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동 브라운관
나른한 일요일 오후 낮잠을 한숨 잔 후, 책을 읽으며 글을 쓰러 카페에 갔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할 즈음인 5시 반쯤에 일요일에도 운영하는 카페 중에 하나인 탭 커피 바에 도착했는데, 곳곳이 만석이었다. 등받이가 없고 테이블이 낮아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기 어려운 곳만 자리가 비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걷자’ 하며 횡단보도를 건너, 역시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브니제과에 갔다. 창가에서 봤을 땐 만석이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 1인석이 딱 한 자리 비어있었다. 그런데 내가 날씨가 쌀쌀하다고 너무 따뜻하게 입고 간 탓에 실내가 좀 더워서 케이크나 마카롱을 먹으며 글을 쓰기엔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마카롱 3개를 테이크 아웃해서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때의 나는 한 모금의 커피와 쉴만한 테이블을 찾아 헤매는 유목민 같았다. 아까 만석이었던 탭 커피 바를 지나 집이 점점 가까워질 무렵 작은 통유리 카페 브라운관이 보였다. 다행히 여긴 자리가 있었다.
드립 커피 전문점이라 다양한 원두들을 고를 수 있었다. 나는 산미가 최대한 적은 원두를 요청했다. 그러자 카페에서는 브라질 빈이 산미가 적은 편이라고 했다.
“원래 산미가 있는 커피를 잘 못 마시나요?”
난 전날, 망원동 대루 커피에서 마셨던 산미 레벨 최고의 아이스 드립 커피를 떠올렸다.
“아니요, 원래 잘 마시는데 어제 산미가 있는 커피를 많이 마셔서요.”
그러자 사장님은 산미가 약간 있는 브라질 원두로 커피를 내려주셨다. 긴 유리잔에 금속 스트로가 들어간 시원한 커피가 나왔다. 마치 롱드링크 칵테일을 마시는 듯했다.
문이 열려있어서 바람이 들어왔고, 매우 시원했다. 낯선 카페라 그런지, 어딘가에 여행 온 것 같았다. 모르는 도시에 여행 와서 숙소 근처의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처럼. 덕분에 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를 한 챕터 읽었고, 밀린 글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