카하시상에게 자기 이름을 얘기하라고 하면서 명함을 건냈다. 가라오케 제안을 제외하면 그는 유쾌한 도쿄사람이었다.

확실히 바에 가면 듣기, 말하기를 포함한 모든 언어실력이 향상되는 느낌이다. 여행 가서 회화 연습을 하고 싶다면 바에 가는걸 추천한다. 그러나 끝까지 경계를 늦춰선 안될 것이다.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도시의 자연과 로컬문화를 사랑하므로, 여행에세이보다는 도시에세이를 지향합니다. 여행에세이 <나고야 미술여행>을 썼고, 도시에세이 <나는 아직 도쿄를 모른다>를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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