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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May 17. 2016

#66 Having my Hair cut

아 더럽게 비싸네..진짜

요즘 아침에 부시시하게 일어나 거울앞에 설 때면 한 마리의 사자가 눈앞에 서 있는 것을 볼 수있다. 두달전 한국에서 깔끔히 자르고 펌도하고 염색까지한 머리는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머털도사처럼 더벅머리일 뿐이다. 게다가 머리를 말릴 때면 시간소요도 엄청나고, 방안에 거울이 없어서 막 말리다보니 학원에 도착하면 이미 머리는 뒤죽박죽에 안테나가 서 있다. 뭐 겉모습에 신경쓰기에는 이제 너무 익숙해져버린 런던의 일상이지만 그래도 나름 한국의 대표로써 깔끔히 다녀야하지 않겠는가하는 죄책감같은게 있긴하다. 그래서 머리를 자르기로 했다. 항상 머리를 자르겠다고 생각만하다가 실제로 행동에 옮긴건 저번 금요일이다. 여행가기 전날이였는데 사진도 찍을테고 슬슬 정리할 때다 싶어서이기도 했다.


여행을 갔을 때.. 내 머리 상태는 심각했다. 그날 아침에 늦잠을 자서 머리를 아무생각없이 말리다가 앞머리가 돼지꼬리마냥 말려 올라가버렸다. 그것도 옆도아니고 앞으로.. 처음에는 내머리가 이상한지 조차 몰랐다. 그런데 기차에서 내리고 점점 사진찍는 일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를 정리하게되었다. 그런데 머리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마치 모자를 쓴 것처럼 앞머리가 그늘을 형성하고 있었다. 물론 태양에 얼굴이 덜 그을리겠지만... 이건 아니였다. 그 순간 진심으로 머리를 다 잘라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이 바로 그 예약한 날이다. J Hair, 한국인 미용실이다. 워렌스트릿에 있는 곳인데 한국 미용실답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인이다. 오늘 예약은 3시까지였는데 1시에 수업을 마치고 오늘 새롭게 만난 이탈리아 친구와 한국인 친구 한명과 점심을 먹었다. 식사장소는 예전에 한번 갔던 피자 유니온이였다. 최대한 싸고 서로의 취향을 맞추려다보니 피자가 제일 적당했다. 이래저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2시였다. 슬슬 자리에 일어나서 킹스크로스 역으로 향하는데 생각해보니 3시까지는 시간이 꽤남았었다.


그래서 가는 길에 날씨도 선선하고 좋아서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이 흘러감을 즐겼다. 오랜만의 여유로움이였다. 뭐 주말이나 학원 끝나고 집에 박혀서 시간을 때우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 별로 설득력은 없지만 뭔가 다 내려놓고 멍하니 앉아있는 그 시간이 짧은 순간이였음에도 정말 길데 느껴졌다.


시간이 다 될때쯤 도착한 J Hair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건물 내부는 지하에도 시설이 있는 구조였는데 내려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꽤 넓은 구조였다. 그리고 정말 놀라웠던건 안에 스태프들이 전부 영어가 유창했다는 점. 물론 영국에서 일하는데 영어가 유창하겠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자연스러웠다. 이게 편견이긴 하지만 미용사가 영어를 잘하는 모습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외국인도 이 곳을 꽤 많이 들린다는 점이였다. (그래서인지 외국인 미용사도 있었다.)


5분정도의 시간을 기다림 끝에 드디어 고대하던 머리를 자르는 시간이 찾아왔다. 영국이고 워낙 비싸다보니 왠지 머리르 감을 때도 돈을 내야할 것같은 기분이여서 좀 불안하기는 했지만 설마 비용 설명도 없이 하지는 않겠지하고 그냥 신경 껏다. 여기는 외국이라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머리자르는 순서가 한국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보통 머리를 자르고 샴푸를하는게 먼저인데 여기는 샴푸가먼저다. 그리고 자르고 난 뒤에 머리를 행구기만하는 걸로 끝이다.


아무튼 샴푸를 먼저하든 말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오늘 정말 진땀을 뻘뻘흘리며 머리를 잘랐다. 안그래도 머리자를 때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오늘은 심각했다. 내 담당은 약간 나이가 있으신 분이였는데 초장부터 뭔가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듯한 기분이였다. 분명 투블럭으로 좀 짧게 해달라고 했는데 이래저래 영어 섞인 한국어를 늘어놓으면서 어렵게 말하더니 이 정도 길이로 하면 되겠냐라고 해서, 좀 짧은 것 같다고 했더니 그러면 짧은 머리가 아니라고 이정도는 짤라야한다고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미용사 말이 맞겠지하고 그냥 맡겼는데 점점짜르는데 그 모양새가 이상했다. 애초에 투블럭인데 옆머리를 가위로 치고 있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투블럭인데 왜 옆머리를 가위로 자르냐고 하니 두상에 맞춰서 모양새를 맞춘다음에 바리깡을 써야지 그냥쓰냐며 상식도 모르냐는 듯한 말투로 말을한다. 그래서 여긴 진짜 전문적으로 잘 하는 곳이구나하고 속으로 고개를 주억이며 가만히 있었다. 5분, 아니 10분가량 지났을 까.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가위질을 끊임없이 하는데 머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게 아닌가. 절대 투블럭이 아니였다. 그래서 잠깐 멈추고 지금 투블럭 하고 있는게 맞냐고 물으니 아니라고한다. 이건 또 무슨 골 때리는 소린가 싶어서 말똥말똥 쳐다보았더니, 짧게 자르면서 어떻게 투블럭을 할 생각을 했느냐라고 한다.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돈을 얼마내고 머리를 자르는데... 그것도 실패 안하려고 굳이 한국 미용실까지와서 자르는데 머리를 망치다니...


5분간 실랑이를 벌이고나니 이야기가 정리가 되었는데, 이 모든 원흉은 바로 '짧은 머리' 였다. 내가 머리 자르는 기간을 최대한 늘릴려고 좀 짧게 잘라달라고 했는데 말하는 도중에 머리가 짧으면 투블럭이 힘들다고 하기는 했다. 그래서 난 짧게해서 투블럭으로 해달라고 했는데, 그 놈의 머리길이를 정할 때가 문제였다. 빗을 자처럼 사용해서 머리길이를 정한적이 있었는데 내가 선택한 길이로는 투블럭이 불가능해서 그냥 짧게 쳤다고 한다. 아니 그러면... 내가 그렇게 투블럭을 강조해서 말했는데... 하... 어쨋든 이미 잘라버린 머리를 되돌릴 수는 없으니 그냥 포기했다. 그리고 자르고 난 뒤에 정리하고 나니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다만 한가지 더 불만인점은 왁스가 필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다시 쓸데없는 비용이 지갑에서 빠져나갔다. 2개월이 넘어가니 슬슬 생활에 필요한 비용이 생겨나고 있다. 도대체 돈 쓸일은 언제쯤 끝나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더 안늘어나도록 노력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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