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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Mar 04. 2021

산을 달리다

아차산 등산로 트레일 러닝

2021년 2월 21일 일요일


최근, 주말에 약속이 있어서 하이킹을 할 수 없는 날은 아침에 간단히 동네 뒷산에 올라간다.

아침 운동으로 뒷산 올라가기를 시작한 건 설 연휴 때부터니 정말 최근의 일이다. 하루를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운동이고 산과 걷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잘 맞아서,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할 자신이 있는데 평일에 못하는 게 아쉽다. 결국 평일에 할 수 있는 운동은 평지 달리기 정도인데, 단조로운 코스를 달리는 건 그다지 흥미가 느껴지지 않아 꾸준히 하기가 어려운 게 단점이다.


평일에 하려면 야등을 해야 하는데, 안 그래도 여자 혼자 혼산 하기에 흉흉한 세상이라... 게다가 우리 집 뒷산은 조금만 올라가면 산소(라 쓰고 공동묘지라 읽는다)가 많아서 밤에 귀신 나올 것 같다.

소방서나 여성회관 근처의 간이 등산로로 올라가 정각사 방면으로 내려오는 짧은 코스를 다니는데, 정각사 등산로로 내려오면 등산로 입구에 에어건도 있고, 주변에 카페들이 많아서 모닝커피 하기에도 최적이라 활기찬 주말을 시작할 수 있다.

소방서 등산로는 정식 등산로가 아니라 낙엽도 너무 많은 등 정비가 잘 안돼 있어서 뛰어 올라갔다가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인적도 드물어서 혼산 하기엔 좀 무섭다) 그러나 여성회관 등산로는 아침 일찍부터 등산객이 많고, 초반 5분만 경사가 있는 등 난이도가 가장 쉬워서 트레일 러닝을 시작하기에 좋은 길인 것 같다.

버스정류장 이름으로만 듣던 정각사를, 산에 오르며 처음 봤다

여성회관 등산로가 만만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뛰어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막상 뛰어올라가니 숨이 찼고, 오르막길이 올라간 뒤에도 한참을 헐떡였다. 뛸 생각을 하고 물도 안 챙기고 스마트폰만 가지고 나왔는데, 너무 목이 말랐다. 앞으로는 슬링백에 물은 챙겨서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산하면 바로 에어건을 쓸 수 있는 정각사 등산로

그래도 거창하게 느껴지는 트레일 러닝을 시작하기에는 초보코스인 여성회관 등산로가 제격인 것 같다. 항상 오르막길을 뛰어 올라가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다시는 여기서 뛰지 말아야지’라고 결심하지만, 다음 주말 아침이 되면 ‘오늘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며 또다시 산에서 달리기를 시작한다. 아마 이번 주 토요일 아침에도 이곳을 뛰어 올라가고 있지 않을까. 정각사 출구까지 숨이 차지 않고 달려서 완주할 수 있는 날, 지금 신고 있는 일반 러닝화 대신 트레일 러닝화를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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