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작된 여행
세 번째 장거리 비행이다. 아테네의 엘레프테리오스 베니젤로스공항, 파리의 샤를 드골공항에 이어 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으로 간다. 공교롭게도 공항 세 곳 모두 사람의 이름이다.
무려 14시간이나 비행해야 한다. 식사도 하고, 낮잠도 자고, 영화도 한 편을 다 봤는데 8시간이 남았다고 한다. 14라는 숫자가 너무 충격이어서인지, 8시간이 금방 지나갈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8시간은 법정 근로시간과 똑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8시간이 새삼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출국 전날 저녁 6시 반에 착즙 주스를 마셨고, 그 후 아무 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아침 11시쯤 먹을 첫 번째 기내식이 몹시 기다려졌다.
기내식 메뉴로는 치킨 카레, 오향 장육면, 생선과 감자가 있었는데 생선요리의 소스가 토마토 소스라는 말에 고민 없이 생선요리를 선택했다. 살짝 밋밋하긴 했어도, 생선은 비리지 않고 깔끔했다. 한께 곁들여 나오는 칵테일 새우와 생면 파스타 샐러드도 입맛을 돋구었다. 화이트 와인도 향긋했다. 와인인데 캐모마일티나 블랑 맥주처럼 꽃향기가 났다.
마지막 접시는 작은 크기의 네모난 조각케익이었다. 모카 냄새가 애매하게 났다.
몇 분 전, 생선 요리를 먹을 때 승무원들이 대화를 나누었다. "위스키가 다 떨어졌어요. 위스키를 주세요." 아, 이코노미에도 위스키가 있단 말인가. 망설이던 참에, 애매한 포지션의 모카 케익을 먹고 있으려니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 싶어졌다. 밥이랑 위스키는 어울리지 않지만, 초코렛이나 케익과는 제격이지.
곧 증류소도, 숙성연수도 알 수 없는, 플라스틱 잔에 단긴 위스키 한 컵이 나왔다. 이럴수가, 정말 맛이 없다. 마치 사원 시절 끌려갔던 노래방에서 맥주와 섞어 먹었던 끔찍한 오리지널 양주맛이었다.
Kathie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감성에세이 <솔직하지 못해서>를 썼고, 여행에세이 <예술과 술의 도시, 뉴욕>, 술에세이 <바에서 쓰는 일기>를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