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서울 유학생

by 이도시

정확히 언제부터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모든건 자기만의 방을 갖고싶었던 간절함에서 시작되었다.


Screenshot 2025-05-02 at 10.51.08 AM.png 서울로 유학 온 지방사람의 첫 한강 나들이 (아이폰4으로 찍다)

난 평생 나만의 방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어렸을적엔 언니와 수면방과 공부방을 나눠 항상 같은 공간에 있었고

고등학교땐 3년 내내 기숙사 생활을 하며 4명의 룸메들과 방을 같이 썼고

대학에 붙고 다시 언니와 한 칸 짜리 오피스텔에서 둘 다 졸업하고 직장인이 될 때 까지 생활했다.

어느새 신촌의 그 보금자리에서만 9년을 살았다.


부모님은 우리 자매가 월세 낸다고 무리하게 알바를 하거나

월세와 치안을 등가교환 하는 일이 없도록 학교 앞 오피스텔 원룸을을 구해주셨다.


그래서 가끔 무례한건지 순수한건지 둘이서 어떻게 한 방을 쓰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지만

이런 무례하고 눈치없는 사람들이 되려 머쓱할까봐 항상 그래~ 답답해서 못살겠다~ 이사갈거다~ 등등 앵무새처럼 말해왔다. 어차피 살만하다고 해도 안믿을거니까 ㅋㅋ


자매님과 함께 살면서 나도 못해먹겠다는 생각을 안한건 아니지만 오해는 하지 말자.

내가 저러고 산거는 우리 집이 모자라거나 내가 힘들게 살았다고 어필하려는건 아니다.

오히려 난 부모님께 온갖 지원이란 지원은 다 받아오며 살았고 9년동안 좋아서 저렇게 살았다


내가 사랑하는 학교와 가깝고, 항상 학생들이 바글바글하며, 주변에 멀지 않은 거리에 한강과 안산이 있고 인프라도 빠질게 없다. 더군다나 맨날 나가네 마네 하지만 어렸을적부터 껌딱지처럼 졸졸 따라다닌 옆에 언니랑

20대 후반 이모가 되서도 초등학생 처럼 노는게 재미있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답답한고 언니와 나눠써야 하는 낡은 방이지만

부모님 덕분에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도 오고,

취준생활도 버텨 직장인이 되었고 생활비도 아껴 저축도 많이 할 수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자랄 수 있는 생활력은 덤이다.


그러나 둘 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몇 가지 현실들이 나를 직면했다


1. 이 방은 9년 동안 성장한 두 사람의 사회적 / 정서적 행동 반경을 더 이상 수용 할 수 없다

2.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왔다는건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부모보다 더 많은 자산을 쌓아

서울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수도권 어디라도 돌아올 곳이 있다면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며 살아라.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미혼 2030이라면 그건 당신에게 아주 큰 안전망이다.

나에게는 그 안전망이 이 낡은 오피스텔 원룸이었고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항상 생각만 하고 9년 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2020년을 휩쓴 그 녀석

코로나 덕분에 실행에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