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호랑이
6월 28일 일요일
덕이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때쯤 호랑이가 부뚜막에 등장했다.
살이 제법 오른 지금(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11월 말이다)과 비교하면, 6월의 호랑이는 샤프하고 호리호리한 편이었다.
7동에 고양이를 좋아하는 젊은 남자 주민이 있는데, 캣 대디까지는 아니지만 종종 고양이와 놀아주고 간식을 준다. 이날은 호랑이에게 통조림을 주셨다.
호랑이가 다른 곳으로 자리를 뜨기 전에 멸치를 들고 서둘러 나갔다.
호랑이는 통조림을 다 먹고 다시 부뚜막으로 되돌아갔다. 높은 곳도 가뿐히 올라간다.
그 큰 통조림을 혼자 다 먹었으니 얼마나 배가 부를까. 배가 차니 잠이 오는지 크게 하품을 했다. 호랑이 입이 참 크네.
그렇게 졸려? 쉼 없이 하품을 한다.
호랑이는 아래에서 찍을 때 사진이 잘 나온다. 하품할 땐 맹수 같았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면 참 귀엽다. 아기 고양이 같은 순진 무구한 얼굴이었다.
반면, 낯선 고양이(찰리)가 등장하면, 주변을 경계하는 맹수의 얼굴이 된다.
호랑이는 찰리 정도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지, 마음 놓고 계곡에서 그루밍을 시작했다. 고양이의 침에는 항균 성분이 있는데, 앞발에 침을 묻혀 얼굴을 문지르면 그게 바로 ‘고양이 세수’이다.
주변을 경계하지 않을 때는 천진난만하고 명랑한 ‘천의 얼굴’ 호랑이. 몸이 유연한 동물인 고양이답게, 마치 더운 여름날 평상에 앉아 수박을 먹는 사람처럼 바위에 앉아서 피서를 즐겼다.
계곡에 머무르던 호랑이가 갑자기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바위 위의 풀숲이 호랑이 머리 위로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그때 호랑이와 눈이 마주쳤다. 정말 똘똘하고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였다. 참 영특하게 생겼다.
호랑이는 초록색과 잘 어울렸다. 수목 옆에서 사진 찍을 때 더 빛이 났다.
호랑이의 눈을 보며 생각했다.
호랑이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