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고 싶은 나에게 하는 말
와! 일어나가 정말 힘들다.
한시간을 씨름한 끝에 이불을 벗어날 수 있었다.
어제 특별히 과한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온몸 구석구석이 쑤시고 결린다.
왜 이럴까?
오늘은 아침 일기를 꼭 쓰고 싶었다.
그렇다고 딱히 어제, 아니 최근에 뭔가 글로 남겨둘 만한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여전히 지루한 일상, 때로는 쓰리고 아린 일상을 묵묵히 견디고 있을 뿐인데도......
그래.
어쩌면 일기를 쓴다는 건 아린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고양이가 되어 내 몸 구석구석을 구루밍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겠다.
궁지에 몰려 옴짝달싹 못 할 회삿일에 직면하고 있다.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일.
병원에서 처방받은 안정제까지 먹고 있는 나는, 그런데도 여전히 일을 미루며 어제도 백 쪽의 책을 읽고, 무슨 배짱인지 5년 전에 시작했다 포기했던 자격증 시험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나 왜 이러지?
오늘의 결심이다.
아침부터 가장 급한 일을 처리한다.
연석회의 자료를 수정하고, 회의 시나리오를 쓴다.
다음 어제 수명받은 단순한 일을 지시해 처리한다.
그리고 나를 궁지로 몰아넣은 그 거대한 일과 맞설 것이다.
딱 열흘만 말이다.
될 것 같지 않은 일에 맞서 보자.
그러면 혹시 아나?
물길을 터줄 작은 구멍이라도 낼 수 있을지?
오늘!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