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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연필 Sep 30. 2016

도덕의 경계선

예전엔 발 밑에 있는 것 같던 그 선이, 보이지 않습니다.

첫 회사에서 첫 점심을 먹을 때, 우리 팀의 과장님은 나에게 짧고 굵은 질문들을 던졌다.


"어떻게.. 우리 친구는 담배 태우나?"

"아니요"


"그러면 술은 하나?"

"아니요"


"그럼 밤문화는 좋아하나?"

"아니요"


"... 너는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사니... "


진지함보다는 장난이 더 섞인 말투였지만, 그 질문들과 나의 대답은 잊지 못할 첫 점심의 대화였다. 첫 출근을 하기 전에도 지인들의 비슷한 조언은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술과 담배라는 것은, 할 줄 알거나. 또는 잘 하는 사람에게 좋은 기회들이 온다는 사실을. 당시 듣는 자리에선 어쩔 수 없죠 라며 넘어갔지만, 대학이나 군대에서의 보이지 않는 불이익과 차별들이 잠시 생각났다. 


그래도 사회를 향한 첫 행진엔, 열정과 패기가 넘쳤다. 민망하고 당황스럽게 만든 질문이었지만, 곧 잊고서 맛있게 순댓국을 먹었다. 점심을 다 먹은 후엔, 과장님은 도덕적이니 못한 사람이라며 당돌한 결론을 짓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다른 회사들을 거치면서 경험한 여러 일들은 내가 알고 있는 도덕에 대하여 질문하게 만들었다.


제대로 분배되어야 할 지원금들의 잘못된 쓰임들

목적을 이루는 것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행동들

옳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해야 하는 관례들


이런 사례들은, 내가 가진 도덕과 다른 이들이 가진 도덕이 다를 수 있다고 속삭이는 것 같았고, 그렇게 도덕의 경계선을 밀어내고 있었다.








한 번의 욕심 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이유로 도덕이란 경계선을 넘었을 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수 일수도 정말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랬던 사람이 두 번째 그 경계선을 넘었을 땐, 먹고살기 위함이라는 필살기 같은 이유를 말하곤 했다. 곧 뱉으려 했던 옳은 소리와 조언을 멈추게 했다. 그랬던 사람이 세 번째 경계선을 넘어 아무렇지 않게 걸어갈 땐, 뒷모습만을 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미 그 경계선을 넘어 걸어가는 사람이 너무도 많아서.


우리는 도덕이라 칭하는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서 모두 공통된 내용을 배웠다. 학교마다, 시대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일정 기간만큼은 그 도덕이라는 주제는 모두의 공통된 도리였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뭐 대부분은 돈을 버는시기부터지만. 일단 그 시점부터는 도덕은 변질되어 간다. 모두가 배웠던 하나의 기준이 개인적인 영역으로 전락한다.


누군가 첫 번째로 말했을 것이다. 이것은 잘못되었다고. 우리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변 사람들도 동조하며 고치려는 행동을 추구하며 바로잡았을 것이다. 만약 '도덕의 경계선'이란 하나의 연극이 있다면, 그 첫 도입 부분은 이런 내용으로 채워지게 된다. 시간이 지나 절대적 궁핍이나, 조절 불가능한 욕심은 은밀하게 그 경계선을 넘어 이득을 취하게 된다. 그런 사람은 한 명에서 열명이 되고, 열명에서 백 명이 된다. 


다시 누군가가 말했을 것이다. 이것은 잘못되었다고. 우리가 바로 잡아야 한다고. 그런데 이번엔 주변 사람들은 동조하지 않고 침묵한다. 그 침묵한 사람들은 이미 경계선을 함께 넘은 동료가 되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남은 청렴한 사람들은 이전 같진 않지만, 여전히 소리 높여 잘못됨을 지적한다. 처음에 비해 더디지만 문제를 바로잡게 된다. 여기까지가 극의 중반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극의 끝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다. 누군가 말을 하면, 침묵에서 발전하여 경계선 넘어를 합리화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모두가 한 목소리로 '맞아. 아니 뭐 그럴 수 있지!!'라며 잘못을 지적한 사람을 외면하게 된다. 


극의 마지막 부분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비슷하다. 그 이유가 경계선을 넘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n포세대라 불리는 시기인 만큼, 각자의 발전 없는 삶에 지쳤기에 그 도덕이 뭣이 중헌디 라고 소리치지 않을까.


우린 질문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도덕적 경계선은 어디에 있을까

이 선을 밀어낸 적이 있을까

난 이 선을 넘은 걸까

이 선을 넘은 내가 싫어, 넘지 않는 이들에게 손을 내민 적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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