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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Sep 24. 2023

*인드라망 안에서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107)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왜 다른 사람이 궁금할까?


사람들은 더러 내 사는 모습 내 사는 곳이 궁금한가 보다.

잘난 사람도, 친절한 사람도, 유명한 사람도, 별난 재주를 가진 사람도 아닌데

'저 여자가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 보고 싶어'

그런 약간의 궁금증이 일어나게 내가 뭔가를 잘못 흘리고 다녔을까?

내가 잘못 흘렸을 쓰잘데없는 궁금증 때문에 오늘도 수원 광주 나주에서 귀한 손님들이 나를 찾아왔다.


성향으로 치자면 나는 은둔형 동물에 가까워서 밖으로 번잡하게 나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내 서식지를 공개하는 일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내 공간에서 별로 심심해하지 않고 혼자서도 잘 논다. 어쩔 수 없는 일 때문에 가끔 밖으로 나가서 잠깐 사람냄새를 맡고 어울리다 돌아오면 그것으로 족하다.

북적이는 곳에 다녀오면 오히려 두통과 몸살기로 힘이 든다.


날렵한 손끝으로 집을 반질반질 예쁘게 가꿀 줄도 모르고, 살림살이도 뜰의 나무도 한번 자리 잡으면 좀처럼 자리를 바꾸지 않고 진득하니 두고 보며 산다.

사람을 사귐에도 이와 같으니 쉬 사귀지도 못하고 쉽게 끊어내지도 못한다.


옥정리에 자리 잡은 지도 어느새 17년~

제법 시간이 쌓였다.

소설가 박경리선생은 '옛날의 그 집'에서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집에서 15년을 살았다고  세월의  두께를 쓰셨다.

나는 시골스런 이곳에 터 잡은 지 벌써 17년이고 앞으로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세상 떠날 때까지 이곳에 살 것이니 잘은 몰라도 20년 이상은 한 곳에서 살지 않을까?


지금 이사 헤성거리는 허연 머리에 가끔 똥고집을 부려 속을 뒤집는 남편과, 아들이 잠시 맡겨놓은 귀한 보물 은성이, 그리고 결혼의 'ㄱ'자만 꺼내도 성질을 내는 딸까지 네 식구가 살고 있으니 집이 조금 크다한들(남들이 외관만 보고 그런다) 그리 과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5~6년쯤 지나 젊은것들은 제길 찾아 떠나고, 남편도 나도 팔십 노인이 되어 두 노인네만 남게 될지, 아님 둘 중에 누군가는 떠나고 혼자가 되어 이 집을 지키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엔 박경리선생이 느꼈던 휑덩그레한 큰집의 느낌과 적막감에 뼈가 시릴까?



어쨌든 어제 먼 곳에서 누옥을 찾아온 반가운 손님들을 맞아 내가 혼자서 즐겨 걷는 은파호반의 극히 일부분 걷고, 분위기 괜찮은 곳에서 점심 먹고 옥정리 우리 마당을 둘러보았다.

기대에 못 미쳤든 마음에 들었든 그건 그들의 몫, 모두 시인들이어서 그런지 나의 서식지를 충분히 기분 좋게 치켜주고 떠나갔다.


서둘러 고창 꽃무릇을 보러 함께 떠났다.

에휴~ 고창선운사 일원은 차를 주차하기 힘들 만큼 난리 속이었다.

꽃무릇이 한창이고 주말까지 겹쳤으니 천지에 붉은 꽃, 사방에 사람물결이었다.


우리는 꽃무리 속으로 함께 물결을 이루며 걷고, 배는 이미 빵빵한데도 길거리 음식을 사고 또 사고, 손에 손에 들고 웃음에 섞어 먹었다.

맨발로 흙길도 걷고 노래처럼 시도 읊조리며 어린애들처럼 즐거워했다.



혼자만의 동굴 속에서 기어 나와 아름다운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 참 예쁜 하루였다.

오늘도 인연의 엮임 무한 광대한 인드라망 안에서 타인에게서 받은 고운 빛을 되쏘아 서로를 빛나게 하는 순간이었기를 가슴 깊이 두 손 모은다.


체력을 다소 과하게 소모해서 밤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지만~

고맙고 따뜻한 *ㅇ*,  *ㅎ*, *ㅂ* 아우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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