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카
2017년 5월 4일 목요일,
도쿄도 미타카시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미술관이 있는 곳, 도쿄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숲과 들판이 있는 미타카로 향했다.
오카치마치에서 미타카까지는 35분이 걸렸다. 우리나라의 2호선과 꼭 닮은 (심지어 순환하는 것까지 닮았다) 야마노테선을 타고 가다가, 간다역에서 주오선으로 환승했다.
미타카는 신주쿠에서 두 정거장 떨어져있지만, 실제로 역간 거리는 꽤 멀었다. 사실 그동안 가봤던 동네들은 도쿄도의 특별구로, 즉 비교적 도쿄의 중심부에 있던 곳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쿄도에 속한 시이다. 미타카구가 아닌, 미타카시로의 여행이었다.
이 길은 ‘가제노 산포 미치도리’라고 불린다. 직역하면, 바람의 산책길 정도일텐데 마침 이웃집 토토로 사운드 트랙 중 비슷한 제목의 곡이 떠올랐다.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바람이 지나는 길’이라는 연주곡이었다. 이 곡에 착안하여 길이름이 만들어졌는지, 이 길을 보고 히사이시 조가 ‘바람이 지나는 길’을 작곡했는지는 모르겠다. 마치,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같은 수수께끼였다.
정답이 무엇이든 간에, 히사이시 조의 ‘바람이 지나는 길’과 미타카의 ‘가제노 산포 미치도리’는 정말 잘 어울렸다. 혹시 이 길을 걷게 되거든 꼭 이웃집 토토로의 ‘바람이 지나는 길’을 들으며 가볍게 산책하듯 걸어보기를 권한다.
5월이라 철쭉으로 추정되는 꽃들이 넘실거렸다.
2-30분 정도 ‘바람이 지나는 길’을 걷다보면, 꽃과 나무와 물, 그리고 이 모든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주민들을 만난다. 주택가는 조용하고 깨끗했다. 미타카를 감싸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슬로우 라이프 그 자체였다.
녹지는 한참 이어지다가 ‘바람이 지나는 길’이 멈출 무렵 끝났다.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도시의 자연과 로컬문화를 사랑하므로, 여행에세이보다는 도시에세이를 지향합니다. 여행에세이 <나고야 미술여행>을 썼고, 도시에세이 <나는 아직 도쿄를 모른다>를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