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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Aug 12. 2023

*아웃사이더는 없다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98)



늘 다니던 길에서 벗어나 조금만 더 돌아서 와도 피곤했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그랬다. 익숙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해서 새롭게 인연을 맺는 일도 어려워했다.


어떤 사람이건 두 번만 만나면 구면이 되고 친구가 되는 친화력이 뛰어난 사람(내 친구 중에 그런 친구가 있다.)을 경이롭게 바라볼 뿐, 닮고 싶지도 그럴 변죽도 내겐 없었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려는 소심함과 시작할 거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만들어낸 병증이 만들어낸  몸의 신호였다.


보편적인 범주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 새롭게 길을 터 나가는 진취적인 성향은 아니었다.


학창 시절은 착실하고 적당히 공부 잘하는 범생이에 안주했고, 사회인이 되어서는 능력은 있으나 전혀 사회적이지 못한 골샌님 같은 직장인이었다.

돈도 빽도 없는 주제에 상사의 위 맞추는 일에 젬뱅이었으니 늘 아웃사이더인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업무는 무겁게 받고 포상에서는 늘 제외되는.

명퇴라는 제도에 미련 없이 올라탄 이유이기도 했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거나 이루지 못할 꿈 때문에 감정을 허비할 여력도 없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여유를 부릴 만큼 넉넉한 것도 아닐 것이 분명하니까.

그저 무탈하게 내게 온 오늘에 감사하며 날마다 내 힘이 닿는 만큼 일하고 관계를 이어가며 살아가려 한다.

주어진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다 하되, 어떤 자리에서건 쉽게 동요하거나 섭섭해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을 둔다.



여러 사람 앞에 서는 일도 젊음에 얹힐 때가 아름답다. 나이 든 사람은 나이 먹은 사람답게 은은한 배경이 되어줄 때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앞으로 나서기보다 뒷걸음질 쳐 물러앉는 내게 자꾸 손잡아 앞으로 끌어당기는 고마운 손들이 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지만 시를 읽고 낭송하고 극화하는 한시예(한국시낭송예술원) 식구들이 바로 그들이다.


서로 챙겨주고 섬기고 이끄는, 마음결이 참 따뜻하고 고운 사람들!

50대에서 80대까지 나이 분포도 다양한데 어쩌면 그렇게 깊고 구수하고 맛깔스런 하모니를 이루는지~

어제는 이 지역 야행 행사에 함께 참여하여 밤드리 노닐었다.

태풍 카눈이 지나간 끝자리라 혹여 비라도 내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하늘에 별만 보이지 않았을 뿐 지상엔 고운 자태의 끼와 멋을 장착한 한시예 식구들이 모두 별이 되어 밝게 반짝였다.

이곳엔 아웃사이더는 없다.

제 각각 다른 크기 다른 빛깔로 빛을 보태서 은하를 이루고, 한 무리로 흘러갈 뿐이지.

새로운 별은 시시각각 생성되고, 오래된 별은 소리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은하수는 유유히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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