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사이다를 팔지 않는 카페 키츠네
바리스타가 서울, 도쿄, 홍콩의 카페를 방문한 색다른 여행기 <바리스타는 왜 그 카페에 갔을까>를 읽으며, 이 책을 길잡이로 활용하여 도쿄 카페 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첫 목적지는 미나토구 미나미아오야마의 카페 키츠네였는데 첫 단추부터 제대로 잘못 끼우고 말았다.
사실 책을 읽고 카페 키츠네에 가장 먼저 가보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여우 카페’라는 독특한 이미지와 키츠네 사이다라는 메뉴 때문이었다. 일반 사이다와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고, 더운 여름날에 제격일 것 같았다. 그러나 키츠네의 ‘여우’는 진열대에서 쿠키로 만날 수 있었지만, 사이다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어쩐지 메뉴에 사이다란 단어가 안 보일 때부터 불길했다. 심지어 플랜 B이자, 저자가 추천하던 또 다른 메뉴였던 아이스 드립 커피도 팔지 않았다. 직원은 키츠네 사이다와 아이스 드립 커피를 묻는 나에게 ‘finished’라고 무성의하게 답했다.
어쩔 수 없이 플랜 C였던 파인애플 스쿼시를 주문했다. 로즈메리 스쿼시가 더 궁금하긴 했지만, 안전하게 익숙한 맛이 상상되는 파인애플 스쿼시를 골랐다. 가격은 750엔으로 좀 비싼 편이다. 요시노야 같은 곳에서 먹는 한 끼가 오히려 더 쌀 듯. 그러나 진부한 파인애플 음료수 맛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음료를 처음 마실 땐 파인애플 맛이 지배적인데, 끝 맛이 씁쓸한 게 자몽주스도 들어간 것 같다. 어쩐지 음료의 빛깔도 루비 레드색이었다. 가니쉬로 민트가 들어가서인지, 음료에 시원함과 청량함을 더했다.
계산대에는 각종 푸드 메뉴가, 벽면 선반에는 메종 키츠네의 굿즈가 진열되어 있었다. ‘카페 키츠네’라는 필기체의 브랜드명이 정말 이쁘다. 포장지까지 매력적인 초콜릿을 몇 개 구입했다.
역시 필기체로 쓰인 카페 키츠네가 이쁘다는 이유로, 선반에 진열된 볼펜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마침 여행을 다닐 때 가지고 다니는 삼색 볼펜 중 검은색을 다 쓴 상태라, 필요에 의한 소비를 하는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키츠네 볼펜까지 사버렸다.
이곳은 가게도 넓지 않고, 좌석도 불편하고, 와이파이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식음료는 비싼데도 불구하고 손님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다음에 이 동네에 올 일이 생기면 이번엔 마셔보지 못한 아이스커피를 마셔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