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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 인생 Apr 16. 2022

모임이 취소되면 기쁘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친하지 않은 사람에겐 멋쩍어서 말을 잘 붙이지 못하는 성향 때문이다.

자연히 모임을 기피한다.

어느 모임이든 참석하자고 마음먹을 때까지 많이 망설인다.

학교에 다닐 때나 직장 생활하는 동안에는 숙제 때문에 혹은 일 때문에 불가피 다른 사람과 어울리거나 모임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적인 모임을 즐겼던 기억은 별로 없다.

모임에 참석했던 날엔 집에 돌아오기 무섭게 널브러지곤 했다.

그만큼 사람을 만나는 일 내겐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모임 자체의 물리적 행위가 힘들다기보다는 사회적 활동이 내겐 몹시 고단정신노동다.

예의 바른 행동을 해야 하고 내 속과는 다르게 상대의 기분에 추어 대화하는 데 서툴러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어릴 적부터 제대로 훈련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무리 속에 자연스레 끼어들지 못하는 천성 탓이 더 크다.




물론 내 나름대로 절친하다고 여기는 사람을 만날 때면 격식을 차리지 않고 수다를 곧잘 떨기는 한다.

그렇지모임에 낯선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섞여 다면 이상스레 말문이 막히고 어색한 분위기 속으로 빠져든다.

모임에 갈 때마다 뻘쭘하 십상이고 파할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너무 힘 시간이다.

심지어 내가 그 모임의 중요한 구성원이 아니라는 기분이 들 때도 자주 있는데, 그럴 때마다 한쪽 구석에서 더욱 처량한 기분으로 지루한 시간을 보다.

중간 슬그머니 빠져나올 수도 있지만 나중에 예의 없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감히  용기도 못 낸다.

모임에 참석 의사를 밝혔다가도 당일까지 갈까 말까 끝없이 번민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이런 내 모습 선명하게 예측되 때문이다.

해서, 모임 공지만 받으면 미리 불안해져서 당일까지 참석하지 않을 핑곗거리를 찾느라 고민한다.

나는 한마디로 모임 공포증(?) 평생 벗어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이러니 가끔 내 사정이 아니라 다른 주최 측의 이유로 모임이 취소가 되기라도 하면 뛸 듯이 기쁘다.

겉으로는 아쉬운 척 하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른다.

앓던 이빨이 빠진 것처럼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다.




나는 가깝다고 여기는 사람 경조사에 별로 가는 일이 없다.

당사자들에게 위로나 축하의 인사를 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아니다.

조사 자리에서 많은 사람피할 길이 없기에 어색 상황이 불편 따름이다.

특히 별로 달갑지 않거나 굳이 접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맞닥뜨리는 순간너무 싫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과 특별히 할 말도 없는데 꽤 긴 시간을 같이 있어야 하고 심지 식사까지 함께 해야 한다면 정말 바늘방석에 않은 듯 불편하다.

그래서 식사도 하지 않은 채 상주나 혼주에게 인사만 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더러는 주최 측의 호의에 못 이겨 식사자리에 앉기는 하는데 누군가 아는 채 할까 봐 고개를 깊이 박고 허겁지겁 먹다 나오기도 한다.

그러니 경조사에 굳이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되는 코로나 시국이 내겐 정말 행복한 시절이다.

그럴듯한 핑곗거리를 찾지 않더라도 경조비만 보내면 도리는 지키면서 가급적 사람을 만나지 않을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모임 기피증(?)에 시달리며 살아온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다고 한다.

그러면 미뤄두었던 각종 모임이 다시 기를 찾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답답하게 살아왔던 터라 다들 쾌재를 부르겠지만 내속은 편치만은 않다.

삶에 먹구름(?)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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