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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Aug 16. 2016

Season2, 루이비 똥

특별한일이 없을 땐 과거를 우려먹어야지

오늘도 특별한 일 없는 무난한 하루였다. 익숙함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지만 이럴 때를 대비해서 꿍쳐둔 이야기가 있으니 오늘은 얼마 전에 있었던 명품백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영국와서 제일 안타까웠던점은 학생비자로 인해서 정식으로 일을 할 수가 없었단 것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할 수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제는 아예 틀어막혀버렸다. 물론 이래저래 찾아보면 일을 할 수는 있지만 급여가 워낙 쥐꼬리 같아서 애써 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게다가 대부분이 한국음식점이라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던 찰나에 친구로부토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잠깐 시간내서 용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있다고하는게 아닌가. 안그래도 요즘 이래저래 돈이 궁핍한 실정이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친구도 아는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일거리인데 명품백 대행구매였다. 처음에는 아리송했다. 명품백을 대행구매해준다니? 내가 직접사서 택배를 보내햐는건가? 그렇다면 택배도 보내러가야하고 택배비도 따로받아야하고.. 이래저래 골치아플게 분명했다. 그래서 약간 우물쭈물하려던 찰나에 쇄기가 날라와 박혔다. 아무런 귀찮은 거 없이 그냥 구입만 해도 돈을 받는다는 것이였다.


알고보니 일종의 사업형식으로 한국에 없거나 수량이 너무적어 품절된 물건들을 현지에서 구입해서 한국에서 재판매하는 형식이였다. 그렇게 사들이는 바이어가 있었고 그 사람들이 우리같은 학생들이나 사람들을 고용해서 백을 사들이는 것이였다. 이곳에서 사면 한국보다 최소 10프로는 싼데다가 한국에가면 돈이 더 붙어서 팔리니 꽤 짭짤한 사업이였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굳이 물건을 대신 구입하는 알바생이 필요한가. 사실 이 알바에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일 처음 든 의문점이였는데, 이걸 물어보니 친구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어떻게 그걸 몰라?' 라는 표정에 아주 순진무구한 눈망을로 똘망똘망 올려다보니 한숨을 내쉬면서 설명을 해주는데 정말 놀랐다. 명품백에 그런 사연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암투가 있었을 줄이야. 괜히 명품이라고 불리는게 아니였다.


짧게 설명하자면, 일종의 희소성의 법칙에 의한 물량 조절이였다. 아무리 명품이 비싸도 일정량 이상의 물량을 팔아야 수입이 들어오는 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구마구 찍어내어 팔아버리면 희소성이 떨어져서 가격도 떨어지고 브랜드 이미지도 덩달아 나빠지는법. 그래서 이놈의 명품 브랜드들이 시행한 방법이 바로 반년간 한명당 3개만 구입가능하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사재기도 줄어들고 희소성도 유지된다. 뭐 내가 경제학을 전공한게 아니라 세세한건 모르지만 대충 이런 이야기다. 아무튼 이 때문에 이런 사업이 돈이 꽤 된다고한다. 덩달아 나같은 소시민도 가볍게 용돈도 벌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학원이 끝나자마자 백화점으로 향했다. 해러즈라는 백화점이였는데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백화점이였다. 겉모습도 영국에서 흔히 볼법한 건물 양식으로 지어져있었고, 안은 거의 미궁수준이였다. 뭐랄까 건물 2덩어리를 껍질로 싸서 다시 흔들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였다. 입구는 얼마나 많은지 입구마다 숫자를 붙여놨다. 몇개인지 다세어보진 않았지만 못해도 8개는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는 금색, 투명색, 은색 등 종류별로 있었고, 곳곳에 비밀에 방처럼 예상치 못한곳에 있는 비상구들이 마치 호그와트에 온듯한 기분이 들게했다.

 

 만나기로한 입구를 찾고, 층 수를 찾고, 그 곳에서도 한번더 헤매어 겨우겨우 만났다. 만나서 가볍게 설명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꽤 복잡했다. 일인당 몇개라는 제한이 붙는 것 처럼 여권이 필요했고, 구입도 기프트카드로 해야했으며, 제일 골때렸던건 우리여권이 아닌 다른 여권으로 구입하는 방법이였다. 다른여권이라니? 처음에 이건 무슨 멍멍이 소리지 하고 있는데, 명품점들의 방침들이 알고나니 죄다 구멍투성이였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구매 수량제한 때문에 매장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 이 방침이 판매점들의 구매실적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매장마다 분기 실적을 채워야하지만 많이 팔 수 없으니 실적에 문제가 생기는건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웃긴게 이 방침을 몰래 몰래 피해 사재기를 하려는 사람들과 니즈가 일치해버리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아무리 명품이라도 강매는 할 수 없는법. 자연스럽게 물건을 사려고 목매는 사람들과 암묵적인 협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매장이 매상 저하에 허덕일 때면 바이어들에게 연락해서 물건좀 사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억지스러운 방법이라도 눈감고 넘어가기도한다. 가짜 여권을 쓰더라도 말이다. 자주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여권을 두고왔다고 하고 사진으로 찍어놓은 가짜 사진을 보여줘도 구매가 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여권번호가 맞지도 않는데 말이다. 한마디로 여권 번호 찍어놓는 것은 거의 형식적인 절차였다. 다만 이 방법이 언제나 먹히는건 아니다. 영국인들보다는 유색인종에게 더 잘 먹히는 방법이라고 한다. 해외에서 일하러 온 사람들은 짤리지 않기 위해 실적에 목매는데 그래서 의심같은거 없이 그냥 팔아준다고 한다.


그래서 가짜 여권으로 구매를 하러갔다. 처음엔 엄청 쫄았다. 사기친다는 느낌도 들기도 했고, 이런 명품관에 단 한번도 와본적도 없고 물건을 사본적은 더욱이 없기 때문이다. 친구와 나는 최대한 안 어색해보이기 위해서 아무러치 않은척 해보았지만 누가봐도 어색하기 그지 없는 몸짓이었을 뿐이였다. 이래가지고는 안되겠다 싶어서 비어있는 카운터가 눈에 띄자마자 바로 돌진해서 질러버렸다.


자 여기서 명품을 구입하는 방법을 소개해드립니다. 어려울 것 없으니 잘 보세요.

1. 우선 직원에게 말을 건다. (사실이게 제일 어려움... 리얼...)

2. 가짜여권을 사용한다면(혹은 정말로 여권을 두고왔다면) 구입하기전에 먼저 여권을 두고왔는데 사진도 괜찮냐고 물어 봅시다. 나중에 안된다고해서 시간낭비하지 말고.

3. 흔쾌히 받아들여지면 졸이던 마음에 물을 콸콸 쏟아붇고 평온함을 되찾으시면 된다.(만약 아니라면.. 글쎄 어떻게할까요 그런 뻘줌한 상태에선.. 사실 여권이 있다고 할 것도 아니고.. 알아서 대처하면 될 것 같다. 물론 영어로.)

4. 그럼 이제부터 정보 입력에 들어가는데 가짜 여권같은 경우는 그냥 아무 번호나 부르면된다. 가끔 사진에있는 여권번호를 적으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진짜 아무번호라고 상관없으니 신경 쓰지 말자. 그 뒤에 주소, 번호 등 을 기입하고 싸인한번만 하면 구입준비 왈뇰다.  

5. 그리고 미리 준비해둔 상품 사진들을 보여준다. (같은 상품은 2개이상 못사기 때문에 여러개 준비해가길)

6. 사진을 넘기면서 보여주면서 있는걸로 달라고 하면 된다. (가끔 얘들이 있어도 없다고 하는게 있는데 뭐... 진짜 원한다면 따져도되고 아니라면 쿨하게 넘깁시다. 구매목록에는 다른 명품들로 가득하니깐요.)

7. 물건을 다 고르면 직원이 한하나 가져와서 보여주는데 이 때, 베이지나 흰색상들은 ... 무슨 색바램 같은거 잘 살펴봐야한다고 한다. (나중에 색 이상하다고 환불하려고하면 니가 오래쓰고 거짓말하는 거라고 태세변환 한다고 합니다.)

8. 잘 살펴봤으면 구매 결정!


일고나니 그냥 마트가서 물건사는거랑 별반 다를게 없는 것 같다면 착각이다. 그 현장의 짜릿함을 다 녹아내지 못한 한심한 글재주라 직접 한번 경험해보는걸 추천한다.


아무튼 첫번째 구입은 꽤 성곡적으로 끝났다. 보통 한시간 이상 걸린다고 하던데, 두명에서 물건 6개사는데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생겨서 뭣도 모르고 패기를 부렸다. 이 영수증의 잉크가 마르기전에 우리 진짜 여권으로 6개 더 사오겠다고 호언장담을하고 또 다시 루이비통으로 향했다.


오만이였다. 너무 만만하게 봤었는지도 모른다. 급했었기도 했고 운이 없기도 했다. 하필이면 다 구입하고 결재하기 직전에 이전에 팔았던 사람과 맞닥드릴줄이야... 그 직원이 우리가 얼마전에 사갔다고 팔 수 없다고 훼방을 놓았다. 뭐  FM으로 하면 여권 번호다르다고 징징 거릴수도 있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굳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왠지 자존심도 상해서 포기했다. 그래서 그냥 돌아가려는데 마침 위층에 다른 루이비통 매장이 있다고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려보기로했다.


아까 앞에서 백화점이 미궁같다고 했었는데 위층에서 루이비통을 찾다가 친구랑 잠깐 헤어졌는데 그대로 길을 잃고 말았다. 내가 약간 폐소공포증이 있는데 (심하진 않다. 그냥 이불을 뒤집어쓰면 불안감이 몰려오고 답답함에 토할 것 같은 정도) 그 복잡하고 얽힌 백화점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고나니 답답함이 몰려왔다. 게다가 주변이 온통 향수 매장이였는데 그 강렬한 냄새가 더욱 속을 어지럽게 했다. 카톡으로는 친구가 어디냐고 왜이렇게 안오냐고 닥달하는 중이고, 미안한 마음에 계속 돌아다니지만 출구조차 찾지 못하자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버렸다. 어떻게 물어물어 건물 밖으로 나가긴했는데 이미 3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간 뒤였다.


재밌는 경험이였지만 이래저래 꼬인 하루였다. 아무튼 헤어지면서 다음에도 부탁한다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두번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서둘러 목례만하고 헤어졌다.


여기서 어떻게 마무리 해야할지 모르겠으니 그냥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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