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진정한 여행이 시작된다.
배움이 습관이 되어버리면 평생을 배우다가 세월을 다 보내버립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만 배우다가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배우는 목적이 무엇일까요? 배움으로 인해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인생에서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배움은 수단이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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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이 되면 자기 자신에게서 차지하는 배움의 비중이 줄어들어야 합니다. 대신 자기를 표현하려는 용트림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라 배우다가 잘못하면 죽을 때까지 잃지 말아야 할 야수 같은 눈빛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남들에게 들은 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것을 진리로 받아들이면 받아들일수록 자기 눈에서는 원초적인 힘찬 눈빛이 사라집니다. 자신의 주인 자리를 자기가 차지하지 못하고, 배운 내용들이 대신 차지해버릴 때 이런 형형한 눈빛이 사라지는 일이 나타납니다. 공부는 내가 나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 내가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수단입니다.
최진석,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215-2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