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토구 주민
2017년 봄 도쿄에 갔을 때, 바 오션을 소개해준 센고쿠상은 내가 어디에 묵는지 물었다. 우에노라고 말하자 매우 놀라며 거긴 묵을만한 곳이 아니라며, 그다지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인근의 아메요코 시장 때문인걸까? 좀 도깨비 시장 같은 분위기이긴 하다.
누군가 서울과 도쿄를 비교하며 우에노를 청량리에 비유한걸 본적이 있다. 사실 청량리도 관광객이 묵는 숙박시설이 밀집된 곳은 아니다. 교통의 요지이기는 하지만, 다소 정신없는 느낌 때문일 수 있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네 번을 우에노에 묵었지만 난 한번도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제2의 고향에 온듯한 편안함을 느낀다.
숙소에서 조금만 걸으면 푸르고 드넓은 우에노 공원이 있고, 15분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최근 현지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야나센(야나카, 센다기 일대) 지역이 나온다.
아침만 되면 운동겸 우에노 공원을 지나 야나카까지 걸어가 아침을 먹는다.
지금은 손님이 너무 많아져 관광지가 되어버린 야나카의 카야바 커피는 나의 단골가게이다.
그래서일까, 항상 도쿄에 도착해 눈을 뜨면 우에노였다. 여장을 푸는 곳은 다이토구 우에노, 아침식사와 산책은 다이토구 야나카.
나는 도쿄에만 가면 다이토구 주민이 된다. 왜 나는 항상 우에노를 고집할까? 유명하고 번화한 긴자도, 롯본기도, 신주쿠도 아닌데 말이다.
내가 우에노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통 때문이다. 다른 여행지의 공항들보다 유독 멀게 느껴지는 나리타 공항도 40분대에 주파가 가능한 케이세이 스카이라이너가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가까운데 사는 사람들이 지각을 많이 하는 것처럼, 항상 아슬아슬하게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곤 한다.
도쿄를 떠날 때가 다가오면, 그날의 일정은 복사해 붙인 듯이 똑같다. 떠나기 전날,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긴자나 야에스에서 술을 마신다. 다음날 느즈막하게 일어나서 우에노 공원을 좀 걷는다. 우에노 공원 끝자락까지 걸어가 쿠로다 기념관에 있는 우에지마 커피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다른 때와 다름 없는 똑같은 커피와 토스트인데 유독 출국하는 날 아침에 먹으면 꿀맛이다. 테라스 자리에서 먹으면 참새들이 빵가루를 먹으러 모여든다. 참새 쫓는 허수아비가 된 느낌이지만 짹짹거리는 지저귐을 들으며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 서둘러 짐을 챙겨 역으로 뛰어가 아슬아슬하게 스카이라이너에 탑승한다. 비행기 탑승하는 곳이 3터미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연결 버스편이 있는 승차장소까지 500미터 남짓한 거리를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막상 항공사에서 수속을 마치면, 시간이 15분 정도 남아 보안검사를 하기 직전에 빠른 속도로 점심식사를 한다. 나의 또다른 단골집인 3터미널의 서서 먹는 초밥집, 타츠 스시이다.
보안검사 또한 예상했던 시간보다 일찍 끝나고, 가족과 친구에게 선물한 먹을거리들을 사서 시간에 맞춰 비행기에 탄다. 짧은 시간에 많이 뛰고, 많이 먹다보니 슬슬 졸려지기 시작한다. 졸기 시작하면 어느새 비행기가 하늘을 날기 시작한다. 한숨 자고 나면, 짧은 여행이 끝나고 다시 일상이 시작된다.
도쿄에 갈 때마다 숙소가 항상 우에노라서, 떠나는 날의 일과는 변함 없이 똑같다. 도쿄에 머물 때마다 다이토구 주민이 된 것 같다. 여행에서의 또 다른 일상을 누리는 것 같다. 그래도 매번 반복되는 여정이 전혀 질리지 않는다. 다음에도 눈을 뜨면 도쿄에 있고, 우에노에 서 있겠지. 그 때에도 흔쾌히 다이토구 주민이 되겠다.
또 도쿄에 가고 싶다, 머물고 싶다.
다음에도 또 우에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