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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Apr 21. 2016

#40 Cooking for the 2nd time

토마토 파스타!

영국에 오기전에 영국생활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바라던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요리와 함께하는 영국 생활이다. 자취 생활을 한번도 해보지 못해서 혼자살면서 요리를 하며 만찬을 즐기는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모습이 약간 환상처럼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제껏 써온 일기를 다시 살펴보면 요리에 대한 갈망이 담긴 일기가 많다. 박물관을 다녀와도, 공부를 해도, 맥주마시고 신나게 놀아도 요리하고싶다는 이야기가 곁다리로 끼어있다. 이런 갈망이 결실을 맺었던게 얼마전에 했던 토마토 계란 볶음이였다. 사실 이건 요리라고 하기도 좀 그런게 아침용 레시피인데다가 준비과정도 정말 간단해서 라면 끓이는 것과 비슷한 정도다. 계란 풀고 붓고 비비고 토마토넣고 마저 볶으면 끝이다. 그래서 저번에 요리란답시고 올렸지만 아직 마음속에서는 성이 차지 않았다.


영국에 오기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음식이 있었는데 바로 파스타다. 대학생활 중 요리좀 해봤다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가장 먼저 파스타를 할 줄안다고 했었다. 이게 파스타가 쉬워서 그런건지 잘한다는걸 뽐내려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파스타라고하니 일개 라면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차이였다. 그래서 나는 옆에서 파스타를 할 줄 안다고하면 선망에 찬 눈으로 쳐다보며 나도 요리 잘하고싶다 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품었다. 물론 생각만하고 실천으로 옮기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자취라는 극한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나같이 요리에 젬병인 사람도 요리를 하게 만들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런던에 오고 기숙사에 한달있으면서 기숙사 환경을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모든 핑계가 사라지고 손털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학원을 마치고 평소와 같이 복습을하고 불현듯 얼마전에 다 읽은 해리포터가 기억이 나서 학원 미디어센터에서 해리포터 불의 잔을 잠시 보다가 귀가했다. 튜브에서 내리고 버스를 갈아타려고 하는데 생각해보니 저녁으로 해먹을게 없었다. 물론.. 토마토랑 계란이 남아서 또 토마토 계란볶음을 해먹으면 되겠지만 문득 이제껏 미뤄온 파스타를 시도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튜브역 근처의 세인스버리에 들려서 각종 재료를 사기 시작했다. 재료를 고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역시나 가격이다. 맛을 따지기에는 내가 입이 싸고, 요리재료를 골라본 경험이 없어서 그냥 맨땅에 헤딩한다는 생각으로 재료를 샀다. 인터넷에 수많은 레시피를 찾아보면서 공통적인 재료들로 골랐다. 기본적인 파스타면, 토마토소스, 양파... 그리고 식용유가 있지만 얼마전에 버터로 파스타 소스를 만들던 플랏메이트를 보고 버터도 한팩. 진짜 그날 버터향기 맞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버터향은 역시나... 진리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기. 베이컨이였는데 큐브처럼 썰려서 팩으로 담겨져있었다. 양을 보아하니 3번에서 많으면 4번까지 먹을 수 있어서 괜찮겠다 싶어 구매. 이렇게 모든 재료를 싸들고 집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먹었던 토마토파스타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집에 도착했는데 뜻밖의 선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얼마전에 신청한 라면이였다. 내가 어학연수를 올 때, 유학원을 거쳐서 왔다. 이래저래 할인혜택도 있고 준비함에 있어서 수월했기 때문이다. 어쨋든 유학원에서 진행하는 이벤트가 몇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유학생일기를 작성하면 라면 한박스를 무료로 제공해준다는 이벤트다. 마침 런던와서 매일매일 일기도 쓰고 있고 여기서 아무거나 하나 골라서 올리면 되겠지하고 이사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이사하기전에 괜히 미리 받았다가는 짐만 늘어나는 꼴이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물론 어제 결국 기다리지 못하고 라면을 사먹었지만 말이다. 박스를 뜯으니 신라면 20봉지가 나를 반겼다. 얼마만이냐 이게.. 순간 눈물이 핑 돌뻔했다.

뭐 푸념은 여기까지 하고 요리로 넘어가자. 요새 몇번 요리를 하면서 느낀건데 요리 초보자의 가장 문제가 바로 과정간의 시간 조절이다. 사람이고 손가락 달린 이상 어떻게든 칼로 썰고 자르고 깎고는 해내는데 태우고, 불어터뜨리고, 간이 짜거나 싱겁거나 이런 작업들을 못하니 요리초보라고 하는 것이다. 파스타도 동시에 두가지를 진행해야하는데 이게 정말 골치였다. 면을 삶고 양념을 만들어야하는데 일단 시작은 좋았다. 물을 끓이는 동안 양파 껍질까고 잘게 썰고 버섯도 썰었다. 그리고 미리 후라이팬에 버터를 깔고 불을 지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뭐 간단하게 썻지만 실제 요리할 때에는 허둥지둥이였다. 냉장고를 계속 왔다갔다하고 숫가락도 소스용, 볶음용, 버터용 진짜 잔뜩 꺼내가면서 앞뒤 순서도 없이 요리를 했다. 전체적인 순서는 인터넷의 레시피를 따랐지만 디테일하게 설명해두지는 않으니 어떻게든 결과만 같도록 동분서주했다.

면이 다 삶아질 때 쯤 소스를 미리 볶고있던 야채와 고기 위에 뿌려 본격적으로 파스타 소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소한 버터향과 베이컨, 버섯, 양파, 토마토소스향이 한데어우러져 침샘을 자극했고, 위에서는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서둘러 면을 채에 거르고 면을 삶던 물 조금과 면을 팬에 집어넣어 마지막으로 버무렸다. 후후... 그리고 드디어 완성. 진짜 완성되었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 이루어 말할 수 가 없다.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정말 맛있었다. 진짜 시중에파는 식당의 파스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정도. 나 자신의 재능에 놀라고 맛에 두번 놀랐다. 생에처음으로 혼자 해먹는 뿌듯한 저녁. 이로써 어학연수 오기전의 목표리스트 중 하나를 진정으로 달성했다. 이 기세로 다음에는 좀 더 있어보이는 요리를 도전해봐야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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