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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Jan 03. 2018

나고야의 보물, 야마자키 마작 미술관

아이치현 나고야시 히가시구 아오이

야마자키 마작 미술관 상설전




야마자키 마작 미술관의 가장 윗층에서 상설전이 열린다. 바로크 시대의 파테, 로코코 시대의 부셰부터 모딜리니와 수틴까지의 화려한 여정을 기록한 상설관은 이번 여행에서 발견한 최고의 선물이었다.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사립 미술관인데, 회사의 자금력이 꽤 풍부한지 전날 방문했던 나고야 시립미술관보다 소장 작품, 분위기와 시설이 훌륭했다.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빨간 벽지는 구겐하임을, 소장품과 전시 구성은 프릭컬렉션을 닮았다.


Resting Troops, Jean-Baptiste Pater

바로크 시대의 화가 장 밥티스트 파테가 휴식하는 군인들을 그린 그림이다.



흥미롭게도 군인들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도 동행했다. 위험한 전쟁터에 아내와 어린 아이들을 데려오다니, 잘 이해는 되지 않지만 당시의 관습이었던 것 같다.


Marching Troops, Jean-Baptiste Pater

위의 ‘휴식하는 군인들’에 이은 장 밥티스트 파테의 군대 연작, <행군>이다. 막사를 정리하고, 전쟁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파테의 그림에 등장하는 군인들은 갑옷도, 철갑도 두르지 않아 ‘전쟁터’보다는 생활의 현장에 와있는 듯하다.


The Tease, Nicolas Lancret, 1736

프랑스의 로코코 시대 화가 니콜라 랑크레의 <장난>이라는 작품이다. 랑크레는 당시 상류계급의 취미생활인 댄스, 콘서트, 식사, 유희를 그렸다. 이 그림에서는 젊은 귀족 여자가 풀숲에서 잠든 다른 귀족을 풀로 간지럽히는 ‘장난’을 친다.


Pleasures of Summer, Jean-Antoine Watteau, 1715

로코코 시대의 화가, 장 앙트완 와토의 <여름의 쾌락>이다. 당시 프랑스의 귀족들은 볼로뉴 숲 등에서 밀회를 가졌다는데, 이 작품도 여름의 밀회를 묘사한게 아닐까 추정된다. 그림이 작아서 돋보기를 올려 확대해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Comtesse de Mailly as a Huntress, Jean-Marc Nattier, 1743

프랑스 초상화가였던 장 마르크 나티에르의 작품이다. 그는 본래 역사화가였으나, 상류층 여성들의 초상화를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처럼 그리는 ‘역사적 초상화가’로 탈바꿈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의 모델도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림을 자세히 보았더니, 볼터치가 과하다. 분홍빛 블러셔를 덕지덕지 발랐지만 사랑스러운 얼굴이다. 마치 우리나라 전통혼례의 연지곤지 같기도 하고. 자존심 강한 도도한 표정이 우스꽝스러운 볼터치와 어울리며 허당 같은 느낌을 준다.


The Love Letter, Francois Boucher, 1745

로코코 화가의 대가, 프랑수아 부셰의 <러브레터>이다.



귀족 여성이 숲에서 야생동물들과 함께 연애편지를 읽고 있고, 덤불 너머로 편지를 쓴 남성이 그녀의 반응을 훔쳐보고 있다. 그림 속 여자는 마치 남자가 지켜보고 있다는걸 알고 있는 듯한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Still Life with Fruits and Vegetables, Jean-Baptiste Oudry, 1727

장 밥티스트 우드리의 <과일과 야채가 있는 정물>이다.



흔한 정물화겠거니 하고 지나치려 했는데 햇빛에 반사되는 포도송이의 질감이 너무 탐스럽다. 노랗고 빨갛게 표현된 청포도의 색상 표현이 일품이었다.


Lady Playing Lyre, Vigee-Lebrun, 1804

프랑스의 여류 화가 비제 르브랑의 <리라를 연주하는 여인>이다. 비제 르브랑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전속 화가였다고 한다.

모델은 아마 그 시대의 귀족 여성일텐데, 그녀가 입고 있는 그리스 로마풍의 튜닉이 당시에 유행했었나보다.



그녀의 용모를 보니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았던 레카미에 부인을 모델로 한 두 점의 그림이 떠올랐다.


Dish of Fruit, Pierre-Auguste Renour

몇달 전 파리에 갔을 때, 오르셰 미술관 일일투어를 했다. 투어 가이드였던 이창용 선생님이 르누아르의 그림은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 때문에, 그림 정보를 몰라도 한 눈에 그의 그림인걸 알아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 정말이었다. 르누아르의 정물화는 처음 봤지만, 붓터치를 보고 이름표를 보지 않고도 르누아르의 그림인걸 알아볼 수 있었다.


Madame Renoir and Son, Pierre-Auguste Renour, 1916

그래도 르누아르의 조각 작품까지 알아보지는 못했다. 르누아르가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도 제작했다는건 야마자키 마작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알았다. 이 작은 테라코타 작품은 그의 부인과 아들을 빚은 것이다.


The Wave, Gustave Courbet, 1869

나는 쿠르베의 팬이다. 그래서일까, 이 그림을 본 순간 쿠르베의 그림이 아닐까 생각했다.



2-3년전쯤인가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던 <앵그르와 칸딘스키전>에 초대된 쿠르베의 그림도, 이 작품처럼 파도가 치거나 풍랑이 일었던 것 같다.



멀찍이 서서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니, 우키요에처럼 보인다. 쿠르베도 고흐나 모네처럼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았나보다 싶었다.


Three Young Women, Marie Laurencin, 1935

요즘 예술의 전당에서 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마리 로랑생의 작품이다. 이 그림에서도 특유의 파스텔톤 색채와 마치 현대의 일러스트 같은 여성 모델들이 돋보인다.


Mutton, Chaim Soutine, 1920

섕 수틴의 <양고기> 그림이다. 양고기 중에도 냄새가 안나는 어린 양고기인 램(lamb)이 아니라 늙고 냄새나는 머튼(mutton)을 그린 것이 인상적이다.

수틴은 리투아니아 출신이지만 파리에서 활동한 에콜 드 파리 화가이다. 위 작품에서 보다시피 평범한 사물을 그리지 않았다. 주로 광녀나 수육을 그렸다고 한다.


Wild Rabbit, Chain Soutine, 1923

이 작품은 사냥된 산토끼를 그린 것처럼 보인다. 분명히 토끼를 그렸지만, 죽은 토끼의 표정을 보면 마치 괴물을 사냥한 듯하다.

수틴은 그동안 이름만 들어봤고, 작품을 제대로 본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그의 그림이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들과 닮았다고 느꼈다.


Woman in a Rose Robe, Pierre Bonnard, 1918

전시를 모두 보고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갔더니 엘리베이터 앞에 보나르의 그림이 걸려있었다. 그의 부인을 그린 그림이었다. 큰 그림은 아니었지만, 어두운 진홍빛이 마음을 움직였다.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일본으로 떠나는 서양 미술 기행>에서 읽기를, 미술관 설립자는 이 그림을 시작으로 컬렉션을 확장하여 지금이 이르렀다고 한다. 상당히 기념비적 작품이라 관람의 시작과 끝인 엘리베이터 앞에 전시한 것 같다.



보나르의 그림 바로 옆쪽에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마저 매우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감탄했다.



관람을 마친 후 1층으로 내려가면 뮤지엄숍에서 영어 도록을 구입할 수 있다.


프랑스도, 심지어 유럽도 아닌 일본의 미술관에서 프랑스 미술에 빠져버렸다. 야마자키 마작 미술관의 소장품들은 뉴욕의 미술관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이곳은 히로시마 미술관과 더불어, 내 일본여행의 ‘인생 미술관’이 되었다. 히로시마 미술관의 인상파 작품들 때문에 두 번이나 히로시마를 방문했던 것처럼, 나고야의 야마자키 마작 미술관의 에꼴 드 파리 작품들 탓에 다시 나고야로 향할 것 같다.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그림에세이 <매일, 그림>과 여행에세이 <나고야 미술여행>을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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