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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Nov 24. 2020

고비를 넘긴 덕이

첫 번째 기회

6월 28일 일요일


일요일 아침, 집 앞에 계시던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덕이​가 수풀 속에 혼자 엎드려 있는데 상태가 엄청 안 좋아 보인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임종이 가까운 것 같다고, 보고 싶으면 마지막으로 내려와서 덕이를 만나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너무 불쌍하다고 하시면서.

서둘러 내려가 덕이를 봤다. 눈을 꾹 감고 있다가, 어린 남자아이들 때문에 깼다. 그 아이들은 풀숲을 나뭇가지로 찌르고 다니는 등 고양이에게 위험할 수 있는 행동을 했다. 전날도 나타나서 풀숲을 찌르고 다녔는데, 이날도 그랬다. 안 그래도 아픈 덕이가 찔릴까 봐 덕이를 지키러 급식소 위로 올라갔다.

무리 지어 놀던 아이들이 사라진 후, 집으로 돌아갔다가 오후 다섯 시 반쯤 다시 덕이를 만나러 갔다.

아침에 엎드려 있던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조금 이동한 것 같았다. 다행히 덕이는 무사했다.

다 나은 걸까? 일단 생사의 고비는 넘긴 것 같았다. 주변에 있던 밥그릇은 뒤집어져 있었다.

원래 고양이는 하루 종일 자는 걸까. 위독한 모습의 덕이를 보았던 아침부터 저녁식사시간 전까지 종일 잠만 잤던 것 같았다.

“덕이야, 많이 아프니?” 라며 나지막이 물었더니 눈을 뜨고 나를 바라봤다.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얼굴이 부어 있었다.

그렇게 부은 얼굴을 본건 처음이라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여 걱정스러웠지만, 곡기를 끊지 않고 캣맘이 주신 저녁식사를 무사히 마쳤다.

덕이는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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