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마키아또
2017년 3월 29일 수요일
커피를 좋아한다. 라테나 모카, 프라푸치노보다는 커피 자체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아메리카노를 선호한다. 그러나 에스프레소는 거의 마셔보지 않았다. 태어난 이래로, 에스프레소를 주문해 마셔본 것은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싶어 졌다. '물 없이' 커피의 본질에 다가감으로써 커피 원두의 맛과 향을 구별하고 싶어 진 것이다. 싱글몰트 위스키만 해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증류소)가 명확히 있는데, 왜 커피는 그렇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그동안에는 원두 구분 없이 적당히 마셨는데, 이젠 내가 좋아하는 커피 원산지 정도는 발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에스프레소를 마셔보는 건 처음이니까, 우유 크림을 얹은 에스프레소 마키아또를 마셨다. 라테처럼 우유가 들어가서일까, 생각보다 쓰지 않았고 술술 잘 넘어갔다. 그런데 다 마시고 나니 마지막의 우유 거품만 잔에 남았는데, 아무리 털어 넣으려 해도 잔에서 나오지 않아 안타까웠다.
에스프레소는 마치 커피계의 증류주 같았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물배는 덜 차면서 고밀도의 카페인을 흡수할 수 있다. 마치 도수 높은 술을 좋아하는 술꾼들이 배가 덜 부르면서 빨리 취하는 독주를 좋아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