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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Aug 22. 2023

*사랑비

    詩가 있는 풍경(101)


*음력으로 7월 7일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이래요.

이 날 밤에는 언제나 적은 양이라도 비가 내린다네요.

1년 만에 새들(까마귀)의 도움으로 은하수 강에 놓인 오작교에서 만나 그리운 회포를 풀다가,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견우와 직녀가 흘리는 눈물이라 합니다.

오늘 밤에도 사랑비 칠석우는 내릴까요?

*****************************************

*사랑비 (七夕雨) / 전재복


(견우의 노래)


삼백예순 닷새

동쪽 강둑 풀들은 서쪽으로만 누웠소

아련한 그대 모습 좇아

한쪽으로만 향하던 발자취라오


늙은 뿔도 빠진다는 모진 더위에

탈각한 뿔 하나 손톱으로 갈아

그대 고운 머리 빗겨줄

빗 하나 만들었소

초승달 맑은 빛 빗살에 담고

애끓는 내 마음 오롯이 새겨


닳아질까 겁이 나 신을 수 없던

삼단 같은 머릿털로 삼아준 미투리는

오늘도 허리춤에 달랑거리오


            **********

(직녀의 노래)


삼백예순 닷새

쉼 없이 짤깍대던 베틀에서

오늘은 비단피륙 내립니다.

서쪽 강둑에 볕바라기로 펼쳐서

은하물 따라 구김살을 폅니다

한 자락 차르르 끊어내어

옷 한 벌 지을 수야 없지 않지만

하냥 그리움에 목메던

머리털 한 움큼 뭉텅 자릅니다

그리운 당신께 드릴

신발이나 삼으려오.


열 손가락 손톱마다 피멍 들도록

지성으로 깎아주신 애끓는 빗은

내일도 동쪽 창에 걸어만 두겠지요

아까워 바라만 보는 달빛 같은 빗


우리의 하루가 천년 같아서

우리의 하룻밤이 찰나 같아서

돌아서는 걸음마다 눈물 내려요

꾸욱꾹 눌러 심는 사랑비라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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