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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Feb 22. 2019

가장 맛있는 걸 먹자!

청담동 파스토

결코 싸지 않은 애피타이저

어떻게 이 곳을 알게 됐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서 리뷰를 봤겠지. 가격은 비싸지만 맛있는 곳, 메인 음식보다 애피타이저가 더 비싸게 느껴지는 곳이라 했다. 양은 적지만 가격대가 파스타와 자웅을 겨루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성게알 파스타가 가장 맛있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산 성게알을 올린 크림 파스타. 가격은 36,000원. 어지간한 서울 파스타 가격의 2배 이상이다. 그럼에도 인기가 많아 한정 수량만 판매한다는 메모가 달려 있었다.


우리는 가장 맛있다는 성게알 파스타를 주문하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무엇으로 먹을지 좀처럼 정하지 못했다. 트러플 파스타와 라구 파스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트러플 파스타로 결정했다. 둘 다 크림 파스타여서 느끼할 수도 있었지만 ‘직접 만든 트리플 버터’란 문구에 솔깃했다.


“저희 집은 간이 살짝 셉니다. 짠 음식 못 드시면 말씀해 주세요.”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이탈리아 음식이 짜다고 했었는데, 이 식당 역시 음식이 짜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짜도 괜찮으니 원래대로 달라고 했다.

(좌) 성게알 파스타 (우) 트러플 파스타

가운데가 오목한 접시에 면이 가지런히 담겨 나왔다. 접시 모양 때문에 양이 적어 보였으나, 의외로 먹어보니 (여자 기준으로는) 양이 적당했다. 성게알 파스타엔 성게알을, 트러플 파스타엔 수란을 얹었는데 직원분이 직접 맛있게 섞어주셨다.

빵과 함께 제공되는 올리브오일은 그리스에서 갓 짜낸 듯 신선했다

음식을 주문하기 전 직원이 얘기했듯이 파스타는 짠 편이었다. 그러나 맛있었다! 손맛을 연상하게 만드는 감칠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둘 다 맛있었지만 성게알 파스타는 지금까지 먹어본 모든 파스타들보다 한참 더 위에 있었다. 일반적인 파스타보다 두배 이상 비싸긴 하다. 그러나 “평범한 파스타 두세 번 덜 먹고 이걸 먹는 게 낫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트러플 파스타도 맛있긴 했지만 살짝 느끼해서 만원 세 장을 지불할 만큼의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게알 파스타는 그야말로 ‘인생 파스타’였다.

시칠리아산 돈나푸가타 화이트 와인은 크림 파스타와 찰떡궁합이었다

그날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뒤, L에게 인생 파스타였다며 이 식당을 소개했다. 곧바로 약속이 잡혔고 그다음 달에 성게알 파스타를 먹으러 또다시 방문했다.

나의 인생 파스타, 리스테란토 파스토의 성게알 파스타

극찬할 수밖에 없었던 성게알 파스타를 일단 하나 주문하는 데는 이견이 없었으나, 다른 메뉴를 뭘 주문해야 할지 또 망설였다. 성게알 파스타를 두 개 시킬지, 아니면 다른 메뉴를 주문해 다양하게 먹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사실 이런 종류의 행복한 고민은 이 식당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가장 좋아하는 메뉴를 주문할 것인지, 아니면 조금 모험을 하더라도 다양한 맛을 경험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고른 오일 베이스의 어란 파스타

우리는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다양한 경험을 위해 성게알 파스타와 어란 파스타를 주문했다. 오일 파스타가 크림 파스타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데는 성공했으나, 만족도는 성게알 파스타의 압승이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 L 또한 성게알 파스타를 먹더니, 지금까지 살면서 먹은 파스타 중에 가장 맛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어란 파스타에 대한 코멘트는 평범했다. L이 말했다. 성게알 파스타를 두 개 시킬걸 그랬다고.


두 번의 실험 끝에 결국 깨달았다. 월등히 맛있거나, 보증된 음식이 있다면 그걸 최대한 많이 먹는 게 낫다고. 아마 다음에 이곳을 방문하면, 그땐 사람 수대로 성게알 파스타를 먹을 것이다. 비단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선택 장애를 겪을 일이 적어질 것 같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건 결국 제일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는 과정인 것이고,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남은 건 하나다.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파스토(Pasto) / 이탈리아 음식

미쉐린 가이드 2019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62길 17 (청담동)

대로가 아닌 골목에 위치한 파스토

1) 레스토랑은 도산대로가 아닌, 언덕 위 골목 외딴곳에 있다. 반지하 건물을 개조한 것 같다. 주차 공간도 넉넉하지 않고, 찾기도 좀 어려운 곳이지만 다들 어떻게 알았는지 만석이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2) 리스테란토 파스토인지, 리스토란테 파스토인지 헷갈리는 곳. D의 말로는 리스토란테가 레스토랑의 뜻이라고. 결국 ‘파스타집’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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