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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 인생 May 01. 2022

글쓰기의 어려움

전업작가가 아닌 이상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 참 어렵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쓰기 공부를 시작하고 몇 번의 시잖은 글을 완성하면서 묘한 재미와 뿌듯함을 맛보았기에 나도 글 쓰는 재능이  줄 알았.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게 착각이었음 점점 명료해지고 있다.

마음먹을 때마다 제대로 된 글 한편 너끈하게 쓸 정도의 능력은 내게 있을 거란 신이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내가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가 전업작가가 되려는 희망보다는 삶의 기록 정도는 남겨놓고 싶은 소박한 욕심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혹자는 말했다.

재능과 관계없이 꾸준한 노력으로 름 만족할 정도의 글은 써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쓰다 보면 기대치가 점점 높아져서인지 어느 순간 '난 아닌가 봐' 하는 좌절감이 찾아다.

수많은 전업 작가도 이런 좌절감을 늘 느낀다고 하는데 나 같은 초짜 아마추어 그러려니 하고 말면 그만이다.

허나,  능력의 범위 내에서 부담 없이 쓰고자 하여도 서너 줄을 쓰고 나면 도무지 다음 문장이 튀어나오질 않으니 참으로 답답할 지경이다.

한 때는 노후에 책 읽고 글 쓰면서 멋들어지게 살고자 꿈꾸었건만, 내 능력과 형편이 이 지경이다 보니 부질없는 허몽이 아니었나 싶다.




기라성 같은 글쓰기 고수들은 누구나 한결같이 아무 부담 없이 내키는 대로 뭐라도 매일 꾸준히 쓰라고 한다.

그 조언대로 매일 아침 책상머리에 않아 뭐라도 끄적여 보려 애썼다.

하지만 첫 문장을 만들어 내기가 얼마나 힘든 지 직접 해보니 갑갑하기 이를 데 없다.

 경험을 몇 차례 하고 나면 책상머리에 앉는 것 자체가 잘 되질 않는다.

마치 매일 조금씩 운동을 하라는 말과 비슷하다.

운동을 하는 욕망과는 달리 밖으로 나가려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5분만, 5분만 더 있다가 나가자고 몇 번씩 미루다 결국 그날은 아예 포기하는 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운동하는 행위 자체보다 운동을 착수해 몸을 움직이기까지 의지의 관철이 더 힘 것이다. 마찬가지로 글을 쓴다는 그 자체의 행위보다도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기까지 의지의 관철 몹시 힘다.




그런 의지의 박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글감 하나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내 나이 벌써 오십 후반 줄에 들었으니 그동안 살아온 내력만 놓고 보면 매일 글로 옮길만한 글감 하나 찾는 게 뭐 그리 힘들겠나 싶었다.

그런데도 이것저것 들추기만 할 뿐 뭐하나 이거다 싶은 소재를 건질 수가 없다.

말하자면 풍요 속의 빈곤이다.

재능이 리니 재료가 많아도 제대로 활용을 못할뿐더러 그게 글감인지 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인 듯하다.

또, 재료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것들을 괜찮은 글 한편으 요리해 낸다는 것 사이에 청난 괴리가 있음을 알았다.

의미 있는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어떻게든 마음을 단단히 먹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더라도 맘에 드는 글을 뽑아내려는 욕심이 다음에 따라오기 때문이다.

일기를 쓰듯 그날의 일을 아무 거리낌 없이 쓸 수도 있겠지만 쓰다 보면 남들이 읽을 만한 글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점점 커진다.

그런데도 그와 반대로 유치하기 짝이 없고 몇 마디 쓰지도 못하는 게 고작이어서 그 짓을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아예 쓰고 은 의욕이 꺾인다.

  

하도 답답해서 다른 사람은 어떤가 궁금해 브런치에 들어가 슬며시 확인해보았다.

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 수두룩한 듯 하다.

최근 글을 올린 지 몇 달이 지났거나, 심지어 일 년도 더 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나처럼 갑갑하기는 남들도 마찬가지인 듯싶어 안도가 다.

그랬더니 이번엔 다른 핑계가 생긴다.

나라고 별수 있나 우선 글쓰기를 좀 쉬어보자고.

언젠가는 쓰고 싶은 욕망이 끓어오를 날이 올 것이고 그때 활화산처럼 창작욕을 불태울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가능성만 믿고 만다.

이러다 글쓰기를 영영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




글쓰기가 안되니 책이라도 읽어야겠다 싶었다.

책을 읽다 보면 번쩍하고 글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인용할 문장을 발견하기도 했기에 재충전이 될 수도 있으리라 믿어서다.

하지만 글이 잘 쓰이지 않아 무기력에 빠지다 보니 책 읽기도 건성이다.

이래 가지고 노후에 책 읽고 글이나 쓰면서 우아하게 늙어가고자 하는 내 꿈이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허욕에 머물러 있을게 뻔하다.

여러모로 글쓰기가 말처럼 쉽진 않다.

하긴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이런 넋두리를 해 일도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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