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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Aug 15. 2023

*연보라로 오는 가을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99)

오늘은 광복절~

아침에 내 건 태극기를 걷어들이며 연한 분홍보랏빛이 번지는 서녘하늘을 한참 바라보았다.


서녘하늘빛 담은 앞방죽

마당 끝 방죽엔 꽃 필 기회를 놓쳐버린 연잎이 아쉽게 자리하고 있다.

참 별 일이다. 한해도 거르지 않던 연꽃을 올해는 한 송이도 피우지 못하고 갈 모양이다. 왜 하필 개화기에 폭우가 쏟아져서 흙탕물에 잠겼다 나오기를 되풀이하더니 힘에 부쳤는지 꽃대를 밀어 올리지 못했다.

그래도 아주 죽지는 않았노라 초록 방석을 동동 띄워 놓은 정성이 가상하다.


발걸음을 천천히 돌려 앞마당을 돌다 보니 가을꽃들이 소리 없이 피고 있었다.

백일동안 핀다는 배롱나무가 반 정도 피고 있는 중이고, 맥문동, 비비추, 벌개미취, 구절초, 다알리아,섬초롱, 봉숭아, 메리골드(서광)등...  가만히 보니 봉숭아 메리골드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꽃 색깔이 보라색 계열이다.

선명하고 화사한 여름꽃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어쩐지 가녀리고 애잔한 느낌, 알 수 없는 슬픔을 머금고 있는 듯한 고즈넉함, 헤프게 웃지 않는 고고함...

가을꽃 빛깔의 주류를 이루는 보라색에 보내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일조량을 운운하며 과학적인 근거를 들이대지 말기를. 그저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니까.


구름 몇 송이 동동 띄운 가을 하늘빛도 그렇고, 그 하늘을 받아 안은 물빛도 그렇고, 성글어진 잎새 사이를 오가는 바람의 손길도 보라의 끝에서 이어지는 시린 빛깔이다.

연보라에서 진보라로 그 끝에서 만나는 눈 시린 파랑, 그리고 파랑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사과와 감이 익어가고 대추알은 붉어지고 들판은 황금빛으로 남실대기도 할 테지만, 가을이 가을빛으로 꽉 채우기 전 여름의 끄트머리 가을의 초입에선 연보라 가을꽃들이 가만가만 조신한 몸짓으로 길을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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