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티하이커 Jun 01. 2020

런던 여행의 추억이 떠오르는 동네 카페

교문동 탭 커피바

이사온 동네의 가장 힙한 카페, 바로 작년 말에 오픈한 TAB 커피바​이다. ‘TAB’은 ‘Take a break’의 약자인데, 공교롭게도 딱 열 글자이다.

그래서 열 번 도장을 찍으면 한 번 무료 음료가 나오는 스탬프 카드도, 특색 있게 “Take a break”라는 열 글자를 찍어준다.

가게의 소품이며, 인테리어가 심플하면서도 카페 이름에 맞는 일관성이 있어서 딱 한번 방문하자마자 반해서 자주 가고 있다.

처음에는 테이크 아웃으로 시작했지만, 그 후로는 작은 피아노를 닮은 나무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처음에는 혼자 몇 번 오다가 부모님께도 소개해 창가에 있는 3인용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아버지의 아이스 바닐라 라떼 / 5,000원

나는 대개 싱글 오리진 브루잉 커피나 아메리카노 같은 달지 않은 커피를 주로 마시지만, 부모님은 아이스 바닐라 라떼와 플랫 화이트를 드셨다.

어머니의 플랫 화이트 / 4,500원

일반적인 아이스 라떼보다 커피가 많이 들어가, 커피맛이 진하고 덜 달다고 해서 엄마를 위해 선택한 플랫 화이트. (내가 마신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플랫 화이트를 보니, 2년 전의 런던 여행이 생각났다.


#1 플랫 화이트
런던의 인도네시아 대사관 앞에 있던 노점 커피 가게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으로 걸어가던 런던 여행의 마지막 날, 인도네시아 대사관 근처에서 커피 노점상을 발견했다.

Rag & Bone​이라는 이름의 카페였다.

플랫 화이트 / 2018년 3월

런던에 오기 전, 가이드북을 통해 이곳 사람들은 “카페 라떼가 아닌 플랫 화이트를 마신다” 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작 런던에 도착해서는 플랫 화이트는 마셔보지 못하고 피콜로 라떼만 줄창 마셨다. 아마 내가 굳이 피콜로 라떼를 마셨던 이유는, 플랫 화이트는 한국에서도 마실 수 있지만 피콜로 라떼는 마시기 어렵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국 런던을 떠나는 여행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플랫 화이트를 마셔볼 수 있었다. 노점 카페라 앉아서 편하게 마실 수 없었지만, 카페 사장님이 외국인 손님에게 정말 친절했고, 도화지 같은 느낌의 ‘종이컵 감성’도 마음에 들었다. 날씨가 좋아 종이컵을 들고 걷기에도 좋았다.

커피색 종이컵을 들고 플랫 화이트를 홀짝 마시며 웨스트민스터가를 걷다가, 어느 다국적 회사 앞마당에 앉아 남은 커피를 다 마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커알못이라 아직도 피콜로 라떼와 플랫 화이트를 구분하지 못한다. (아마 피콜로 라떼가 우유 양이 더 적었던 것 같다)


#2 스콘과 크림티

‘탭 커피바’에서는 디저트 메뉴도 판매한다. 하나는 앙 버터빵, 다른 하나는 스콘이다. 처음엔 어딘가에서 공수해오는 베이커리일줄 알았는데, 손님이 드문 시간에 밀가루 반죽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홈메이드 스콘이라는걸 깨달았다.


아니나 다를까, 사장님의 인스타 게시물​을 보니 직접 만드신다는 말과 함께 “영국에서 먹었던 맛을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글이 있었다. 게다가 영국식 클로티드 크림이 함께 제공된다는 말과 함께.

나는 ‘영국식 클로티드 크림’이란 단어를 보자마자 스콘을 주문했는데, 정말로 접시 한켠에 클로티드 크림이 나왔다. 런던 여행을 다녀온지 2년만에 먹는 클로티드 크림이었다. 내가 런던을 다녀온 뒤로 항상 그리워했던 그 크림! 차갑고 부드러운 질감이 마치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았다.

대영박물관 옆 ‘티앤 태틀’ / 2018년 3월

대영박물관에 가던 날, 아침 식사 겸 근처의 티앤 태틀​이라는 찻집에서 ‘크림티’에 도전했다.

런던에 가기 전엔 ‘크림티’라는 단어를 보고 크림을 넣은 차(tea)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홍차와 함께 클로티드 크림을 얹은 스콘을 먹는 것을 뜻하는 단어였다.

티앤 태틀에서는 클로티드 크림에 라즈베리 잼을 듬뿍 얹어서 먹었는데, 물론 잼도 정말 맛있었지만 크림이 눈물날 만큼 맛있었다. 함께 마신 홍차의 맛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스콘의 질감도 마찬가지로 기억에 없다. 오로지 부드럽고 달콤한 클로티드 크림과 상큼하고 강렬한 라즈베리 잼만 떠오를 뿐이었다.

윗층의 티샵에서는 클로티드 크림은 아니지만, 다양한 종류의 잼을 팔고 있었다. 나는 라즈베리 잼이라도 한국에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 잼을 들고 대영박물관을 돌아다니는건 너무 무거울 것 같아 박물관 관람이 끝난 후에 다시 가게에 와서 잼을 사기로 했다. 그러나 (대영박물관이 너무 방대한 까닭에) 생각보다 박물관 관람이 길어지는 바람에,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찻집 영업이 끝난 상태였다.


결국 안타깝게도 난 라즈베리 잼을 사지 못했다. 모든지 사고 싶을 땐, 그때 사야 한다. 나중은 없다.

TAB Coffee Bar, May 2020

그 후, 나는 종종 런던에서 마셨던 스콘이 떠올라, 크림티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물색했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연남동을 방문했을 때​, 카페 스콘​이라는 스콘 전문 카페를 찾아갔으나 만석이라 가게를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카페 스콘에서 스콘 먹기에 실패한 이후로는 자포자기 상태였다. 영국식 크림티는 그림의 떡이었고, 난 서서히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을 잊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탭 커피바에서 먹게된 스콘 덕분에 지난 2년간의 그리움이 해소된 느낌이었다. 이제 여기서 스콘과 함께 밀크티나 얼그레이티를 주문하면 ‘크림티’가 되겠다.

여행 감수성을 자극하는 카페 분위기

사장님이 영국에서 거주하셨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탭 커피바의 메뉴에선 은근히 영국 감성이 묻어났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여행도 못 가는데, 동네 카페 덕분에 지난 여행의 즐거웠던 추억들을 되짚어 볼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국집 회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