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내 앞을 지날 때마다
나의 안으로 들어와
작은 무엇들을 어지럽히고 가버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주는 나이를 한 줌씩 받아
대충 던져 놓고
정신없이 채워지는 내 안을
묵묵히 바라보며 나날을 보냈다
어느 날
나의 안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의 공간이 되었고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올라왔던 감정들은
순서 없이 구분 없이 막무가내로 등장했다
어떤 감정인지 살피는 것이 귀찮았고
누가 올라와 내 옆에 앉아도 신경 쓰지 않았다
쓰러지고 싶다고 소리 지르는 내 몸과 마음에는
무관심과 귀찮음이 함께 올라와 앉았고
밥은 먹었냐는 부모님의 안부에는
이유 없이 눈물이 올라와 앉았다
몇 번이고 정리를 해보려
내 안으로 내려갔지만
엄두조차 나지 않는 그 난장판은
깊은 한숨을 불러왔다
원망에 젖은 눈빛으로
앞을 지나가는 시간을 바라봤고
시간은 안타깝게 쳐다보며 한마디 던졌다
'그러게 정리 좀 하지 그랬어'
한 대 쥐어박고 싶어 일어섰더니
무기력과 체념이 올라와 내 옆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