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페인 여행기
(정보 없는 신변잡기 이야기)

08. 프리힐리아나, 네르하, 론다 거쳐 세비야 입성

by 온평리이평온

[여행 9일차]


오늘은 데이투어날이다.

어젯밤에는 비가 오더니, 여명이 비치는 하늘은 낮은 구름이 잔뜩 깔려 있다.

해가 좀처럼 뜨지 않는다.

넓고 쾌적해서 좋았던 알바이신 호텔을 뒤로 하고 데이투어 가이드를 만나기 위해 8:30까지 미팅 장소로 향한다.

맑아서 하늘이 파란 날, 그라나다에서 하루를 더 묵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왠지 이 도시가 품고 있는 매력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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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되고 벤츠 밴이 앞에 선다.

우리 가족과 다른 모녀가 데이투어의 멤버이다.

가이드는 운전을 하며 조곤조곤 스페인의 역사며, 정치 경제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졸음이 까무룩까무룩 왔다 갔다 한다.

그라나다를 벗어나 두 시간을 운행을 해서 프리힐리아나에 도착한다.

그사이 날이 활짝 개었다.

파란 하늘을 만나니 기분 역시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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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힐리아나 마을은 중세의 마을이라 하는데, 더위를 피해 벽을 하얗게 칠한 것이 이국적이고 깔끔해서 좋았다.

날도 따사로왔고 이 골목 저 골목을 다니면서 햇빛 샤워를 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행복했다.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비록 캡슐커피에 우유를 탄 것이지만, 커피 맛도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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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힐리아나를 떠나 네르하로 향한다.

근처 해변가의 도시였는데, 신들의 정원이라는 발코니에 가서 햇볕을 가득 담은 지중해를 바라본다.

더 넓은 일요일 오전이 햇빛 내리는 온평리 바다 같았다.

광장에는 멋쟁이 악사가 기타를 연주한다.

햇볕과 음악이 조화를 이루어 기분을 고양시켜 준다.

가이드는 기가 막히게도 사진 잘 나오는 포인트들을 알고 있다.

바닷바람으로 머리가 날렸지만 가족 사진 몇 장을 찍어준다.

그렇게 오전 투어를 마치고 이제 론다로 향한다.

론다까지는 두시간 여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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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의 풍경이 달라진다.

오렌지 나무와 올리브 나무가 쉬듯이 줄지어 낮게 자란 언덕들을 지나고, 추수가 끝나 휴경지인 밀밭과 해바라기 밭을 지나 바위산이 우뚝우뚝 솟은 산악지대를 굽이 돌고 가끔은 터널도 통과한다.

나는 이 여정에서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편다.

여행이 길어지니 더 여행이 좋아졌다.

여행의 막바지인 지금, 한국에 돌아가 어떻게 현업에 복귀해야 하나를 고민해야 하는데, 엉뚱한 상상만 하고 있으니 큰일이다.

10년 뒤 은퇴를 하게 되고 안식년을 받게 되면, 한달살이 개념으로 세계여행을 꿈꾸고 있는데, 구체적인 코스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나의 1년 세계여행 코스를 짜본다.


1월. 추운건 싫으니까, 필리핀 인도네이사 화산투어와 섬투어를 4일간 체류하는 방식으로 한다.

2월. 치앙마이 한달살이를 한다.

3월 보름. 동남아시아 투어를 한다.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 일본 가나자와에서 한달살이를 한다.

4월 중순부터 4월 말. 중국 대리에서 보름살이를 한다. 고성과 트래킹, 명산 순례를 한다.

5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

6월. 포르투칼 포르투에서 한달살이를 한다.

7월. 조지아에서 한달살이를 한다.

8월. 이란에서 한달살이를 한다.

9월. 아프리카 튀니지나 모로코에서 한달살이를 한다.

10월. 아프리카 종단여행을 떠난다.

11월. 호주, 뉴질랜드 여행을 한다.

12월. 이건 나도 모르겠다. 아시아쪽 해야 12월 말에 귀국할 수 있다.

아무튼 즐거운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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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다에 도착해서는 가이드 부모가 운영하는 한식당에서 제육볶음으로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도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그리고 걸어서 론다 시내 구경을 한다.

헤밍웨이 산책길 맛을 보고 론다의 구시가와 신시가를 잇는 뉴에보 다리를 걷는다.

어쩜 저 아찔한 협곡에 돌을 쌓아 다리를 이었을까.

내가 이 다리 위에 서 있지만 그 지난한 과정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아이를 위해 젤라또를 먹었다.

이제는 아이유가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는 포토존으로 향한다.

도시를 내려와 협곡 아래로 가서 걸어서 이동한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올라 걸었던 다리가 저 멀리 배경으로 걸려있다.

밑으로는 자그마한 폭포가 흐르고 있었다.

많은 관광객 틈바구니에서 인생샷 몇 장을 건지고 다시 밴에 올랐다.

이제 관광은 끝이다.

시간이 벌써 16:30분이 되었다.





론다에서 세비야까지 두 시간을 달려야 한다.

날은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둑하고 비가 흩뿌렸지만 여정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낮은 구릉이 연이어 펼쳐졌다.

겨울이라 대부분은 황량한 풍경이었지만 목장같은 초지에 동그란 나무들이 점점이 서있는 그림같은 곳들도 나타났다 사라진다.

내가 운전자라면, 이 풍경에 홀려 잠시 멈추고 카메라를 들었을 것이다.

안달루시아의 평원은 너무나 아름답다.

금새 하늘은 어둑해진다.

가로등이 하나둘 밝히는 세비야 시내로 들어선다.

오늘 묵을 숙소는 세비야 광장 근처의 호텔 히랄다 센터다.

방 2개를 잡았는데, 이번에는 우리 부부, 아이들 이렇게 나뉘어 묵는다.

아이들은 왠지 모를 해방감에 함박 웃음을 짓는다.

체크인을 하고 잠깐 씻고 저녁을 먹으려고 밖을 나선다.

날이 좋으면 걸어서 가련만.

비가 흠뻑 내리고 있어서 프리나우 앱으로 택시를 부른다.

점찍어둔 바에 도착했고 다행히 자리가 있어 바로 자리를 잡는다.

그런데 역시, 주문하는 것부터 난관에 처한다.

손짓발짓 하다가 나중에는 그냥 시, 시 하는 것으로 끝을 내고 가져다 주는 데로 먹을 수 밖에 없다.

맥주와 콜라를 곁들인 타파스를 시키고, 빠에야를 시켰다.

그럭저럭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빠에야는 마치 고산지대에서 설익은 밥같은 식감으로 잘 씹히지 않았다.

해산물을 골라 먹고 밥은 반절을 남겼다.

밥값으로 10여만원이 나왔다.

헉! 하면서도 카드로 지불할 수 밖에 없다.

아껴써야지 하는 마음이 불현 듯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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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대성당이 지척이다.

가로등에 비친 웅장한 대성당은 나를 압도한다.

걸으며 압도감에 빠져 들고 싶지만, 우산도 없는 우리는 세찬 비를 맞을 용기가 없다.

다시 택시를 불러 타고 호텔로 귀가한다.

호텔 근처 마트에 들러 귤 대신 오렌지를 사고, 작은 콜라 대신 큰 콜라를 사는 우를 범하면서도 먹거리를 사왔다.

호텔에 입실해서 이제 하루 마무리를 한다.


인터넷으로 한국소식을 귀동냥 눈동냥 하다가 깊은 밤에 홀려 나도 모르게 잠에 빠진다.

이렇게 여행의 종반부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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