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문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티하이커 Jan 28. 2018

에비스 가는 길

사이고야마 공원, 규야마테도리

2017년 5월 3일 수요일,

메구로구 아오바다이


#1 사이고야마 공원


Saigoyama Park, Tokyo, May 2017

다이칸야마 주민들의 휴식처, 사이고야마 공원은 메구로구 아오바다이에 있다.

<도쿄 일상산책>에 따르면 가끔 기무라 타쿠야가 가족들과 함께 산책을 나와 유명해진 공원이라고 한다.

Green Cafe, Tokyo, May 2017

공원 입구에 자리잡은 그린 카페도 이 유명인 가족의 주요 출몰 지역인 것 같다. 그래서 타쿠야의 팬들이 그린 카페에 앉아서 그가 오기만을 죽치고 앉아 기다린다던데, 믿거나 말거나.

Saigoyama Park, Tokyo, May 2017

안타깝게도 내가 방문했을 때는 기무라 타쿠야를 만날 수 없었다. 당연한건가.

공원은 매우 한적했다. 맨손 체조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다가 쉬었다 가는 동네 주민만을 목격할 수 있었다.

타쿠야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지만,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이 공원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푸른 나무들이 가득했고, 공기가 상쾌했기 때문이다. 공원의 빛깔은 초록이나 연녹색보다는 청록색에 가까웠다.

지반이 살짝 높아 공원의 끝자락에서 시부야구 전경을 조망할 수 있었다.

에비스 가는 길에 마음에 쉼표를 주었던 장소였다. 마침 여행 기간도 길었기에 더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아직 떠나려면 3일이나 더 남았어, 하면서.

공원을 나가는 길에 벤치 근처에서 일본인 가족을 보았다. 젊은 부부와 시부모님으로 추정되는 어르신으로, 총 네명이었다. 가족들은 결혼식에라도 다녀오는 길인지 모두 검은 정장을 입었는데, 젊은 부인은 임신 중인 것 같았다. 그녀에게서 일본인 특유의 차분함과 기품을 느낄 수 있었다. 아내를 돌보는 남편의 배려가 걸음 하나하나에서 느껴져서 참 아름다운 부부구나 생각했다.



#2 규야마테도리


Tokyo, May 2017

공원을 나와 에비스로 가는 길에, 드레스샵을 발견했다. ‘결혼의 시작’을 상징하는 드레스샵을 보면서, 아까 공원에서 만난 젊은 부부와 노부부의 시작은 어땠을까 생각했다.

Tokyo, May 2017

규야마테도리는 다이칸야마의 주상복합시설인 힐사이드테라스와 사이고야마 공원을 잇는 길이다. 조용한 카페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결혼식장과 드레스샵이 드문드문 있었다.

핫플레이스가 넘치도록 많지만, 번화가처럼 떠들썩하지 않은 다이칸야마. 책에서는 도쿄의 베버리힐스라고 하던데, 정말 부촌이 맞았다. 그러니까 기무라 타쿠야 같은 연예인도 이 동네에 사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다이칸야마는 해가 밝을 때보다는 석양이 질 때쯤 방문하는게 좋을 것 같다. 이보다 오렌지빛이 잘 어울리는 동네는 없을 것이다.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도시의 자연과 로컬문화를 사랑하므로, 여행에세이보다는 도시에세이를 지향합니다. 여행에세이 <나고야 미술여행>을 썼고, 도시에세이 <나는 아직 도쿄를 모른다>를 연재중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쿠로 와규로 만든 육즙 가득한 수제버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