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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Mar 11. 2020

식사는 여럿이 함께일 때 가장 맛있다

서초동 고에몬

오픈 키친을 볼 수 있는 고에몬의 바 자리 / 2020년 2월

토요일 낮, 학원을 마치면 한시 반에서 두시 사이로 한창 배가 고플 시간이다. 집에 가서 식사를 하기엔 너무 배가 고플 것 같아 가까운 식당을 물색하던 중 고에몬이 떠올랐다.

L이 추천한 곳이었으나, 평일 점심을 먹기엔 줄이 길어 언젠가 저녁으로 먹자고 했던 곳이었다.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명란 까르보나라와 멘치 카츠를 주문했다. 원래 수제 멘치 카츠를 먹으려고 했는데 이미 솔드아웃이어서 수제 캬베츠 멘치 카츠를 주문했다. 일반 멘치 카츠와의 차이점은 안에 양배추가 들어갔다는 것이다.

수제 캬베츠 멘치카츠 / 2개에 5,900원

양배추가 들어가서 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렇진 않았다. 그런데 고기 냄새가 살짝 있고 기름이 많아 조금 느끼했다. 게다가 난 혼자 두 개를 먹었기 때문에 너무 헤비 했다.

까르보나라 멘타이꼬 / 13,000원

일본식으로 김과 명란을 올린 고에몬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까르보나라 멘타이꼬. 여긴 단품 하나도 양이 꽤 많은 편인데, 그전에 멘치 카츠까지 먹는 바람에 다 먹지 못하고 일부를 남겼고 그마저도 배가 몹시 불렀다. 객관적으로는 만족할 맛이었지만, 확실히 혼자 먹으니 맛에 대해 공감할 사람이 없어서 생존용 식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내가 이 돈을 주고 굳이?”라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맛이 없는 건 절대 아니다.

도화 칠리새우 큰 사이즈 / 40,000원

반면, 그날 저녁 승격 기념으로 가족들과 먹었던 칠리새우 저녁식사는, 요리를 먹어 가격이 비쌌음에도 심리적 가성비는 높았다. 같은 음식이라도 여럿이서 떠들면서 함께 먹는 게 맛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격언은 음식을 위한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수플레오믈렛 멘타이꼬 리조토 / 15,000원

이틀 뒤, 회사 점심시간에 고에몬에 또 갔다. 평소 같으면 줄이 길어 회사 점심식사로는 꿈도 못 꿨겠지만 코비드 19의 여파로 평일 점심시간 역시 자리가 여유로웠다.

이번엔 고에몬 인기 순위 1위에 빛나는 수플레 오믈렛 명란 리조토에 도전했다. 비록 며칠 전과는 주문한 메뉴가 다르긴 했지만, 이번엔 혼밥이 아니라 동료와 함께라서인지 훨씬 식사시간이 즐거웠고 음식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이건 비단 평상시의 식사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여행을 갔을 때도, 혼자 여행 가면 일정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자유 덕분에 즐겁지만 혼밥은 아쉽다. 단순히 혼자 밥 먹는 게 외로워서가 아니다. 음식은 주변에 사람이 있어야 맛의 시너지가 일어나는 것 같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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