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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 인생 Mar 04. 2022

매일 먹는 영양제가 자꾸 늘어난다.

건강을 위한답시고 내가 챙겨 먹는 건강식품이나 영양제가 네댓 가지나 된다. 나이 든 사람들이 아침마다 각종 영양제를 한 주먹씩 복용하고 별라 별 건강식품을 챙겨 먹는 걸 보면서 뭘 저렇게 까지 하나 싶었는데 나도 어느새 그 축에 끼어들었다. 내가 선택한 첫 건강식품은 인터넷에서 발견했다. 시중에 나오는 제품이 아니라 민간요법으로 만들어 먹는 꿀마늘이었다. 마늘과 꿀이 제 각각 몸에 좋기로 정평이 났으니 둘을 합치면 더없이 훌륭한 건강식이라는 믿음이 대번에 생겼다. 냉장고를 뒤져 남아있던 깐 마늘 한 봉지와 주방 수납칸에 박혀 있던 꿀병을 발견하고 무작정 둘을 합쳐 냉장고에 한 달여를 재웠다 먹은 게 첫 시도였다. 날씨가 쌀쌀해진 늦가을부터 겨우내 하루에 한 숟갈씩 먹은 게 벌써 3, 4년은 된 듯하다. 그것 때문에 효과가 있는지는 몰라도 매년 환절기 때마다 찾아오던 지독한 감기를 근래에는 겪어보지 않았다.

 

두 번째는 오메가3 였다. 매년 건강검진을 했지만 무심코 보아 넘겼던 콜레스테롤 수치가 몇 년 전부터 정상 범위를 한참이나 초과했던 게 계기였다. 20년 넘게 해오던 운동을 믿었기에 웬만한 성인병은 나와 동떨어진 딴 나라 일로 생각했었다. 혹 발병이 된다 하더라도 꾸준히 해온 근력운동과 빠르게 걷기 덕분에 가볍게 치유되리라 자만했었다. 하지만 매년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지속되다 보니 걱정이 되었다. 그게 고지혈증이나 고혈압을 유발하고 뇌졸중이나 심혈관 질환으로 연결된다니 겁이 덜컥 났다. 오메가3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관건강을 개선해준다고 TV 건강프로그램에서 보았다. 집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굴러 다니던 오메가3 약병이 그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오메가3를 거쳐 더 효능이 좋다는 알티지 오메가3를 복용한 지 3년이 다 돼간다.


지난해부터는 비타민D도 먹게 되었다. 우연히 딸아이 책상 위에 선물로 받았다는 비타민D가 나뒹굴고 있었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며 햇볕을 거의 쬐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햇볕을 쪼여야 비타민 D가 형성된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까짓 틈나면 산책으로 때우면 되지 싶었다. 가끔 딸아이들과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 따라나서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의학 통계에 따르면 그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하루 필요한 만큼의 비타민D를 섭취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골다공증과 면역력이 부족해 쉬 피로해지는 원인이기도 했다. 예전엔 그런 소리를 들어도 그런가 보다 했겠지만 나이 들어 몸의 노쇠현상을 자주 느끼니 남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 좋은 피로감과 함께 밤마다 숙면을 취했는데, 어느 날부턴가 운동 후에 막노동을 한 듯한 고단함과 함께 자고나도 개운치 않은 날이 많았다. 비타민D를 따로 챙겨 먹을 이유가 충분했다. 그런던 차에 딸이 방치하던 비타민 D를 내가 먹은 게 계기가 되어, 이제 매일 챙겨 먹은 지 벌써 1년은 되는 듯하다.


얼마 전에는 아내가 어디서 구해왔는지 줄기세포로 만든 정체불명의 영양제를 먹어 보라고 했다. 내심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먹어 보기로 했다. 알고 보니 정보를 접한 사람들만 소문을 듣고 알음알음 사 먹는 듯했다. 주변에서 그 약을 먹고 온갖 효험을 다 봤다길래 그 진가가 믿어지지 않았지만, 매일 아침 자고 나면 찌뿌듯한 느낌 때문에 늘 하루가 피곤하던 차에 귀가 솔깃했다. 예전 같으면 그까짓 약 뭐하러 먹냐며 타박을 했겠지만 못 이기는 체하며 먹고 보았다. 한 달가량 먹어보니 그 약 탓이었는지 자연적인 현상이었는지 구분이 안되었지만 자고 나면 개운했다. 아내에게 내색은 안 했지만 계속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이가 드니 몸에 좋다는 소릴 들으면 별라 별걸 다 먹게 된다.


올 초에 새로 부임한 사무실의 간식 탁자에는 각종 먹을거리가 있었다. 그중에서 막대 비닐봉지에 포장된 포스트 바이오틱스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우연히 입이 심심하여 한번 먹은 본 게 계기였다. 무작정 먹으면 혹시라도 부작용이 있을까 봐 인터넷에 검색해보기도 했다. 장내 유해균을 죽이는 유산균과 함께 그 먹이까지 혼합하여 장 건강에 탁월하다는 정보를 접했다. 과자나 캔디처럼 달짝지근한 맛 때문에 썩 내키지는 않았는데 입이 심심할 때면 하나씩 먹어보니, 일주일쯤 후부터 속이 편해지고 배변이 수월해지는 듯했다. 출근하는 날마다 한 두 개씩 먹은 게 벌써 한 달째다. 내친김에 집에서는 후식용으로 어쩌다 한번 먹었던 떠먹는 요구르트도 아예 냉장고에 쟁여놓고 먹는다.




보통 7월이나 8월에 건강검진을 하는데 올해는 6개월이나 당겨 받았다. 책만 보면 머리가 지끈거려 혹시라도 뇌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기에 뇌와 연관된 검사를 하루빨리 집중적으로 받아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검사 결과 뇌에는 이상이 없는데 검진 항목마다 이상 증세 소견이 나왔다. 안과에서 망막변성 의심이, 이비인후과에선 코 뒤쪽 공간에 물혹이 있다고 했다. 내과에서도 상복부에 물혹이 보인다고 했다. 매년 관찰되고 있던 갑상선의 자잘한 혹들도 좀 더 진척된 듯했다. 나이가 드니 전립선 비대 현상도 심해졌다. 특히 콜레스테롤 수치는 올해도 정상범위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를 보여서 불안했다.


아내에게 검진 결과를 보여 주었더니 이젠 다 늙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우선 상황이 의심스러웠던 안과와 내과에 가서 정밀검진을 받아 보라 권했다. 안과에서는 특별히 걱정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고 해서 안심이 되었지만 콜레스테롤이 문제였다. 꾸준한 운동과 더불어 근자에는 고칼로리 음식도 가급적 자제해 왔는데도 변화가 없는 걸 보니 아마 가족력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머니가 오래전부터 고혈압에 시달리시고 형님이 당뇨병으로 고생하셨으니 그럴 공산이 크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을 잘 본다는 내과를 찾아 우선 고지혈증 약을 먹고 있다.




젊었을 땐 가볍게 여기고 지나치듯 했는데 요즘은 나도 건강에 좋다면 뭐라도 챙겨 먹으려 애쓴다. 일부러 찾아서 보진 않지만 채널을 바꾸다 우연히 보게 되는 TV 건강프로그램도 예사롭게 여겨지 않는다. 나와는 상관없는 프로그램이라 여기며 재빠르게 채널을 바꾸곤 했는데, 나이 먹어 몸이 예전 같지 않으니 불편한 부위와 관련된 건강 상식을 들을 때마다 귀가 솔깃해진다. 아내와 함께 마트에 들러도 아내가 반찬거리를 살피는 동안 나는 건강식품 코너를 어슬렁 거리곤 한다.


내가 벌써 이렇게 되었구나 싶다. 나는 세끼 밥만 잘 챙겨 먹고 꾸준히 운동하고 술 담배만 멀리하면 나이가 들더라도 건강하게 살 줄 알았다. 의술이 발달해 인간 수명이 늘긴 했지만 세월의 힘 앞에서 별 수 없다. 오래 산다고 마냥 좋은 인생도 아닌 듯하다.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더구나 수입이 거의 없는 노후엔 건강하게 사는 삶 자체가 돈 버는 일이다. 그게 또 노후에 자식들과 주변 사람들을 덜 고생시키는 길이다. 그러려면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세월과 함께 저물어가는 내 몸을 보노라면 지난 시절이 아쉽다. 돈이던 명예던 출세던 간에 제 몸하나 돌보지 않고 돌진했던 젊은 시절이 부질없다. 그저 큰 탈없이 건강하게 몸을 보전하는 것만큼 다행이다 싶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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