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티하이커 May 30. 2020

중국집 회식

서초동 초선과 여포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나는 중국집 회식을 좋아한다. 물론, 회식을 좋아하는 건 절대 아니다. 이왕 회식을 피할 수 없다면, 그나마 중국집에서 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처음에 중국집 회식을 선호했던 이유는 ‘입석’ 때문이었다. 한나라, 당나라 등 옛날 옛적부터 침상 등 입식문화를 했던 중국의 문화 덕분인지, 아무리 허름한 중식당이라도 신발 벗고 들어가는 곳은 없었다. 중국집은 식탁 회식이 기본이기에 술잔을 들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한국식 스탠딩 파티를 할 필요도 없으며, 치마를 입고 불편하게 발 저려가며 앉아있을 필요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조리된 음식이 나오기 때문에 고기를 구울 필요도 없으며, 10년 가까이 회식을 치러온 경험상 중국집 회식이 가장 일찍 끝났다.


그러나 언제부턴가는 위에 언급한 이유들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중국집에는 연태 고량주가 있기 때문이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점차 30도 안팎의 고도수이지만 숙취가 없이 깔끔한 연태 고량주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서초동엔 여러 중식당이 있지만, 대개 열이면 여덟은 초선과 여포​에 가게 된다. 왜냐하면 그곳은 모든 고량주가 연중무휴 1+1 행사 중이기 때문이다.

초선과 여포의 ‘레몬 유린기’

게다가 이곳은 내가 태어나서 먹어본 유린기 중 가장 맛있는 유린기를 파는 곳이다. 유린기뿐만 아니라 양장피도 준수한 편이며, 트위스트 된 레몬 유리기와 여러 요리를 시키면 서비스로 나오는 ‘가지 튀김’이 수준급이다.

이곳 덕분에 나의 주량도 알게 되었다. 연태를 다른 식당보다 부담 없이 주문할 수 있게 된 덕분이었다. 최근에 네 명이서 연태 대 사이즈를 1+1로 주문하여 기분 좋게 모두 비웠다. 그래서 나의 주량은 연태 중 한 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카페 유목민의 정착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