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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Oct 25. 2017

뉴욕 현대 미술관, 모마 MOMA

뉴욕 시어터디스트릭트

The Museum of Modern Art



미술관을 좋아하지만 미술관에 대한 글을 쓰는건 어렵다.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어보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예술이었는데, 대망의 첫 미술관은 모마였다. 파리에서 퐁피두 센터에 못간게 한이 돼, 첫 타자는 근현대 미술을 다루는 뉴욕 현대 미술관이 되었다.



미드타운을 지나니 MOMA가 등장했다.



MOMA Design Store, 2017


MOMA는 센트럴 파크 동쪽, 미술관이 밀집해 있는 뮤지엄 마일과는 홀로 떨어져 있다.



현금은 받지 않고 오로지 신용카드만 받는 미술관. 현대 미술관이란 이름에 걸맞게 티켓 뒷장에 현대무용을 하는 댄서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윗층으로 올라가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관람했다. 가장 윗층에서는 ‘Is Fashion Modern?’이라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가오픈 기간인지 모마 회원만 관람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랜드 오픈은 내가 뉴욕을 떠난 뒤라 결국 관람하지 못했다.



Boy in a Red Vest, Paul Cezanne, 1890


자연스럽게 시대순으로 관람하게 되어 후기 인상주의 작품들을 지나갔다. 목 뒤의 그림자 때문에 그림 속 아이의 머리카락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제목을 보니 빨간 조끼를 입은 ‘소년’이었다. 세잔의 작품에는 붉은 조끼를 입은 소년이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 그의 아들인걸까? 그의 그림 속에 빈번히 등장하는 소년을 보면,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이 겹쳐진다.



The Fife Player, Edouard Manet, Paris, 1866


오르셰 미술관에 소장된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이다. 세잔 그림의 소년과 생김새나 화풍은 다르지만 연령대는 비슷해 보여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을듯한 생각마저 든다. 아쉽게도 오르셰엔 두번이나 갔는데 대여 중이었던건지 저 그림을 보지 못했다.



The Starry Night, Vincent Van Gogh, 1889


‘별이 빛나는 밤’으로 잘 알려진 고흐의 그림. 고흐가 귀를 자른 뒤 생레미의 정신병원에 있는 동안 그린 그림이다. 모마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일텐데 생각보다 감흥은 덜했다. 역시나 모나리자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인파가 그림을 둘러싸고 있었다.



론강에 비치는 별빛, 빈센트 반 고흐, 1889


오히려 오르셰 미술관에 있던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 (원제는 론강에 비치는 별빛) 이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살짝 산만한 느낌은 들 수 있지만 강물에 비친, 마치 가로등 불빛 같은 별빛이 낭만적이었기 때문이다.



Tribulations of Saint Anthony, James Ensor, 1940


벨기에 화가 제임스 앙소르의 ‘세인트 앤서니의 고난’ 이라는 제목의 유화이다. 화풍도, 국적도 다르지만 이 그림을 보니 파리에서 봤던 귀스타브 모로의 <알렉산더 대왕의 승리>가 떠올랐다.



알렉산더 대왕의 승리, 귀스타브 모로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알렉산더 대왕의 승리>. 알렉산더 대왕의 인도 원정을 그렸다. 신비롭고 이국적인 풍광이 제임스 앙소르의 <세인트 앤서니의 고난>과 닮았다.



Evening Honfleur, Georges Pierre Seurat, 1886


쇠라의 <옹플뢰르의 센 강 하구, 저녁 풍경>이다.



Evening Honfleur, Georges Pierre Seurat, 1886


점묘법의 대가 쇠라답게 촘촘한 붓터치로 찍어낸 들판 묘사가 돋보였다. 마치 팬지꽃이 만발한 언덕을 보는 듯했다.



Repose, Pablo Picasso, 1908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 피카소의 그림 치고는 덜 파격적으로 느껴졌다. 입체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안정적이랄까. 자세와 머리 모양을 보고 제목을 싯다르타로 했어도 괜찮았을텐데, 라고 생각했다.



아비뇽의 처녀들, 파블로 피카소, 1907


반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더불어 손꼽히는 MOMA의 대표작일듯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생각보다 큰 ‘대작’이었고, <별이 빛나는 밤>만큼은 아니었지만 주변에 관람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다만, <별이 빛나는 밤>은 발 디딜틈 없이 서서 관람했다면 <아비뇽의 처녀들>은 바로 앞쪽에 마련된 푹신한 쇼파에 앉아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림을 감상하는 분위기였다.



Dance 1, Henri Matisse, 1909


앙리 마티스의 <춤>이다. 이 그림을 보면 이중섭의 그림이 떠오른다. 프랑스 화가의 그림임에도, 그림선과 색채가 은근히 동양적이다.



Painting Number 2, Franz Kline


펜실베니아 출신 화가, 프란츠 클라인의 추상화이다. 제목은 <Painting Number 2>로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러나 제목이 특정 사물을 지칭하지 않는다는 건, 이 그림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하나의 그림이지만, 수많은 감상자들에 의해 수많은 의미로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그림을 보고 해안을 향해 돌진하는 프로펠러가 떠올랐다. 불과 몇 달 전에 봤던 영화 <덩케르크>가 떠올랐다. 그림을 보고 <덩케르크> 해안을 향해 죽음을 무릅쓰고 돌진하던 톰 하디가 떠올랐다.



Painting 4, Vasudeo S. Gaitonde, 1962


인도 최초의 추상화가라는 바수데오 산투 가이톤드의 그림이다. 이것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수상마을의 저녁 짓는 풍경’처럼 보였다.



No.3/No.13, Mark Rothko, 1949


그러던 중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리운 한국어가 들렸다. 어린 딸아이와 함께 있는 모녀였다. 어머니가 딸에게 말했다.
“이런 명작은 바닥에 앉아서 오랫동안 봐야돼.”

당시에는 오래 머물지 않고 지나갔지만, 로스코의 그림은 다른 추상화와는 달리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제임스 엘킨스의 책 <그림과 눈물>에서 많은 사람들이 로스코의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데, 일정부분 이해가 되기도 했다. 배경색은 선명하고 밝은 편이지만 내부의 짙은 사각형에서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그밖에도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복도에 걸려 있어서 하마터면 못보고 지나칠 뻔했던 에드워드 호퍼의 <주유소>나 앤드루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 같은. 평소에 많이 인용된 그림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도 있었다.




그림을 보는 중간중간에 통유리로 뉴욕 시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번화가가 아니라 골목을 조망한다는 점도 훌륭했다.





윗층에는 아트 클래스도 열렸고, 1층에는 정원이 있었다.




이런 소소한 공간들로 인해 MOMA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득 남길 수 있었다.




MOMA 주변의 풍경도 좋았다. 적당히 조용하고 적당히 시끌시끌했다.



The Nostalgia of the Infinite, Giorge de Chirico, 1911





뉴욕 현대 미술관

11 W 53rd St, New York, NY 10019






Kathie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감성에세이 <솔직하지 못해서>를 썼고, 여행에세이 <예술과 술의 도시, 뉴욕>, 술에세이 <바에서 쓰는 일기>를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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