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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Aug 06. 2023

* 입꼬리 올리기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97)

요즈음 부쩍 거울 보기가 겁이 난다.

도대체 염치를 모르고 불어나는 몸의 부피는 보기 싫다 못해 끔찍하고, 슬그머니 자리를 넓혀가는 얼굴의 검버섯, 지구의 중력을 입증하려는 듯 아래로 아래로 쳐지는 눈꺼풀과 볼살과 턱주가리~

화를 내지 않고 있는데도 입을 꾹 다문 얼굴은 아래로 내려간 입꼬리와 쳐진 눈꺼풀 때문에 사납고 심술궂어 보인다. 젊어서 자주 웃지를 않았던 탓에 예쁜 눈웃음 주름마저 만들지 못했다.

이왕이면 인자한 할머니의 모습으로 늙어가면 좋으련만 내 살아온 이력을 온몸으로 대변하고 있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나는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일을 좋아하지만 피사체가 되어 찍히는 일은 좋아하지 않는다.

카메라 앞에 설 때 가능하면 부드럽게 웃는 표정을 만들어보려 해도 늘 어색하고 결과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다.



며칠 전 같은 지역에서 시를 좋아하고 낭송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 20명이 전남 신안군 종도에 있는 엘도라도 리조트로 1박 2일 즐거운 여행을 다녀왔다.

하나같이 따뜻하게 배려하고 베푸는 일이 몸에 밴 사람들이어서 편안하고 유쾌하고 매 순간 웃음꽃이 피었다.

20명의 팀원들을 하나로 묶는 힘은 역시 리더의 역량이었다. 자신을 온통 쏟아붓는 이타적인 사람, 따뜻하게 품을 줄 아는 넉넉한 그녀에게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 선한 무리가 되어 따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서로 먼저 손을 보태려 하고, 반찬이든 간식이든 무엇 하나라도 내놓겠다고 나서니 최소한의 참가비로 매끼 진수성찬이 차려지곤 했다.

올해 80이 되신 왕언니는 그곳에서까지 우아한 찻자리를 펼쳐주시는 고운 모습을 보여주셨다.

(개인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한 회원들까지 금일봉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


말하지 않아도 슬며시 다가와 손을 잡아주고 고운 미소로 마음을 건네는 사람들! 진정 멋진 사람들과 함께 가는 이 길이 아름답게 익어가는 길목인 것 같아 참 감사하고 가슴 뿌듯하다.

그렇게 꽉 차게 써 내려간 1박 2일의 여정은 글로도 영상으로도 묶었지만, 사진 속의 나는 언제나처럼 예쁘게 웃으려는 노력과는 상관없이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


옥구향교를 찾아서


그리고 연이은 사흘째의 강행군!

말랭이목요글방을 여행 때문에 하루 미루고 다녀온 터라 금요일에 수업이 약속되었다. 이번엔 같은 지역에 있는 옥구향교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공부하기로 했었다.

피곤이 가시지 않은 몸과 머리는 그냥 드러누워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약속은 지키라고 만들어진 것! 다른 때보다 30분 늦춰진 수업시간에 감사하며 향교를 향해 차를 몰았다.

연일 불볕더위와 열대야로 바깥활동을 자제하라는 재난문자가 계속 떴지만, 젬버리 봉사현장에 나간 한 사람을 제외하고 여섯 명이 기쁘게 모였다.


기대했던 배롱나무꽃은 이제야 피기 시작하여 살짝 기대에 어긋났지만, 미리 연락을 드리고 갔기 때문에 의관을 정제하신 황완규 전교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유생들이 입는 옷과 두건까지 빌려주시고, 명륜당에 입실하여 문화재해설까지 친절하게 해 주셨다.


향교는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지방의 교육기관이었다. 아울러 유교를 대표하는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인데, 이곳 옥구향교는 공자를 비롯한 다섯 성현과 우리나라의 성현 18인의 위패를 봉안하여 해마다 제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옥구향교 대성전은 전라북도 지방문화재 96호로 지정되어 있다.


어쨌든 이 타는 듯한 불볕더위에도 여성 문사들의 글감 사냥은 멈추지 않았다.

얼굴로 등줄기로 줄줄 흐르는 땀에 밀려, 지난주 과제로 나간 글 읽기는 시내 모처 시원한 곳으로 옮겼다.

인증사진 여러 장을 부지런히 찍어온 것은 물론이다.


진분홍으로 피어나는 배롱나무꽃처럼 웃으려고 엄청 노력은 했다. 결과물은 역시 신통치 않지만!

심술딱지 떼어내고 훈훈한 이력서를 만들기 위해, 나의 입꼬리 올리기 연습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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