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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Feb 06. 2018

기치조지 산책

기치조지

2017년 5월 4일 목요일,

도쿄도 무사시노시 기치조지


<고독한 미식가>, 기치조지역

2012년에 방영된 <고독한 미식가> 시즌1에 등장한 기치조지. ‘기치조지 카페의 나폴리탄’으로 등장했다.

기치조지역, 기치조지 혼초

2017년의 기치조지역. 5년의 세월이 지나서 그런지 쇼핑몰과 결합해 좀더 현대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고독한 미식가>, 하모니카 요코초

기치조지는 이노카시라 공원이 위치한 무사시노시의 일부 지역이다. 기치조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쇼핑몰과 백화점이 밀집한 기치조지 혼초, 좁은 골목에 노포가 들어선 하모니카 요코초, 아기자기한 작은 상점과 패션 거리가 들어선 기치조지 미나미초를 둘러보았다.

기치조지 미나미초의 작은 카페

하모니카 요코초를 제외한 기치조지 혼초는 주로 대로변에 위치한 큰길이었고, 기치조지 미나미초는 이노카시라 공원 근방의 작은 골목길이었다. 예를 들어 기치조지 혼초가 가로수길이라면, 기치조지 미나미초는 세로수길 같았다.

기치조지 미나미초의 마루이 백화점

그렇다고 기치조지 미나미초에 골목길만 있는건 아니었다. 어림잡아 6-7층은 되어보이는 규모가 큰 쇼핑몰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백화점이었다. 동그라미가 섞인 독특한 문양의 백화점의 이름은 ‘마루이 백화점’이었다.

기치조지 혼초

반면 기치조지 혼초에도 큰길만 있는건 아니고, 골목도 있었다.

기치조지 혼초의 꽃집

기치조지 혼초의 골목은 좁고 소소하지만, 정갈하고 아름다웠다. 이름 모를 꽃집에 펴있던 화사한 5월의 꽃들. 신문지로 싼 꽃이었지만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기치조지 혼초의 골목은 주택가였고, 작은 상점들이 간간히 있었으며 거리가 대체적으로 조용한 편이었다. 반면 기치조지에서 처음 만났던 미나미초의 골목은 번화했고 인파로 가득했다.

기치조지 미나미초의 야키도리 가게 ‘이세야’의 대기행렬

앞서 소개했던 기치조지 미나미초의 스타벅스 옆에는 인기많은 꼬치구이집(야키도리 가게), 이세야가 있었다. 기치조지는 여러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이 된 곳인데, 그때마다 주인공들이 이 가게에서 야키도리를 먹었다고 한다.

염통, 혀, 간, 닭연골에 고기를 섞어 잘 다지고 계란과 다진 마늘 및 생강을 넣어 경단처럼 만든 완자를 구워서 파는데 인기가 어마어마했다. 나도 궁금해서 먹어보고 싶었으나, 더운 햇볕 아래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포기하고 기치조지 미나미초를 걸었다.

기치조지 미나미초의 풍경

이 동네가 ‘기치조지’라는 이름을 갖게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17세기 에도시대에 메이레키 대화재라는 큰불이 났다. 수도였던 에도의 6~70%가 불에 타버렸으니, 화재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화재로 ‘기치조지’라는 절 근처에 살던 주민들이 거처를 잃게 됐다. 그러자 현재의 기치조지 근처에 살던 사람들이, 이재민들이 이주하여 살 수 있도록 했다. 그 후로, 무사시노시에 위치한 이 동네의 이름은 기치조지가 되었다.

마메조는 기치조지 혼초의 유서 깊은 카레가게이다

기치조지에 머무른지 세 시간이 넘으니 배가 고파졌다. 마침 점심도 아메리칸 체리파이라는 음료수 하나로 해결했기에 더 배가 고팠다.

30년 된 카레가게라는 ‘마메조’를 찾아갔다. ‘마메’는 콩이라는 뜻인데, 가게 이름처럼 콩을 넣어 끓인 콩카레가 대표 메뉴였다.

마메조는 기치조지 혼초의 조용한 골목에 숨어있었다. 오래되어 보이지만 다정한 느낌의 사랑스러운 식당이었다.

마메조의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 집에서 카레를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브레이크 타임이 4시부터 5시 반까지인데, 공교롭게도 4시 반이었다. 30분은 기다려도 한 시간은 기다릴 수 없었다. 안타깝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식당을 나왔다. 그땐 꼭 브레이크 타임을 기억해둬야겠다.

일본은 강아지들의 천국

기치조지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유모차에 탄 귀여운 강아지 삼형제를 만났다. 일본은 강아지들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오바다이의 펫 헤어샵, design f

아오바다이에서는 일반 미용실만큼이나 훌륭한 펫 헤어샵을 봤고, 이곳 기치조지에서는 유모차에 탄 강아지들을 보았다. 다른 곳에서도 애완동물을 자주 만났다.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개나 고양이를 많이 기르는 것 같았다. 무사시노시의 골목을 지날 때, 자전거 앞 바구니에 강아지를 앉히고 유유히 페달을 밟으며 지나가는 소녀를 봤다.

개팔자가 상팔자다. 그러나 기치조지에서는 개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만족도 높은 삶을 살고 있다. 기치조지는 적절한 문화와 자연의 조화 덕분에, 다년간 도쿄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동네로 선정되었다.

좁은 골목에 노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하모니카 요코초

이노카시라 공원의 푸르른 녹지와 호수의 아름다움, 재즈카페와 공방과 갤러리, 만화가들이 거주하는 예술적 공간, 하모니카 요코초의 노포들과 아기자기한 작은 상점가가 공존하는 평화로운 상권 덕분에 많은 이들이 기치조지에서 살기를 꿈꾼다.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도시의 자연과 로컬문화를 사랑하므로, 여행에세이보다는 도시에세이를 지향합니다. 여행에세이 <나고야 미술여행>을 썼고, 도시에세이 <나는 아직 도쿄를 모른다>를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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