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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Dec 01. 2020

코로나 시대의 점심식사

서초동에서

2020년 11월 25일 수요일


라떼아트가 예쁜 따뜻한 카페라떼 / 2020년 11월

월요병을 앞둔 일요일 저녁,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있을 때였다. 단골가게 사장님이 다음 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실시로, 9시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비보를 알려주셨다.

금요일에 있을 저녁 모임에 지장을 받게 된 것도 아쉽지만, 카페에서 오직 테이크아웃만 할 수 있게 된 상황도 아쉽다. 내겐 회사생활에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시간이 출근 전 카페에서 글 쓰는 시간인데, 이젠 빌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결국 아침에는 도서관 같은 칸막이가 있는 구내식당에서 글을 썼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점심 약속이 취소됐다. 예전 같으면 이럴 때 카페에 가서 파니니나 샌드위치를 먹으며 글을 썼겠지만, 이젠 갈 데가 없다. 아침과 마찬가지로 구내식당에 가면 칸막이 자리에서 식사를 하며 글을 쓸 수 있겠지만, 한가한 아침과는 달리 미어터지는 점심시간에는 자리를 차지하며 글을 쓸 수 없는 여건이다.

곰곰이 생각한 결과,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인 브런치 카페​에서는 카페에서처럼 가벼운 식사와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쓸 수 있겠구나 싶었다.

게다가 이곳엔 혼자서 마음 편히 식사를 할 수 있는 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다행히 바 자리는 비어 있었고, 아이스커피와 치킨 아보카도 샐러드를 먹으며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보냈다. 샐러드가 혼자 먹기에 너무 많았고 아몬드 치킨에서 닭 냄새가 조금 난다는 게 흠이었지만, 이곳이 제공하는 ‘공간’ 덕분에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다음날에도 2.5단계로 부서 점심이 취소되어, ‘대체 장소에서의 카페 같은 점심’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역시나 전날처럼 브런치 카페로 달려갔다. 같은 장소를 연이어 두 번 간다는 게 마음이 걸렸지만, 이번엔 오믈렛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뿔싸, 2.5단계 첫날에는 이 ‘아지트’를 몰랐던 사람들이 어찌나 몰렸던지 40분을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나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았던 건지 바 자리도 한 자리도 없이 모두 꽉 찼다고 했다.

“2.5단계로 카페에서 먹을 수 없어서 여기에 왔는데...”
“그래서 다들 여기에 오셨습니다.”

사실 카페라고 바이러스가 전염이 되는 것도, 식당이라고 전염이 안 되는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상황인지, 웃지 못할 코미디였다.

결국 갈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일본식 스파게티 전문점에 갔다. 이곳도 바 자리가 있는 몇 안 되는 식당이기 때문이었다. 예전에도 다녀와서 소감을 남겼지만, 이곳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먹어야 맛있는 곳​이다.

단품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평일 런치세트는 양도 어마 무시하기 때문에 나에게 할당된 점심시간은 먹는데 모두 소요됐다. 나는 식사보다는 글을 쓸 장소가 필요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로 부른 배를 두들기며 사무실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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