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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Jul 12. 2020

고양이 마을

궁예와의 첫 만남

5월 16일 토요일


얼마 전,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왔다. 차로는 5분 거리이지만, 예전에 살던 곳과 생활권이 다르다.


도심은 아니지만 모든 편의시설이 도보 5분 거리에 있던 예전 동네와는 달리, 산에 지어진 아파트라 병원이나 약국, 은행, 마트에 가려면 큰 맘먹고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동네이다. 그래도 작은 카페들은 많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전부였던 예전과는 달리, 이곳엔 조금만 걸어가면 개인 카페들이 즐비하다.

큰 호수공원은 없지만, 저수지를 정비해서 만든 작은 호수공원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양이들이 많다. 그게 이사 이후 내 삶의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다.

처음 고양이들을 만난 건 5월 16일 토요일이었다. 아파트에 있는 헬스장에서 간단히 운동을 마친 뒤 나왔더니, 단지 안을 총총걸음으로 다니는 고양이 두 마리가 보였다. 한 마리는 왼쪽 눈에 까만 점이 있고, 까만 꼬리를 가진 흰 고양이였다.

아파트로 올라가는 언덕길에서, 종종 그의 가족일지도 모르는 흰색과 검은색 털이 반반씩 섞인 고양이를 마주치곤 한다.

어느 날은 비슷하게 생긴 흰색 고양이가 동시에 세 마리 뛰쳐나가는 걸 보고, 생각보다 궁예의 일가가 규모가 크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궁예를 알아볼 수 있는 건, 오른쪽 눈에 검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검은 점이 그의 이름의 유래이다.

궁예의 곁엔 등이 회색빛을 띠는 ‘고등어 태비’ 한 마리가 있었다. 처음엔 이 둘이 같이 있는 걸 보고 고양이 부부라고 생각했으나, 고양이 태비를 본 것은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에 성별을 구별할 줄 몰랐다. 많은 이들이 꼬리 아래의 ‘땅콩’을 보면 된다는데 아직 고양이와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꼬리 아래를 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결국엔 외모와 행동 등으로 성별을 추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두 달 후 우연히 이곳의 캣맘분을 만나 그토록 궁금했던 고양이들의 성별을 물어보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반전을 알게 되었다.

여기 고양이들 모두 수컷이에요.”

그동안 암컷인 줄 알고 여자아이 이름을 지어놓은 고양이도 있었고, 한 마리를 목숨 걸고 보살피는 고양이가 있길래 당연히 부모 자식 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형제지간인 고양이들도 있었다.

단발 머리의 캣맘 분은 곧이어 생후 1년이 되지 않은 놀이터의 어린 고양이들 외에는 모두 중성화를 시켰다고 하셨다.


지금도 이 동네 고양이는 열 마리가 조금 넘지만, 길고양이 중성화(TNR) 덕분에 개체 수가 조절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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